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거주지인 아파트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 열띤 토론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배우 박보영은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라고 차별화된 점을 소개했다. 재난물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바탕으로 흡입력 있는 연출을 보여준 소위 박찬욱 키드('친절한 금자씨', '파란만장' 등 박찬욱의 작품에서 스태프로 참여)로 불리는 엄태화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병헌의 눈알을 갈아 끼운 연기와 박보영, 박서준의 황도커플 케미까지 볼거리가 다양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후발주자로 출격을 앞두고 있다. 배우 박보영의 낯선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떨까.
박보영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나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 박보영은 첨예한 갈등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단단한 내면과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명화’ 역을 연기했다.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에 관해 박보영은 "공백이 길어질 거라 예상은 못 했다. 개봉이 밀린 상태라 예상과는 다르게 텀이 있었다. 공백을 두고 싶어 하는 편은 아니다.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기존에 러블리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박보영의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관심을 끈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한 연기 변신에 "예전에는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받아들이고 원래 제 모습을 아닌 것처럼 꾸며냈었다. 원래도 애교 있는 말투가 있는데 안 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튀어나오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 하나로 이미지 변신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 봐주실지 궁금하다. 아예 엄청나게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 다른 변주를 하는 것이지 완전 새로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익숙한데 조금 다르네'라는 생각으로 점차 젖어 들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은 갈증이 많았다는 박보영은 "어쨌든 이 직업을 선택하고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욕심이 자꾸 생긴다. 한쪽 영역으로 커지는 느낌이 든다. 다른 부분도 시행착오를 겪고 '이건 내가 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면서 동그랗게 커지고 싶다. 욕심이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재난물이자 무거운 장르에 첫 도전을 한 박보영은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 덕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를 한번 옮기고 회사 대표님이 많은 시나리오를 주셨다. 이 작품도 나한테 들어온 작품이 아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너무 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참여를 할 수 있는지를 여쭤봤다.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라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어쩌면 이상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는 명화. 엄태화 감독과 어떤 지점을 논의하며 명화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느냐고 묻자 "명화에게 요구하는 바는 명확하셨던 것 같다. 같이 길을 찾아가는 방향과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명화는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다. 민성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가져야 하다 보니 새로운 모습과 잘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명화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느냐고 묻자 "명화가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시나리오 보면서 응원했다. 그래도 명화 같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이 친구가 하는 선택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누군가는 계속 신념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을 선택하고 나서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박보영은 이전 인터뷰에서 명화처럼 당당하고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명화와 비슷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면 깜짝 놀란다. 그런 강단 있는 성격을 지향했었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잘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 시기가 그런 것을 꿈꾸고 시도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봐주시는 모습이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이미지라서 '할 말은 합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30대가 되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변화한 모습에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 보고회에서 명화를 연기하며 현실 박보영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던 바 있다. 그는 "로코를 많이 하다 보니 톤 자체가 높다. 원래 콧소리도 있다. 민성과 숨을 때, '빨리 들어와'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원래 톤이 튀어나오더라. 모니터를 하고 '이건 명화가 아니고, 나다'라고 자각했다"라며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서 했던 방법을 언급했다.
