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영화의 흥행과 실패
'타겟', '신체모음.zip', '치악산' 개봉 예정
그동안 공포 영화의 발자취는?
'타겟', '신체모음.zip', '치악산' 개봉 예정
그동안 공포 영화의 발자취는?
한여름 무더위를 잡았던 공포 영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모습을 감췄다. 호러 영화라고도 불리는 공포영화는 흔히 살인마, 악마, 좀비 등의 외부 존재, 질병이나 신체 변이, 심리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와 미지의 존재, 미신과 관련된 소재로 분류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 저예산 B급 영화에서 출발한 탓에 일부 마니아 계층이 존재하고, 다소 반복된 연출과 뻔한 소재로 인해 제작 측면에서 선호되는 장르는 아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영화 '컨저링'(2013), '라이트 아웃'(2016), '겟 아웃'(2017), '미드소마'(2019) 등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여름의 끝자락에서 한국 공포영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텐트폴(여름대작) 영화에 밀려 개봉이 미뤄졌던 공포·스릴러 장르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타겟'(8월 30일 개봉), '신체모음.zip'(8월 30일 개봉), '치악산'(9월 13일 개봉) 등이 대기중이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공포영화의 연이은 등장으로, 영화 업계와 공포영화 장르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희곤 감독의 '타겟'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선)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공포 스릴러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재를 차용하면서 현실 공포를 입체적으로 묘사할 예정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신체모음.zip'은 6개의 단편영화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신체 조각에 얽힌 6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신체가 모이면 날것의 공포가 깨어난다'는 문구처럼 점차 다가오는 공포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부원들은 리더 ‘민준’(윤균상)의 사촌, ‘현지’(김예원)의 초대로 치악산에 위치한 산장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해당 영화는 김선웅 감독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의 비공식포스터를 SNS에 게재하면서 자극적이다. 혹은 괜찮다 등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감독이 사과문을 게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포 영화가 지닌 장르적 특성은 잔인함과 잔혹성에 대한 측면에서 이전부터 논쟁이 벌어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취를 감추기 이전의 한국 공포 영화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었을까.
◆ 영화 '여고괴담'(1998) 6편 시리즈 한국 최초 공포영화 시리즈인 '여고괴담'은 1998년 박기형 감독으로부터 시작되어 6편의 시리즈가 제작됐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성적 경쟁을 하면서 서로를 치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아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 교사들의 차별과 편애를 담아 당시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특히 최강희, 김규리, 박진희, 박예진,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과 같은 신인 배우들은 '여고괴담'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고괴담1'은 여교사 박기숙(이용녀)의 죽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는 민아(김민선)이 수돗가에서 빨간 표지의 노트를 줍고, '여고괴담3-여우 계단'(2003)은 28개 층계로 된 계단 뒤에 없던 29번째 계단을 오르던 아이들을, '여고괴담4-목소리'(2005)의 비좁은 방송 부스에서 의문의 목소리, '여고괴담5'(2009)의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아이 중 한 명의 투신자살,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모교'(2021)는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고교 시절이 기억을 잃은 은희(김서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리즈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의 연출 스타일로 통일된 형태는 아니지만, 여고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과 언젠가 한 번은 들어봤을 괴담을 엮어 표현한 공포영화다.
◆ 영화 '고사'(2008) 2편 시리즈 여고를 배경으로 한 '여고괴담' 시리즈가 있었다면, 이후엔 비슷한 구조를 지닌 영화 '고사' 시리즈가 2000년대 중반에 개봉했다. '고사' 시리즈는 데스 게임 스릴러라는 형식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일종의 대한민국 입시 스트레스를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고사:피의 중간고사'(2008)는 수능을 200여일 앞둔 시점, 모범생들을 위한 특별엘리트 수업이 진행 중인 토요일을 배경으로 한다. 전교 1등부터 20등까지만 남아있는 교실 안에 갑자기 울려 퍼진 노래 '엘리제를 위하여'로부터 시작되는 피의 중간고사. 입시의 막바지에 극단적 상황에 놓여있는 것과도 같은 묘사와 아이들의 성적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 영화 속에서 드러난다.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 역시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 생활관 특별 수업을 받는다는 비슷한 설정을 두고 있다. 피가 흘러내리는 공포의 공간이 된 학교를 배경으로 탈출할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봉 당시, 두 작품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표현 방식과 개연성이 없는 서사로 인해서 '여고괴담'만큼의 환호받지 못했다. 이어 본인이 살기 위해서 상대를 위험에 빠뜨려야 하는 데스 게임의 구조가 어처구니없는 상태로 종결되기도 하며, 시각적인 충격만 주려고 했다는 평가와 함께 혹평받았다.
