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감독 인터뷰

류 감독이 1970년대 '밀수'라는 소재에 마음을 두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이었다. 당시 귀했던 바나나, 캐러멜 등이 모두 밀수품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당시 밀수를 다룬 박재식 작가의 단편집을 보고서는 "이거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못 봤던 장면을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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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여러 액션 영화에서도 있죠. 하지만 '밀수'에서는 맨몸으로 비무장 상태에서 해녀들이 펼치는 액션이잖아요. 훈련된 사람들이나, 스노클링을 하면서 물 속 액션을 펼치는 건 있었지만, 이런 액션은 더 좋게 느껴졌어요. 또, 여성과 남성이 육체적인 대결을 벌인다고 했을 때 사실 물 위에서는 아무리 여성이 액션을 잘해도 마초들을 이기는 게 부자연스러워요. 그러나 물에서는 숙련이 잘 된 사람들이 이기는 거죠."
물 공포가 있었던 배우 염정아, 물을 보면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나는 김혜수가 훈련과 연습을 통해 물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류 감독에게 큰 감격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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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남달랐던 '밀수' 현장에 대해 언급하며 "원체 분위기가 무슨 '김혜수-염정아의 주부노래 교실' 같았다. 컷하면 막 박수치고, 시끄러워 죽겠는데 '다시 찍어야 하나?' 하는데 배우, 스태프들이 다 너무 좋아하니까 'OK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에 왜 있는 것인가', '내 역할은 무엇인가'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죠. 하하! 제가 한 거라고 한다면 잘 웃은 거예요. 제가 웃음을 못 참아요. 깔깔대고 잘 웃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제가 막 웃으면 좀 옆에서 창피해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현장에서 잘한 것은 깔깔대고 잘 웃어준 거, 그리고 OK를 하면 좋아서 한 거, 그것밖에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저도 약간 배우들한테 말렸던 거 같아요. 막 신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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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가디슈' 하면서 조인성 배우의 외모를 너무 망가뜨리지 않았나. 그런데 '모가디슈'를 같이 했던 크루들이 이번에 '밀수'에서 또 같이 하게 되니까 모두가 마음의 부채가 있었죠. 이렇게 멋있는 사람을 가르마를 흐트러 놓고 이랬다니. 조인성과 작업하면서 촬영, 조명 쪽 스태프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배우의 미모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서. 저도 뭔가 빚 갚는 느낌? 커트 하나 찍을 때마다 원금을 하나씩 까는 느낌이었죠. 하하!"
"시사회 때 조인성 얼굴을 보고는 원금 다 털어낸 거 같은 느낌이었다"는 류 감독은 "조인성 배우는 점점 멋있어 지는 거 같다. 사람 자체가 그릇이 커지고 깊어지고"라며 "정말 좋은 스타가 될 거 같다 지금도 스타지만, 정말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애정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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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웠던 영화 시장도 회상했다. 류 감독은 2년 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모가디슈'를 선보이며 침체됐던 극장에 심폐소생을 한 바 있다. 류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라 사명감을 갖고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사실 코로나 때는 약간 큰일 나겠다 싶었다.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데 당시 7시 이후 티켓 판매를 못했고, 두 칸씩 띄어 앉았었다. 지금의 3분의 1 정도 적은 관객을 대상으로 해야 했다. 다만, 영화 업계 밥을 먹고 산지 오래 됐으니, 2년 전엔 저라도 나선 것이다. 그렇게 안 했으면 정말 큰 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름 극장 첫 주자로 나선 소감에 대해선 "첫 주자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라며 "영화계를 대표해서 첫 주자로서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 그냥 '밀수' 감독으로서 말씀을 드리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좋은 기분을 가지고 만족도가 높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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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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