극 중에서 황도커플로 달달한 부부 케미를 보여준 배우 박서준과 첫 촬영부터 소품을 위해 웨딩 촬영을 했다는 박보영. 이에 박서준 역시 제작보고회를 통해 내적 친밀감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보영은 "워낙 성격도 편하게 해주는 편이라서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 뵙고 웨딩촬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결혼을 극 중에서 많이 했다. 웨딩 촬영의 경험이 많다. 결혼을 생각보다 많이 했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혼부부이지만 각자 의견이 판이하게 갈리는 민성(박서준)과 명화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에 어려움도 있었다고. 박보영은 "변화하는 민성을 보면서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결국은 무너지리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었다. 명화가 하는 선택들은 '이 길로 가면 안 돼. 같이 하자'를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도 챙기는 행동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명화 입장에서는 민성과 같이 휩쓸려서 가다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박서준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 "박서준 배우와는 이상하게 (연기에 대해) 상의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찍을 때부터 잘 되는 배우였다. 테스트를 하고 바로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주고받는 것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부부의 케미가 편안했다"라며 촬영 현장에서 호흡을 소개했다. 극 중에서 같이 재난을 이겨내며 싸우는 모습을 점차 보여주며 달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황도커플의 전사가 담긴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는 극 중에 많이 담기지 않은 두 사람의 전사를 확인할 수 있다. 민성과 명화의 사진이 담긴 공식 SNS가 나오기도 했다. 박보영은 "소품 촬영을 많이 하긴 했지만, 잘 안 보이고 끝났었다.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아쉬우셨던지 SNS를 만들어서 소품을 풀었다. 부부인데 전사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부부의 스토리가 영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명화는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과 대립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에 이병헌과의 호흡이 어땠느냐고 묻자 박보영은 엄태화 감독이 영탁의 사진을 줬다고 밝히며, 배경 화면으로 해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병헌 선배와 만나는 신을 잘 준비하고 있느냐고 묻더라. 엄태화 감독님이 영탁의 고화질 사진을 주면서 '갈치'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왜 갈치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에 배경 화면을 볼 때는 깜짝깜짝 놀랐다. 이후에는 익숙해져서 괜찮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배우 이병헌과의 호흡에 관해 묻자 "사진은 안 무서웠는데, 실제로 마주한 이병헌 선배의 눈빛이 무섭더라. 원래 선배가 다른 배우의 연기에 대해 말씀을 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시선을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잘 봤으면 좋겠다'라고 코멘트를 딱 한 번 해주셨다"라며 촬영장 에피소드를 밝혔다.
박보영은 오히려 현장에서 이병헌과 친하지 않았던 것이 배역 몰입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선배님과 빨리 친해지면 영탁에 대한 부분들이 방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 선배는 모르시겠지만(웃음)"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보고회에서 박보영은 '안구를 갈아끼웠다'라고 언급하며 이병헌의 연기에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박보영은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보고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일기장에 온통 '난 왜 이렇게 모자란다. 저런 사람이 배우지. 어떻게 안구를 갈아 끼우나'라고 적었던 것 같다. 명화라는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다. 옆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기도 했지만, '난 이병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극복했다"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박보영은 평소에 연기를 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같이 연기했던 선배님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선배들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고민을 하시더라.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박보영과 이병헌은 BH엔터테인먼트에 같이 소속돼있다. 소속된 연예인과 직원들이 함께 워크숍을 가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보영은 "촬영이 끝나고 워크숍과 홍보를 하면서 일할 때의 모습보다 인간 이병헌을 마주하며 유머도 많고 유쾌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더 가까워졌다"라고 이야기했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촬영장을 회상하며 이병헌에게 배우고 싶은 태도도 설명했다. 그는 "이병헌 선배는 일할 때, 빈틈이 없다. 스태프 대하는 태도나 연기적인 태도. 선배님이 감독님보다 많은 작품을 하셔서, 어쩌면 감독님이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모니터를 같이하시고 이병헌 선배가 '수정 사항은요?'라고 늘 먼저 물어보시더라"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앞으로 배우로서 바라는 모습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을 해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이룰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밀수'(감독 류승완),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더 문'(감독 김용화) 등이 앞다퉈 개봉하고 있는 상황.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텐트폴 영화(일명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삼았다.
다른 작품들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차별점을 묻자 "오락 영화가 아닌 재난 영화라는 점을 알고 극장에 오셨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무거울 수도 있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생각한다. 평소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런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좋아하실 것 같다. 친구와 연인들이 좋아할 영화 같다.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라고 차별점을 이야기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9일 개봉한다.