◆ 영화 '검은 사제들'(2015) 감독 장재현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엑소시즘(영화 '엑소시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단어, 퇴마나 구마)에 가톨릭이라는 설정을 더한 영화 '검은 사제들'은 장르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1975)부터 '컨저링'(2013)에 이르기까지 그간 많은 시도가 이뤄진 바 있다. '검은 사제들'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이영신(박소담)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녀에게 마귀가 씌었다는 것을 알게 된 가톨릭 신부 김범신(김윤석)과 보조사제 최준호(강동원)이 구마의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검은 사제들'은 종교적인 상징성과 마귀를 소멸하기 위한 구마 의식,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장 약하고 어두운 부분을 조명한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의 한예종 졸업작품인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검은 사제들'은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김윤석과 강동원의 열연으로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님, 싸움에서 저희를 지켜 주소서. 사탄의 악과 간계에서 저희를 보호해 주소서"라며 반복적으로 구사하는 성 미카엘 대천사 기도문과 마귀에 들린 이영신이 몸을 비틀거나 목소리를 바꾸며 사제들을 위협하는 태도는 '엑소시스트'의 몇몇 장면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 영화 '곡성'(2016) 감독 나홍진 '추격자'(2008), '황해'(2010)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오컬트 영화 '곡성'은 믿음의 균열이 가져온 파장을 그려낸 작품이다. 오컬트는 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 숨겨진 것, 비밀)"에서 유래한 단어다. 앞서 언급한 윌리엄 프리드킨의 영화 ’엑소시스트‘도 해당 분류에 따르며, 초자연적인 악령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간과 맞서 싸우는 종교적인 투쟁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화롭고 작은 마을 곡성에 어느 날 등장한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에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로 인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불분명한 의심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 ‘종구’(곽도원)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게 된다. 이후 딸 효인(김환희)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면서 아파하자,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사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사실보다는 그런 의심의 씨앗이 싹튼 이후에 그것을 믿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개봉했을 당시, 열린 결말에 대해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전에 독버섯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왔음에도 외지인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은 해결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과학적 이성과 믿음 사이에서 피어오른 하나의 불씨를 통해 마을 전체를 피바다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 영화 '곤지암'(2018) 감독 정범식 ‘곤지암’은 과거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는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으로 섬뜩한 괴담에 휩싸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 곤지암 남양 정신병원에 대한 각종 소문을 응용해 만든 파운드 푸티지 공포 영화다.
배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박성훈 등의 신선한 얼굴들이 등장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객을 모았다. 공포체험단 7인 하준(위하준), 지현(박지현), 아연(오아연), 성훈(박성훈), 제윤(유제윤), 승욱(이승욱), 샬럿(문예원)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황에 반응하는 것도 재미난 볼거리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슴팍에 착용한 카메라로 인해서 1인칭 시점으로 관객들도 함께 체험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포 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마니아층이 분명하다. 오컬트, 엑소시즘, 공포 스릴러까지 장르의 분류도 다양하다. 물론 성공하기가 어려운 조건을 지닌 장르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2023년 개봉하는 세 작품을 통해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확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여름의 끝자락에서 한국 공포영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텐트폴(여름대작) 영화에 밀려 개봉이 미뤄졌던 공포·스릴러 장르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타겟'(8월 30일 개봉), '신체모음.zip'(8월 30일 개봉), '치악산'(9월 13일 개봉) 등이 대기중이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공포영화의 연이은 등장으로, 영화 업계와 공포영화 장르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희곤 감독의 '타겟'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선)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공포 스릴러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재를 차용하면서 현실 공포를 입체적으로 묘사할 예정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신체모음.zip'은 6개의 단편영화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신체 조각에 얽힌 6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신체가 모이면 날것의 공포가 깨어난다'는 문구처럼 점차 다가오는 공포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부원들은 리더 ‘민준’(윤균상)의 사촌, ‘현지’(김예원)의 초대로 치악산에 위치한 산장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해당 영화는 김선웅 감독이 "개인적으로 제작"한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의 비공식포스터를 SNS에 게재하면서 자극적이다. 혹은 괜찮다 등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감독이 사과문을 게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포 영화가 지닌 장르적 특성은 잔인함과 잔혹성에 대한 측면에서 이전부터 논쟁이 벌어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취를 감추기 이전의 한국 공포 영화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었을까.
◆ 영화 '여고괴담'(1998) 6편 시리즈 한국 최초 공포영화 시리즈인 '여고괴담'은 1998년 박기형 감독으로부터 시작되어 6편의 시리즈가 제작됐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성적 경쟁을 하면서 서로를 치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아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 교사들의 차별과 편애를 담아 당시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특히 최강희, 김규리, 박진희, 박예진,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과 같은 신인 배우들은 '여고괴담'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고괴담1'은 여교사 박기숙(이용녀)의 죽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는 민아(김민선)이 수돗가에서 빨간 표지의 노트를 줍고, '여고괴담3-여우 계단'(2003)은 28개 층계로 된 계단 뒤에 없던 29번째 계단을 오르던 아이들을, '여고괴담4-목소리'(2005)의 비좁은 방송 부스에서 의문의 목소리, '여고괴담5'(2009)의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아이 중 한 명의 투신자살,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모교'(2021)는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고교 시절이 기억을 잃은 은희(김서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리즈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의 연출 스타일로 통일된 형태는 아니지만, 여고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과 언젠가 한 번은 들어봤을 괴담을 엮어 표현한 공포영화다.
