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느낄 때 행복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펐습니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거든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의 이단 감독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연출자이자 시청자의 마음으로 이번 드라마를 바라보고 함께했음을 드러냈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시즌2 연출을 맡는다는 건 어느 정도 부담김이 있는 일. 이단 감독은 '모범택시2'도 흥행작으로 이끌며 '모범택시'의 시리즈화를 안착시켰다. 시즌2는 시즌1보다 더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 이단 감독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 시즌2 연출의 주안점이라고 밝혔다.

이단 감독은 "시즌2에서는 도기의 부캐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부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는 시즌1의 무게감은 덜어갈 수밖에 없었다. 모범택시에 사건의뢰를 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김도기 기사가 신명나게 활약할 수 있는 영역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이 부분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지점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고 가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모범택시2'를 연출한 이단 감독.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를 연출한 이단 감독. / 사진제공=SBS
이단 감독은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김도기가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을 만큼 빌런에게 공분을 살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빌런의 악행이 말초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역할의 배우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지도가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또한 "촬영하기 협소하고 불편하고 먼 곳이어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흔적이 잘 묻어 있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로케이션까지 찾아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치킨집 사장님의 상처투성이 손 분장, 할머니가 꼬깃꼬깃하게 모은 장롱 속 쌈지돈이라든지,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연을 가까운 곳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미지적인 디테일들을 챙기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이단 감독은 "반대로 빌런에게는 더 악하고 잔인해 보이는 설정들을 추가했다. 빌런의 공간에는 규모감을 추가해, 이놈들이 저지른 악행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느껴지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필승(부동산 청약 브로커) 사무실의 계약서와 금붙이들, 아이들이 갇혀 있는 공간의 소변통들, 블랙썬 사무실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서랍들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머리핀과 브로치들처럼 빌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을지 암시해주는 소품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를 추가해 빌런의 공간을 꾸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너무 붕 뜨거나 너무 판타지적인 복수 방법은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통쾌함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밸런스를 조정하는 회의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한 극 중 에피소드에 시청자들은 함께 분노하고 함께 웃기도 했다. 이단 감독은 "의뢰인들의 사연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시청자로서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내가 아는 가까운 인물, 실제로 저런 사람이 있겠다, 어디서 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묘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해자 역시 현실의 많은 악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조합하려고 했다"며 "가해자가 악마화되거나, 엄청나고 대단한 존재로 보이기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별 볼 일 없고 한심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이단 감독은 '무지개 운수 5인방' 이제훈, 김의성, 표예진, 장혁진, 배유람, 신재하 등 배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제훈에 대해서는 "보통 배우는 감독의 '액션!' 콜에 연기를 시작해서 '컷!'에 연기를 끝내고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훈은 '컷!'과 '액션!' 사이에도 내내 김도기였다.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다"고 칭찬했다. 또한 "모범택시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책임감과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스태프들 역시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이제훈이 살려줄 때가 많았다"며 "그 때마다 모니터 뒤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멋있어서 다들 숨죽여보다가 오케이 사인에 신음소리가 터진 거다"고 전했다.

