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노머니 노아트' 방송 화면.
사진=KBS '노머니 노아트' 방송 화면.
‘무스키아’ 전현무가 선물한 작품들이 화장실에 걸려있다며 자폭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2 아트 버라이어티 쇼 ‘노머니 노아트’ 5회는 미술 작가이자 가정을 지키는 가장으로도 맹활약하는 아빠 작가 특집으로 진행돼, 스트리트 아티스트 연둣빛고등어-패션을 사랑하는 작가 성낙진-‘웃는 호랑이’를 그리는 작가 태우-핀아트 작가 지용이 출연했다. 이날의 도전 작가 4인은 각자만의 장르가 확실한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열과 성을 다해 살린 역대급 ‘라이브 드로잉 쇼’로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가장 먼저 성낙진이 아트 큐레이터 봉태규와 함께 무대에 올라 트렌디한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인 ‘나 오늘 뭐 샀게’를 공개했다. 봉태규는 “성낙진 작가가 결혼 전에는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면, 결혼 후에는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녹인 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작가로서의 변곡점을 언급했다. 이에 성낙진은 “소비 과잉 시대에 사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를 묻는 그림”이라며 그림 속에서 남자가 앉아 있는 ‘쓰레기봉투’를 설명해 “의미가 멋지다”는 공감을 자아냈다.

이어 ‘송민호 닮은꼴’의 핀아트 작가 지용이 김민경과 짝을 이뤄 나왔다. 지용은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놀던 편안한 기억을 담아낸 작품”이라며 자신의 시그니처 시리즈인 ‘채움(FILLING)-11’을 소개했다. 무려 2만 개의 핀이 꽂힌 작품을 지켜보던 MC 전현무는 “가까이에서 보면 느낌이 아예 다르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지용은 “아빠가 된 후 가족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에 ‘쓰리잡’ 생활 중”이라며 하루에 3~4시간 자는 고단한 삶을 언급하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러나 곧 “다른 일을 한다고 하면 작가로서 소홀하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일 뿐, 작업 활동을 향한 열정은 더 커진 상태”라며 작가로서의 열정을 어필해 박수를 받았다.

다음으로는 제주도에 거주 중인 스트리트 아티스트 연둣빛고등어가 모니카와 함께 나왔다. 이날 연둣빛고등어가 선보인 작품은 ‘MORE DAN SERIES 꽃구경 가는 날’로, 말문을 잃게 하는 화려한 디테일에 아트 컬렉터들의 감탄과 환호가 이어졌다. 연둣빛고등어는 “제주도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 놀러 온 사람들을 그렸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모니카는 “작가님의 작업실인 제주도를 직접 다녀왔는데, 특이하게도 작업실이 치킨집”이라고 설명해 전현무-김민경의 구미를 당겼고, 시그니처 메뉴가 ‘고사리 치킨’이라고 밝혀 아트 컬렉터들의 침샘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개코와 짝을 이뤄 등장한 태우는 대표 캐릭터인 ‘웃는 호랑이’를 비롯해 본인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두 담아낸 산수화 ‘내가 지킬게’를 선보였다. 태우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자로 그려낸 ‘웃는 호랑이’가 여러분의 가정도 지켜줄 수 있길 바란다”며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개코는 “태우 작가가 그림의 주제를 가족으로 바꾼 후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아, 작년에 그린 200점이 모두 완판됐다. 작품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까지 펼쳐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여 소장 가치를 강조했다.

이날 전현무는 컬렉터에게 그림을 수집하면 어디에 보통 걸어두는지 물었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는 답에 “제가 그리는 그림은 다들 화장실에 걸어 놓는다. 내 그림을 보다 보면 짜증나서 변이 잘 나온다더라”며 자폭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후 미술 작가 4인은 아트 컬렉터들에게 자신의 작업 방식을 선보이는 시간인 ‘라이브 드로잉 쇼’를 진행했다. 본격적인 퍼포먼스가 시작되기 전, 각 미술 작가의 아이들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영상이 공개돼 현장을 특별한 감탄사로 물들였다. 직후 MC 전현무가 “오늘의 주제는 ‘내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고 밝히자 아빠 작가들은 “아이들의 그림을 잘못 덮으면 망한다”는 탄식을 내뱉었으나, 곧장 20분 간의 작품 활동에 집중해 작품을 멋지게 완성했다.

율이의 크레파스 그림에 수성 물감으로 스크래치를 해 느낌을 살린 지용은 “편안하고 넓은 바다가 되어주고 싶었다”며 ‘아빠라는 바다’를 소개했다. 성낙진은 “딸 소율이가 그림을 손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며 고민을 거듭하다 딸의 공주 그림을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재킷의 문양으로 변신시킨 ‘가족의 탄생’을 선보였다. 태우는 그림이의 색감을 그대로 재현한 수묵담채화 ‘동춘화초도’로 감탄을 자아냈다. 연둣빛고등어는 6개월 단우의 발도장에 펜 드로잉을 한 뒤 배경에 물감을 흘린 독특한 그림을 완성, 부모의 품에 안긴 세 자녀를 표현한 ‘품 안의 자식’을 공개했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 잔뜩 묻어난 네 작품에 박수가 쏟아진 후 투표를 통해 최종 경매에 오를 작품으로는 태우의 ‘내가 지킬게’가 선정됐다. 처음으로 뱃지를 획득하게 된 담당 큐레이터 개코는 “‘웃는 호랑이’가 나까지 지켜줬다”며 환호했다. 본격적으로 진행된 경매에서는 같은 테이블에서 벌어진 2파전 끝에 작품은 1070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작가님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작품을 여러 개 소장하고 있었다”고 밝힌 ‘찐 팬’ 컬렉터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진 태우는 “소장해주신 분이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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