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히든트랙》
서바이벌 '퀸덤 퍼즐', 시작 전부터 나눈 참가자 등급
소속 그룹의 음반, 음원 과거 순위가 기준
참가자 개개인의 현재 역량 고려치 않은 기준
시청자들에겐 오히려 편견 주입
사진=Mnet '퀸덤 퍼즐' 영상 캡처
사진=Mnet '퀸덤 퍼즐' 영상 캡처
《김지원의 히든트랙》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숨은 이야기까지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가요계 이슈의 사실과 진실을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공정성 문제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등장했다. 투표수 조작, 분량 몰아주기 등이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다만 앞선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진행 중 '공정성'이 문제가 됐다. Mnet '퀸덤 퍼즐'은 공개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시작 전부터 출연자들을 애매모호한 기준에 따라 등급으로 나눠 차등을 둔 것이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퀀덤퍼즐'은 전현직 걸그룹 멤버 또는 여성 아티스트를 퍼즐처럼 맞춰 새로운 조합의 걸그룹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첫 방송을 앞두고 '퀸덤 퍼즐' 제작진은 선공개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 끌기에 나섰다. 홍보하려던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선공개 영상은 논란을 자아냈다. 제작진이 출연진을 1~4군으로 나눈 모습이 포착된 것. 해당 영상에서 MC로 등장한 태연은 참가자들에게 "(가요계에는) 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라며 "이 군은 여러분이 K팝에서 활동하며 받아온 성적표다. 이걸 '퀸덤 퍼즐'만의 기준으로 나누게 됐다"고 말한다.

팬들의 반발이 커지자 제작진은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등급을 나눈 배경을 해명했다. 윤신혜 CP는 "군이라는 것이 출연자들의 기준을 나누고 급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연차, 콘셉트, 활동 경력의 출연자들이 모이다 보니 일부 대중의 편견, 선입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등급표는) 초반에 그런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장치로 마련한 것이다"라고 변명했다. 또한 "이후 진행되는 개인 무대들이 이전에 있었던 숫자들, 성적들과 상관없이 멤버들의 매력을 보여주면서 그 편견들을 깨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후에 군이라는 것은 소멸되고 미션이 진행되니 지켜봐달라"라고 했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 '퀸덤 퍼즐'…'이름 없는' 4군이 당하는 설움[TEN스타필드]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 '퀸덤 퍼즐'…'이름 없는' 4군이 당하는 설움[TEN스타필드]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 '퀸덤 퍼즐'…'이름 없는' 4군이 당하는 설움[TEN스타필드]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 '퀸덤 퍼즐'…'이름 없는' 4군이 당하는 설움[TEN스타필드]
사진=Mnet '퀸덤 퍼즐' 영상 캡처
사진=Mnet '퀸덤 퍼즐' 영상 캡처
이들이 정한 등급의 구분 기준을 살펴보면, 음악방송 1위 총횟수(50%), 음반 초동판매량(50%)을 집계해 점수로 환산한 것. '퀸덤 퍼즐' 참가자들은 각각의 팀에 속해있지만 이번 서바이벌에 팀으로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단순히 그룹의 성적으로 개개인의 역량을 수치화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멤버들마다 각각 '담당'이 있다. 음악방송 순위와 음반 판매량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다. 4군으로 분류 당한 참가자는 위키미키 엘리, 라잇썸 상아, 미루, 하이키 리이나, 하이키 휘서, 우아 나나, 우아 우연이다. 하지만 우아는 선공개 영상 섬네일에 단독으로 들어갈 만큼 뛰어난 비주얼을 갖고 있고, 위키미키 엘리는 올해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걸그룹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에서 청아한 음색으로 호평 받았다. 활동 경력 13년의 미루는 일본 걸그룹 AKB48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멤버다.
'퀸덤 퍼즐'의 참가자 우아 나나, 우연. / 사진=텐아시아DB
'퀸덤 퍼즐'의 참가자 우아 나나, 우연. / 사진=텐아시아DB
등급을 매기는 것은 앞서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도 해온 일이다. 하지만 해당 등급은 참가자 소개 영상, 심사위원들의 평가 등 '현재의 역량'을 반영한 것이다. 단순히 참가자가 속한 그룹의 음원, 음반 성적으로 나눈 것이 아니다. '퀸덤 퍼즐'처럼 시작도 전에 제작진이 임의로 참가자들을 분류하진 않았다. 각기 다른 실력을 지닌 참가자들에게 맞는 트레이닝을 제공하기 위해 등급을 나눈 것이기도 하다.

'퀸덤 퍼즐'의 승자는 100% 시청자 투표를 통해 정해진다. 시청자 투표 외 다른 평가 기준을 넣지 않음으로써 오직 대중들 눈높이에 맞는 걸그룹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정해야 할 서바이벌에 제작진의 개입이 벌써부터 이뤄졌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공정성 시비가 따랐던 Mnet이다. 제작진은 '편견을 깨는 계기'를 위해 등급을 나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등급을 메긴 제작진의 행위 자체가 이미 시청자들에게 편견을 주입했다. '이름 없는' 아이돌이 당해야 하는 차별적 대우가 씁쓸할 뿐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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