≪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정리가 됐을 때 기회를 만들어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 GV에 참석한 배우 박혜수의 말이다. 박혜수는 지난 2021년 2월 불거진 학폭 논란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상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박혜수에게는 '학폭 의혹'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닌다. 이 상황 속 '너와 나'의 개봉이 확정되면서, 박혜수 역시 영화를 통해 복귀하게 됐다. 2020년 10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지 약 3년 만이다. 그 사이 드라마 '디어 엠'이 KBS 2TV 편성까지 마쳤으나, 박혜수의 학폭 의혹으로 국내에선 사실상 폐기됐다.
시간이 흐르긴 했으나, 박혜수가 학폭 의혹을 털지 않은 상황에서 스크린 복귀를 결정한 것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박혜수의 경우 학폭 정황이 꽤 구체적이었고, '피해자 모임'이 결성됐을 만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과 박혜수 소속사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現 고스트 스튜디오)는 수 차례 입장과 반박문을 내며 날을 세웠다. 박혜수의 학폭 의혹은 당시 20일 넘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많은 이들을 피로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약 1년8개월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습을 나타낸 박혜수는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학폭 의혹은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양자 간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명확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는 한 입증하기 어렵다. 학폭 의혹이 사실로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박혜수를 향해 학폭 가해자라는 낙인은 분명 무리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박혜수가 작품을 통해 복귀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박혜수의 복귀가 누군가에게는 용납하기 어렵고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중들도 적지 않기에 작품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모여져 만들어지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걸쳐 완성한 창작의 결과물일 터. 박혜수가 의혹을 떨쳐내지 못한 상태에서 개봉되는 것은 작품에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너와 나'의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조석봉 역으로 존재감을 뽐낸 배우 조현철의 감독 데뷔작이다. 조현철은 무려 7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며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또,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를 통해 충무로 샛별로 떠오른 배우 김시은의 두 번째 주연작이기도 하다.
백번 양보해서 모든 제작진과 스태프들이 '너와 나'를 통한 박혜수의 복귀에 합의하고 나아가 응원한다고 해도 박혜수는 1년 전에 뿌린 자신의 말을 거둬들여야 한다. 자신과 관련된 학폭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는 없어도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관련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대중 앞에 털어놔야 한다.
박혜수는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너와 나' 복귀 이후 다음 발걸음이 있을 수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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