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정경호 "에이즈→섭식장애 환자役, 이젠 살찌워서 변화해야죠"[TEN인터뷰]
"제가 유독 바싹 마른 몸을 가지고 있잖아요. 여자친구 최수영 씨도 저에게 '오빠는 10년을 만나왔는데 어떻게 항상 마른 몸을 유지하냐'고 묻더라고요. 10년 동안 예민하고 까칠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죠. 이전에 에이즈 환자 역할도 해봤고 이번엔 섭식장애가 있는 강사 역이었죠. 제가 올해 41세인데 이제 배우로서는 중간 정도의 나이라고 생각해요. 이 나이 때 잘 버티려면 마음도 몸도 변화할 시기라고 느끼죠. 증량도 포함이고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tvN '일타스캔들' 배우 정경호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정경호는 능력과 재력을 모두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의 일타 강사지만 섭식 장애로 인해 배부름의 행복은 느끼지 못하는 치열을 연기했다.
'수영♥' 정경호 "에이즈→섭식장애 환자役, 이젠 살찌워서 변화해야죠"[TEN인터뷰]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병약미'를 가진 남자 배우, 정경호. 모두가 닭가슴살을 먹고 근육을 키울 때 그는 반대로 땀복을 입고 체지방을 뺐다. 배우계의 '종이인형'으로 거듭나며 오히려 병약 남주로서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밥이라도 사 먹여야 할 것 같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는 최치열 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젠 '수영 남자친구'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수영♥' 정경호 "에이즈→섭식장애 환자役, 이젠 살찌워서 변화해야죠"[TEN인터뷰]
그는 섭식장애 연기보다는 잘나가는 수학 강사 촬영 장면이 더 긴장됐다고. 정경호는 "목동의 한 학원을 빌려서 촬영했다. 100명 넘는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긴장했다"라며 "수학 공식을 다 외워서 풀이했는데 한 문제를 틀렸더라. 보조출연 해주는 학생이 알려줘서 알았다. 그 이후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임했다. 수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로지 다 외워서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3일 정도는 수학을 좀 이해해보려 했는데 어렵더라. 차라리 통으로 외우는 게 더 편했다"라며 "실제 강사분들 영상 보고 따라 하고 그대로 외웠다"고 덧붙였다.
'수영♥' 정경호 "에이즈→섭식장애 환자役, 이젠 살찌워서 변화해야죠"[TEN인터뷰]
그러면서 "자문 선생님과 2달 동안 지내봤다. 어떻게 수업하는지도 보고 같이 술도 먹어봤다. 일타 선생님의 삶이 어떤지 조금은 경험해보고자 했다"며 "저렴한 칠판을 집에 준비해놓고 판서를 연습했다. 선생님이 문제를 써놓고 가면 그 위에 수 차례 덧칠했다. 여기에 선생님의 억양까지 따라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캐릭터에 대한 그의 철저한 준비성은 결국 시청률 고공행진을 만들어냈다. 첫 회에 비해 3~4배가량 시청률이 오르며 따뜻한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을 보였다.
'수영♥' 정경호 "에이즈→섭식장애 환자役, 이젠 살찌워서 변화해야죠"[TEN인터뷰]
더불어 여기에는 파트너 전도연과의 찰떡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정경호는 "전도연 선배와의 호흡은 안 좋을 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전도연 선배의 연기를 좋아했다.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라며 "난 20년 동안 늘 변화를 추구하려고 고민했다. 그런데 선배는 오히려 변하지 않는 매력이 있더라. 말투, 호흡, 웃음소리 모두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배는 모르시겠지만 늘 투 샷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로 다시 봤다. 너무 좋아서 계속 봤다. 7개월 동안 영광된 순간이었다"라며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안 받은 작품이었다. 행복했던 순간이 너무 많았다"고 덧붙였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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