사진 제공=BH 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 열띤 토론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배우 박보영은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라고 차별화된 점을 소개했다. 재난물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바탕으로 흡입력 있는 연출을 보여준 소위 박찬욱 키드('친절한 금자씨', '파란만장' 등 박찬욱의 작품에서 스태프로 참여)로 불리는 엄태화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병헌의 눈알을 갈아 끼운 연기와 박보영, 박서준의 황도커플 케미까지 볼거리가 다양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후발주자로 출격을 앞두고 있다. 배우 박보영의 낯선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떨까.
박보영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인터뷰에 나섰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 박보영은 첨예한 갈등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단단한 내면과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명화’ 역을 연기했다.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에 관해 박보영은 "공백이 길어질 거라 예상은 못 했다. 개봉이 밀린 상태라 예상과는 다르게 텀이 있었다. 공백을 두고 싶어 하는 편은 아니다.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기존에 러블리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박보영의 새로운 연기 변신으로 관심을 끈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한 연기 변신에 "예전에는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받아들이고 원래 제 모습을 아닌 것처럼 꾸며냈었다. 원래도 애교 있는 말투가 있는데 안 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튀어나오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 하나로 이미지 변신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 봐주실지 궁금하다. 아예 엄청나게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 다른 변주를 하는 것이지 완전 새로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익숙한데 조금 다르네'라는 생각으로 점차 젖어 들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은 갈증이 많았다는 박보영은 "어쨌든 이 직업을 선택하고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욕심이 자꾸 생긴다. 한쪽 영역으로 커지는 느낌이 든다. 다른 부분도 시행착오를 겪고 '이건 내가 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면서 동그랗게 커지고 싶다. 욕심이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재난물이자 무거운 장르에 첫 도전을 한 박보영은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 덕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를 한번 옮기고 회사 대표님이 많은 시나리오를 주셨다. 이 작품도 나한테 들어온 작품이 아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너무 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참여를 할 수 있는지를 여쭤봤다.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라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어쩌면 이상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는 명화. 엄태화 감독과 어떤 지점을 논의하며 명화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느냐고 묻자 "명화에게 요구하는 바는 명확하셨던 것 같다. 같이 길을 찾아가는 방향과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명화는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다. 민성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가져야 하다 보니 새로운 모습과 잘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명화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느냐고 묻자 "명화가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시나리오 보면서 응원했다. 그래도 명화 같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이 친구가 하는 선택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누군가는 계속 신념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을 선택하고 나서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박보영은 이전 인터뷰에서 명화처럼 당당하고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명화와 비슷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면 깜짝 놀란다. 그런 강단 있는 성격을 지향했었다. 예전에는 그런 말을 잘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 시기가 그런 것을 꿈꾸고 시도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봐주시는 모습이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이미지라서 '할 말은 합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30대가 되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변화한 모습에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 보고회에서 명화를 연기하며 현실 박보영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던 바 있다. 그는 "로코를 많이 하다 보니 톤 자체가 높다. 원래 콧소리도 있다. 민성과 숨을 때, '빨리 들어와'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원래 톤이 튀어나오더라. 모니터를 하고 '이건 명화가 아니고, 나다'라고 자각했다"라며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서 했던 방법을 언급했다.