◆ 영화 '고사'(2008) 2편 시리즈 여고를 배경으로 한 '여고괴담' 시리즈가 있었다면, 이후엔 비슷한 구조를 지닌 영화 '고사' 시리즈가 2000년대 중반에 개봉했다. '고사' 시리즈는 데스 게임 스릴러라는 형식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일종의 대한민국 입시 스트레스를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고사:피의 중간고사'(2008)는 수능을 200여일 앞둔 시점, 모범생들을 위한 특별엘리트 수업이 진행 중인 토요일을 배경으로 한다. 전교 1등부터 20등까지만 남아있는 교실 안에 갑자기 울려 퍼진 노래 '엘리제를 위하여'로부터 시작되는 피의 중간고사. 입시의 막바지에 극단적 상황에 놓여있는 것과도 같은 묘사와 아이들의 성적에 대한 끝없는 집착이 영화 속에서 드러난다.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 역시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 생활관 특별 수업을 받는다는 비슷한 설정을 두고 있다. 피가 흘러내리는 공포의 공간이 된 학교를 배경으로 탈출할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봉 당시, 두 작품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표현 방식과 개연성이 없는 서사로 인해서 '여고괴담'만큼의 환호받지 못했다. 이어 본인이 살기 위해서 상대를 위험에 빠뜨려야 하는 데스 게임의 구조가 어처구니없는 상태로 종결되기도 하며, 시각적인 충격만 주려고 했다는 평가와 함께 혹평받았다.
◆ 영화 '검은 사제들'(2015) 감독 장재현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엑소시즘(영화 '엑소시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단어, 퇴마나 구마)에 가톨릭이라는 설정을 더한 영화 '검은 사제들'은 장르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1975)부터 '컨저링'(2013)에 이르기까지 그간 많은 시도가 이뤄진 바 있다. '검은 사제들'은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이영신(박소담)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녀에게 마귀가 씌었다는 것을 알게 된 가톨릭 신부 김범신(김윤석)과 보조사제 최준호(강동원)이 구마의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검은 사제들'은 종교적인 상징성과 마귀를 소멸하기 위한 구마 의식,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장 약하고 어두운 부분을 조명한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의 한예종 졸업작품인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검은 사제들'은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김윤석과 강동원의 열연으로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님, 싸움에서 저희를 지켜 주소서. 사탄의 악과 간계에서 저희를 보호해 주소서"라며 반복적으로 구사하는 성 미카엘 대천사 기도문과 마귀에 들린 이영신이 몸을 비틀거나 목소리를 바꾸며 사제들을 위협하는 태도는 '엑소시스트'의 몇몇 장면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 영화 '곡성'(2016) 감독 나홍진 '추격자'(2008), '황해'(2010)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오컬트 영화 '곡성'은 믿음의 균열이 가져온 파장을 그려낸 작품이다. 오컬트는 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 숨겨진 것, 비밀)"에서 유래한 단어다. 앞서 언급한 윌리엄 프리드킨의 영화 ’엑소시스트‘도 해당 분류에 따르며, 초자연적인 악령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간과 맞서 싸우는 종교적인 투쟁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화롭고 작은 마을 곡성에 어느 날 등장한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에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로 인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불분명한 의심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 ‘종구’(곽도원)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게 된다. 이후 딸 효인(김환희)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면서 아파하자,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사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사실보다는 그런 의심의 씨앗이 싹튼 이후에 그것을 믿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개봉했을 당시, 열린 결말에 대해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전에 독버섯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왔음에도 외지인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은 해결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과학적 이성과 믿음 사이에서 피어오른 하나의 불씨를 통해 마을 전체를 피바다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 영화 '곤지암'(2018) 감독 정범식 ‘곤지암’은 과거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체험하기 위해 방문한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는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으로 섬뜩한 괴담에 휩싸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 곤지암 남양 정신병원에 대한 각종 소문을 응용해 만든 파운드 푸티지 공포 영화다.
배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박성훈 등의 신선한 얼굴들이 등장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관객을 모았다. 공포체험단 7인 하준(위하준), 지현(박지현), 아연(오아연), 성훈(박성훈), 제윤(유제윤), 승욱(이승욱), 샬럿(문예원)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황에 반응하는 것도 재미난 볼거리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슴팍에 착용한 카메라로 인해서 1인칭 시점으로 관객들도 함께 체험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포 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마니아층이 분명하다. 오컬트, 엑소시즘, 공포 스릴러까지 장르의 분류도 다양하다. 물론 성공하기가 어려운 조건을 지닌 장르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2023년 개봉하는 세 작품을 통해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확장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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