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이승기, 미국 공연서 '팬서비스 부족 논란'
인플루언서처럼 논란에 이미지만 소비
대중들이 원하는 건 이미지 아닌 음악
투어보다는 가수로서 음악적 고민할 때
가수 겸 배우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배우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이승기가 갑작스런 팬 서비스 논란에 휩싸였다. 이승기가 미국 투어 과정에서 약속한 식당 방문을 일방적으로 어겼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기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지만 그 과정에서 흠집내기성 발언까지 터져나오면서 이승기 입장서는 이미지에 타격만 입었다. 본인은 억울하고 대중은 이해 못 하는 사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이승기. 연예계에서는 이승기가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할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4일 연예계에서는 이승기의 미국 투어 과정에서 불거진 팬서비스 논란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승기는 해외에서 투어 '소년 길을 걷다-챕터2'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일부 미국 현지 매체에서 이승기의 미국 공연 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고 보도하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승기가 공연을 후원해준 한인 식당과 구두 계약을 어겼다는 의혹이 나온 것.

공연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한인 외식업체 WNB팩토리 측은 별도의 후원금과 최고가 티켓 10장을 별도로 구입하는 대신, 이승기가 매장 1곳을 방문해 홍보사진을 찍어주기로 협의했다고 한다. 또한 이승기의 한국 스태프들 식사 비용도 추가로 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승기 콘서트의 티켓 판매이 매우 저조했다는 식의 흠집내기성 폭로도 이어졌다. 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총 2800석 규모인 공연장 캅 에너지 퍼포먼스 아트센터에는 관객 949명이 들었는데, 그중 40% 이상이 초대권이었다고 한다.

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식당 측은 계약서를 문서로 쓰지 않았을 뿐 이승기 측과 구두, 문자, 카톡 등으로 사전 조율을 충분히 했다고 한다. 이승기의 방문이 예정됐던 식당 관계자는 "이승기 측의 약속을 믿고 홍보했는데 어이없다.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당일 스케줄 뿐 아니라 다음날 일정 3개도 취소했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를 우습게 여기나"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승기를 위해 한인타운인 둘루스 내 엠버시 스위트 바이 힐튼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해 놓았는데 '급에 맞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회사 대표 및 이사 1명과 함께 다른 호텔로 떠났다"고도 주장했다. 호텔 변경은 이승기의 사비로 이뤄졌고, 공연장과의 거리나 컨디션 조절 등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휴먼메이드 측은 설명했다.

이승기 소속사 휴먼메이드는 "지난달 30일 애틀랜타 공연 전인 28일 LA에서 애틀랜타로 이동하는 비행기가 허리케인을 만나 난기류로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공항 도착시간도 딜레이됐다. 결국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공항에 도착해 컨디션 난조를 겪었고, 공연을 위해서는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뒤이어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이승기는 해당 식당에서 어떤 형태로든 팬미팅이 진행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악의적으로 아티스트를 흠집내려는 것에 유감"이라고 했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배우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이번 논란을 놓고 이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연예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지 기획사와 한국 내 소속사간 의사소통 문제는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잘잘못을 떠나 이 같은 문제가 현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승기가 최근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일상 사진을 적극 공유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등 노력하는 것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 때문이다.

논란으로 인해 이번 투어의 목적도 희석됐다. 팬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팬심을 돌려보려던 시도는 오히려 티켓 파워만 약해졌다고 증명하는 꼴이 됐다. 만능 엔테테이너이자 황태자였던 이승기의 지위가 예전같지 않음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될까. 대중이 이승기에게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내 여자라니까', '삭제' 등 좋은 노래로 대중들을 즐겁게 하던 그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았다. 이승기가 언제 신곡을 냈는지 최근에 가수로서 어떤 음악적 활동을 했는지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수년 째 사건 사고에만 오르내리며 '인플루언서' 같은 모습만 보여줬다. 음악적 욕심이나 음악에 대한 도전적 모습도 잘 비쳐지지 않았다.

팬들은 그에게 예능인으로서 개그맨처럼 웃겨달라 하지 않았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가수 이승기로 사랑받으려면 좋은 음악을 내놔야 한다. 만 36세 이승기에게 '누난 내 여자니까'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필요하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이 아닌, 음악 작업실에서 '소년의 길'을 다시 찾아볼 때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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