극 중에서 황도커플로 달달한 부부 케미를 보여준 배우 박서준과 첫 촬영부터 소품을 위해 웨딩 촬영을 했다는 박보영. 이에 박서준 역시 제작보고회를 통해 내적 친밀감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보영은 "워낙 성격도 편하게 해주는 편이라서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 뵙고 웨딩촬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결혼을 극 중에서 많이 했다. 웨딩 촬영의 경험이 많다. 결혼을 생각보다 많이 했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혼부부이지만 각자 의견이 판이하게 갈리는 민성(박서준)과 명화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에 어려움도 있었다고. 박보영은 "변화하는 민성을 보면서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결국은 무너지리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었다. 명화가 하는 선택들은 '이 길로 가면 안 돼. 같이 하자'를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도 챙기는 행동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명화 입장에서는 민성과 같이 휩쓸려서 가다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박서준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 "박서준 배우와는 이상하게 (연기에 대해) 상의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찍을 때부터 잘 되는 배우였다. 테스트를 하고 바로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주고받는 것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부부의 케미가 편안했다"라며 촬영 현장에서 호흡을 소개했다. 극 중에서 같이 재난을 이겨내며 싸우는 모습을 점차 보여주며 달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황도커플의 전사가 담긴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는 극 중에 많이 담기지 않은 두 사람의 전사를 확인할 수 있다. 민성과 명화의 사진이 담긴 공식 SNS가 나오기도 했다. 박보영은 "소품 촬영을 많이 하긴 했지만, 잘 안 보이고 끝났었다.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아쉬우셨던지 SNS를 만들어서 소품을 풀었다. 부부인데 전사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부부의 스토리가 영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명화는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과 대립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에 이병헌과의 호흡이 어땠느냐고 묻자 박보영은 엄태화 감독이 영탁의 사진을 줬다고 밝히며, 배경 화면으로 해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병헌 선배와 만나는 신을 잘 준비하고 있느냐고 묻더라. 엄태화 감독님이 영탁의 고화질 사진을 주면서 '갈치'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왜 갈치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에 배경 화면을 볼 때는 깜짝깜짝 놀랐다. 이후에는 익숙해져서 괜찮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배우 이병헌과의 호흡에 관해 묻자 "사진은 안 무서웠는데, 실제로 마주한 이병헌 선배의 눈빛이 무섭더라. 원래 선배가 다른 배우의 연기에 대해 말씀을 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시선을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잘 봤으면 좋겠다'라고 코멘트를 딱 한 번 해주셨다"라며 촬영장 에피소드를 밝혔다.
박보영은 오히려 현장에서 이병헌과 친하지 않았던 것이 배역 몰입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선배님과 빨리 친해지면 영탁에 대한 부분들이 방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 선배는 모르시겠지만(웃음)"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보고회에서 박보영은 '안구를 갈아끼웠다'라고 언급하며 이병헌의 연기에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박보영은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보고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일기장에 온통 '난 왜 이렇게 모자란다. 저런 사람이 배우지. 어떻게 안구를 갈아 끼우나'라고 적었던 것 같다. 명화라는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다. 옆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기도 했지만, '난 이병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극복했다"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박보영은 평소에 연기를 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같이 연기했던 선배님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선배들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고민을 하시더라.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박보영과 이병헌은 BH엔터테인먼트에 같이 소속돼있다. 소속된 연예인과 직원들이 함께 워크숍을 가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보영은 "촬영이 끝나고 워크숍과 홍보를 하면서 일할 때의 모습보다 인간 이병헌을 마주하며 유머도 많고 유쾌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더 가까워졌다"라고 이야기했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촬영장을 회상하며 이병헌에게 배우고 싶은 태도도 설명했다. 그는 "이병헌 선배는 일할 때, 빈틈이 없다. 스태프 대하는 태도나 연기적인 태도. 선배님이 감독님보다 많은 작품을 하셔서, 어쩌면 감독님이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모니터를 같이하시고 이병헌 선배가 '수정 사항은요?'라고 늘 먼저 물어보시더라"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앞으로 배우로서 바라는 모습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을 해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이룰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밀수'(감독 류승완),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더 문'(감독 김용화) 등이 앞다퉈 개봉하고 있는 상황.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텐트폴 영화(일명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삼았다.
다른 작품들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차별점을 묻자 "오락 영화가 아닌 재난 영화라는 점을 알고 극장에 오셨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무거울 수도 있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생각한다. 평소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런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좋아하실 것 같다. 친구와 연인들이 좋아할 영화 같다.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라고 차별점을 이야기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8월 9일 개봉한다.
사진 제공=BH 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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