이단 감독은 이제훈이 "'나를 굴려도 좋고 메다꽂아도 좋다'는 톡을 보내실 정도로. 많은 액션신들을 본인이 소화했다"며 실감 나는 장면의 완성을 이제훈의 공으로 돌렸다. 이어 "시야가 넓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며 "선이 날카롭고 강인한데 반대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사연 많고, 상처받은 눈빛을 하고 있는 배우. 이런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진 배우 이제훈이야말로 김도기 착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삶을 살았길래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냐'는 물음에 시크하게 '모범택시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대답을 하는 걸 보니, 실제로 밤마다 모범택시를 몰며 복수대행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닐지. 또 매사 진지하신 것 같은데 의외의 순간 뻘하게 터지는 애드립을 잘치시는 걸 보면서, 참 유연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김의성에 대해서는 "장대표가 무지개운수 식구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김의성 배우 역시 '모범택시2'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대본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주셨고, 어려움을 만나서 헤매고 있을 때,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하시면서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결방법을 제시해주시기도 하셨다"며 든든해했다. 또한 "이번에는 장대표의 부캐도 등장하는데 재미있게 잘 소화해주셔서, 그동안 얼마나 몸이 근질거리셨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표예진에 대해서는 "시즌1보다 성숙해진 고은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은이 해커이고 콜밴 안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혼자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를 해서 답답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장면들을 표예진이 잘 살려줘서 고마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표예진 연기 덕분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고은이와 같이 화내주고, 눈물 흘려주셨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보면 체구도 작아서 가냘프고, 깍듯이 예의바른데 고은이 연기를 할 때마다 대범해지고, 또 대본에 적힌 지문보다 더 과감하게 연기할 때가 있어서 놀라웠다"고 감탄했다. 뿐만 아니라 "빌런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부캐연기와 액션까지 너무 잘 해내서, 그녀가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주임 역의 장혁진과 박주임 역의 배유람은 현장에 직접 나가는 김도기의 후방 지원을 도맡는 콤비로 활약했다. 이단 감독은 "'모범택시' 시리즈가 보통의 히어로물과는 다른 톤을 만들어주는 분들은 다름 아닌 최주임, 박주임이라고 생각한다. 다크 히어로의 활약 가운데 쉼표처럼 시청자들이 숨 쉴 틈을 주고, 또 함께 활약하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이 흥겨운 마음으로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며 극찬했다. 또한 "어떤 분장이든 어떤 의상이든 찰떡같이 소화해주셔서 즐겁게 고민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대본에 쓰인 것 이상으로 두 분이 현장에서 잘 만들어주신 신들이 많다"며 "어디서 치고 빠질 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똑똑한 배우들"이라면서 고마워했다.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이번 시즌에는 신재하가 온하준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무지개 운수 신입 택시기사인 줄 알았던 온하준의 정체는 빌런이었다. 온하준은 김도기에게 복수심을 갖고 있었지만 뒤늦게 자신이 어릴 적 범죄 조직 금사회에게 납치된 뒤 세뇌당하며 '킬러'로 키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단 감독은 "시즌2를 끌고 가는 안타고니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도기의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새 캐릭터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무지개 운수에는 설계자이자 해결사 김도기가 있다면, 대칭적으로 금사회에는 설계자이자 살인병기로 온하준이 있다. 늘 싸움에서 승리하는 불사신 같은 존재인 김도기에게도 힘 겨뤄볼 만한 적수 다운 적수가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도기와 온하준은 똑같이 영리하고, 싸움도 잘하는데 어떤 차이가 영웅과 빌런을 만드는 지 찾아가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단 감독은 "뼈 아프다. 온하준의 서사를 드러내는 시기도 정교하게 계산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신재하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라는 이중성을 잘 연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캐스팅했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김도기를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잘 파고들어야 했기에 겉으로는 부드럽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재하는 목소리도 곱고, 인상도 좋고, 따스한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나쁜 사람들은 겉으로는 세련되고 예의 바른데 내면이 소름 끼치게 차가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 않나.. 그런 섬뜩한 연기도 신재하가 잘 해내줬다고 생각한다"며 "신재하는 양의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는. 그것이 김도기 기사와 부딪혔을 때 어떤 매력이 보일까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신재하는 액션 장면을 위해 액션스쿨에 다니며 훈련도 받았다고 한다. 이단 감독은 신재하가 "액션신 촬영하다가 인대가 늘어났는데도 마지막 옥상신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해주어 현장 스태프들을 모두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렸다"며 "부드러운 가운데 날카로움을 잘 표현해주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선한 영혼을 가진 배우, 그릇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는 시즌3로 이어질 계획이다. 이단 감독은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과 함께 시청자들이 함께 늙고, 같이 성장하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해결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예측 가능해지면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시즌을 관통하는 보다 길고 큰 서사구조를 고안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드라마 특성상 액션이 많고, 또 액션이 아니더라도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많고, 에피소드별로 고정 장소가 달라지고, 세트 촬영보다 야외 촬영이 필연적으로 많고, 또 기본 5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과 비용이 일반적인 장르물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점점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규모있는 프로듀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은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이번 시즌에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라며 "제작진과 배우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면 호흡 맞추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자연히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는 바람도 드러냈다.

이단 감독은 "동시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많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라는 시즌2의 메시지가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았기를 바란다. 이 기획 의도의 진정한 완성은 시청자 여러분의 삶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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