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法, 피프티 주장 기각
입법부·행정부도 나선 피프티 사태
소속사 권리도 보장해야한단 목소리
관련 제도·규정의 개정 필요
피프티 피프티 / 사진=피프티 피프티 온라인 계정
피프티 피프티 / 사진=피프티 피프티 온라인 계정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피프티 피프티는 아직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혁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을 결정했으나 즉시 항고하기로 한 것. 피프티 피프티 사태의 사회적 심각성에 이제는 정부까지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8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 새나, 아란, 키나, 시오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어트랙트와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야 하는 근거로 수익항목 누락 등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 보유 및 지원 능력 부족 등을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프티피프티가 문제 삼은 정산 구조와 이에 따른 전(홍준) 대표의 배임 여부는 본안소송에서 심리할 사안"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이런 사정만으로 신뢰관계를 파탄시킬 정도의 정산 의무 또는 정산자료 제공 의무의 위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프티 사태'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프로듀싱을 맡긴 외주업체 더기버스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빼가려는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촉발됐다. 당초 피프티 피프티와 더기버스가 결탁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피프티 피프티는 전속계약 해지 요구에 대해 "외부 개입 없이 4인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더기버스와도 선을 그었다.

피프티 사태는 가요계 템퍼링(전속계약 기간 중 사전 접촉) 문제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졌다. 현재 국회와 정부는 템퍼링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K'자만 달고 나오면 글로벌 흥행을 거두는 'K콘텐츠의 시대'에 템퍼링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K팝, 그리고 K콘텐츠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

국내 주요 연예 제작자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한국제작자협회 등은 지난 22일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문체특보)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후속 논의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중소 기획사를 보호하기 위한 대중문화예술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제조업의 경우 제품에 대한 특허나 영업비밀 규정 등으로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다르다. 음악이나 광고 등 대부분 사람이 하는 여러 행위가 제품이 되기 때문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발전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중소 기획사가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보호와 지원 내용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K팝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피프티 피프티 / 사진=피프티 피프티 온라인 계정
피프티 피프티 / 사진=피프티 피프티 온라인 계정
템퍼링은 원래 스포츠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다. 선수가 기존 소속 구단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비밀리에 타 구단과 부적절하게 접촉해 사전에 새로운 계약을 추진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에는 인기와 인지도가 높아진 가수가 현 소속사와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도중에 타 소속사와 접촉해 계약을 논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스포츠계, 특히 야구계에서는 2014년 템퍼링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FA 자격을 얻은 모 선수가 이미 다른 구단과 사전 계약을 끝냈다는 출처 없는 소문부터 비공식 에어전트가 끼어들어 흥정을 붙이는 행위까지 FA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몸값을 부풀려지고 구단은 일종의 덤터기를 쓰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KBO는 낡은 FA제도를 손질하며 구단과 선수 모두 불합리한 일을 당하는 방지하고자 했다. 현재 K팝 시장이 딱 이런 모양새다.

불합리한 계약 조건으로 인해 연예인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비판이 불거지며 2009년 대중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미 10여년이 지난 상황. 그 사이 가요계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산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소속사의 의무, 연예인의 권리에 다소 치우쳐진 표준전속계약서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수돌'이 쏘아올린 '큰 논란'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국가 제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통수돌'의 기망 행위는 업계를 비롯해 대중까지 분노케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속사의 권리 강화와 보호에 관련된 제도와 규정의 개정 필요성을 제창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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