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제목처럼 '영광'일 줄 알았는데, 끝내 '영광'에 이르지 못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감독 안길호) 파트2가 꿈꿨던 영광의 '용두용미' 결말은 문동은(송혜교 분)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키스신 탓에 미완에 그쳤다.
'더 글로리' 마지막회에서 모든 복수에 마침표를 찍은 문동은은 주여정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가 "여기가 끝이다"라며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났다. 얼마간의 시간 후 동은은 여정 앞에 다시 나타났고, 매일 바둑판을 바라보며 공허와 상실을 느꼈던 여정은 "왜 날 또 떠났냐"며 원망을 쏟아냈다. 동은은 복수가 잘 안됐다는 여정에게 '복수 과외'를 해주겠다며 "이제 선배가 흑 잡는 거다. 착수는 내가 하겠다"고 말한 뒤 다가가 키스했다. '더 글로리'의 흐름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들끓는 복수심으로 아파하고 있는 여정에게 갑자기 나타나 뜬금없는 키스라니. 몰입이 확 깨졌다. 이 키스신은 대사만 달랐을 뿐 김은숙 작가의 이전 로맨틱 코미디 속 한 장면을 가져다 붙여넣은 느낌마저 들었다. 사랑했던 남녀가 오랜만에 재회해 사랑을 확인하는 서사 속에서 그려졌다 해도 무리가 없는 키스신이었다.
동은과 여정의 공감대는 '피해자'와 '복수'다. '피해자들의 연대'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시작돼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키스신은 당황스러웠다. 키스신에 앞서 두 사람의 스킨십은 포옹 정도였는데, 이는 연인의 것이라기 보다는 동지의 모습이었다. 한발 양보해서, 동은과 여정의 마음 속 서로를 향한 깊은 연애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해도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키스하며 완벽한 연인의 모습으로 관계가 재정립되는 전개는 자연스럽지 못했다.
앞서,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 파트1 비하인드 코멘터리 영상에서 문동은과 주여정 커플 관련 "감독님이 안 말렸으면 4부 엔딩은 키스신이다. 국룰이거든"이라며 키스신을 넣으려 했지만, 제작진들의 반대에 생각을 바꿨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 덕에 제가 쓴 커플 중 제일 멋진 커플이 나온 거 같다"고 자평했다.
당시 해당 발언에 대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김 작가가 주전공의 성공 법칙을 버리고 장르물에 적합한 체질 개선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국룰을 깨고 파트1을 통해 호평받았던 김은숙 작가가 왜 파트2에선 답습을 피하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김은숙 작가는 끝내 키스신을 버리지 못했다. 두터웠던 동은-여정 커플 관계의 서사는 '키스'라는 설정 안에 갇혔다. 그 탓에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응원하는지 해석하고 상상해 볼 여지는 사라져 버렸다. 사랑 그 이상의 감정으로 사랑하고 있을 이 커플의 마음은 키스라는 1차원적인 설정으로 표현됐다.
어떤 남자에게 잘 다려진 셔츠가 아내의 '사랑'이고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엄마의 짝짝이 신발이 '눈물'이듯, 동은과 여정의 관계 역시 키스가 아닌 다른 설정으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에게 있어 '영광'은 이전의 길을 다시 걷지 않고 새로운 길로, 또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전의 영광을 답습한 김은숙에게 다가온 새로운 영광은 완성되지 못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제목처럼 '영광'일 줄 알았는데, 끝내 '영광'에 이르지 못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감독 안길호) 파트2가 꿈꿨던 영광의 '용두용미' 결말은 문동은(송혜교 분)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키스신 탓에 미완에 그쳤다.
'더 글로리' 마지막회에서 모든 복수에 마침표를 찍은 문동은은 주여정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가 "여기가 끝이다"라며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났다. 얼마간의 시간 후 동은은 여정 앞에 다시 나타났고, 매일 바둑판을 바라보며 공허와 상실을 느꼈던 여정은 "왜 날 또 떠났냐"며 원망을 쏟아냈다. 동은은 복수가 잘 안됐다는 여정에게 '복수 과외'를 해주겠다며 "이제 선배가 흑 잡는 거다. 착수는 내가 하겠다"고 말한 뒤 다가가 키스했다. '더 글로리'의 흐름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들끓는 복수심으로 아파하고 있는 여정에게 갑자기 나타나 뜬금없는 키스라니. 몰입이 확 깨졌다. 이 키스신은 대사만 달랐을 뿐 김은숙 작가의 이전 로맨틱 코미디 속 한 장면을 가져다 붙여넣은 느낌마저 들었다. 사랑했던 남녀가 오랜만에 재회해 사랑을 확인하는 서사 속에서 그려졌다 해도 무리가 없는 키스신이었다.
동은과 여정의 공감대는 '피해자'와 '복수'다. '피해자들의 연대'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시작돼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키스신은 당황스러웠다. 키스신에 앞서 두 사람의 스킨십은 포옹 정도였는데, 이는 연인의 것이라기 보다는 동지의 모습이었다. 한발 양보해서, 동은과 여정의 마음 속 서로를 향한 깊은 연애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해도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키스하며 완벽한 연인의 모습으로 관계가 재정립되는 전개는 자연스럽지 못했다.
앞서,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 파트1 비하인드 코멘터리 영상에서 문동은과 주여정 커플 관련 "감독님이 안 말렸으면 4부 엔딩은 키스신이다. 국룰이거든"이라며 키스신을 넣으려 했지만, 제작진들의 반대에 생각을 바꿨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 덕에 제가 쓴 커플 중 제일 멋진 커플이 나온 거 같다"고 자평했다.
당시 해당 발언에 대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김 작가가 주전공의 성공 법칙을 버리고 장르물에 적합한 체질 개선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국룰을 깨고 파트1을 통해 호평받았던 김은숙 작가가 왜 파트2에선 답습을 피하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김은숙 작가는 끝내 키스신을 버리지 못했다. 두터웠던 동은-여정 커플 관계의 서사는 '키스'라는 설정 안에 갇혔다. 그 탓에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응원하는지 해석하고 상상해 볼 여지는 사라져 버렸다. 사랑 그 이상의 감정으로 사랑하고 있을 이 커플의 마음은 키스라는 1차원적인 설정으로 표현됐다.
어떤 남자에게 잘 다려진 셔츠가 아내의 '사랑'이고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엄마의 짝짝이 신발이 '눈물'이듯, 동은과 여정의 관계 역시 키스가 아닌 다른 설정으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에게 있어 '영광'은 이전의 길을 다시 걷지 않고 새로운 길로, 또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전의 영광을 답습한 김은숙에게 다가온 새로운 영광은 완성되지 못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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