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는 무색해진 지 오래다. 일찌감치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아이돌 1세대들이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기반을 닦았고, 뒤를 이은 후배들도 나름의 성과를 냈다. 요즘엔 웬만한 아이돌은 데뷔 전부터 꾸준하게 레슨을 받기 때문에 예전만큼 '발연기' 논란도 많지 않은 편이다.
배우로 영역을 확장한 아이돌의 연기력은 이미 상향 평준화됐다. 그중에는 기대 이상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연기에 감을 잡은 아이돌은 감정 표현이 더 뛰어나다는 시각도 있고, 오히려 거대 팬덤을 보유한 덕에 작품 흥행에도 보탬이 된다.
이쯤 되니 영화 관계자들도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색안경을 벗는 추세다. 더 나아가서는 눈에 불을 켜고 탐내는 재목들도 있는데, 그 주인공으로 가수 아이유와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을 꼽을 수 있다.
KBS 2TV '드림 하이'로 연기 데뷔한 아이유는 tvN '나의 아저씨'를 기점으로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불거졌던 연기력 논란을 깨끗하게 씻어내며 연기에 물오른 아이유는 2019년 '페르소나', 2021년 '아무도 없는 곳' 등 독립영화 위주였던 필모그래피에 '브로커'를 추가하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상업영화 데뷔작 '브로커'에서 아이유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렸다가 다시 찾으러 간 미혼모 소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아이유는 겉으론 냉소적이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모성애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미혼모 연기로 영화배우로서 유의미한 도약을 이뤘다. 그 결과 지난해 제27회 춘사영화제, 42회 영평상에서 신인 여우상 2관왕의 기쁨도 누렸다.
아이유는 올해 개봉을 예정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을 통해 스크린 행보를 이어간다. 배우 박서준과 호흡을 맞추게 된 아이유는 이 작품에서 급조된 축구 대표팀이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방송국 PD 이소민 역을 맡았다. 특유의 유머 코드가 돋보이는 이 감독의 연출과 아이유의 연기가 어떻게 조화를 이뤘을지 기대를 모은다.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며 여심을 훔친 박지훈은 7살 때 MBC '주몽'으로 데뷔한 아역 배우 출신.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접했던 덕에 기본기가 탄탄하다. 2017년 보이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한 이후 원래 꿈이었던 연기에도 욕심내며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카카오tv '연애혁명', KBS 2TV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에서 주연으로 호연을 펼쳐 주목받았다. 연기 변신을 꾀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을 통해서다. 박지훈은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이지만, 학교 폭력에 휘말리게 되면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연시은 역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박지훈은 탁월한 눈빛과 액션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훌륭하게 그려내며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박지훈의 '약한영웅'은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충무로는 이런 박지훈의 저력을 알아봤다. 박지훈은 올해 개봉 예정인 이영국 감독의 영화 '오드리'로 충무로 데뷔를 확정했다. '오드리'는 엄마가 너무도 애틋한 아들이 엄마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겪으면서 마주하는 희망을 그린 영화. 박지훈은 아들 강기훈 역을 맡았으며, 엄마 역의 김정난과 호흡을 맞췄다. 박지훈이 기억을 잃고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기훈의 세밀한 내면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전 포인트다.
가수로서도 이미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는 아이유와 박지훈이다. 어쩌면 안주할 수도 있는 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경에는 '연기'라는 장르에 대한 순수한 갈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유와 박지훈에게 있어 배우라는 역할의 무게감은 여타 배우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이유와 박지훈은 거침없이, 다만 너무 성급하지 않게 뚜벅뚜벅 연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아닌 '아이돌 평정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는 무색해진 지 오래다. 일찌감치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아이돌 1세대들이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기반을 닦았고, 뒤를 이은 후배들도 나름의 성과를 냈다. 요즘엔 웬만한 아이돌은 데뷔 전부터 꾸준하게 레슨을 받기 때문에 예전만큼 '발연기' 논란도 많지 않은 편이다.
배우로 영역을 확장한 아이돌의 연기력은 이미 상향 평준화됐다. 그중에는 기대 이상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연기에 감을 잡은 아이돌은 감정 표현이 더 뛰어나다는 시각도 있고, 오히려 거대 팬덤을 보유한 덕에 작품 흥행에도 보탬이 된다.
이쯤 되니 영화 관계자들도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색안경을 벗는 추세다. 더 나아가서는 눈에 불을 켜고 탐내는 재목들도 있는데, 그 주인공으로 가수 아이유와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을 꼽을 수 있다.
KBS 2TV '드림 하이'로 연기 데뷔한 아이유는 tvN '나의 아저씨'를 기점으로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불거졌던 연기력 논란을 깨끗하게 씻어내며 연기에 물오른 아이유는 2019년 '페르소나', 2021년 '아무도 없는 곳' 등 독립영화 위주였던 필모그래피에 '브로커'를 추가하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상업영화 데뷔작 '브로커'에서 아이유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렸다가 다시 찾으러 간 미혼모 소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아이유는 겉으론 냉소적이지만 내면에는 뜨거운 모성애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미혼모 연기로 영화배우로서 유의미한 도약을 이뤘다. 그 결과 지난해 제27회 춘사영화제, 42회 영평상에서 신인 여우상 2관왕의 기쁨도 누렸다.
아이유는 올해 개봉을 예정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을 통해 스크린 행보를 이어간다. 배우 박서준과 호흡을 맞추게 된 아이유는 이 작품에서 급조된 축구 대표팀이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방송국 PD 이소민 역을 맡았다. 특유의 유머 코드가 돋보이는 이 감독의 연출과 아이유의 연기가 어떻게 조화를 이뤘을지 기대를 모은다.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며 여심을 훔친 박지훈은 7살 때 MBC '주몽'으로 데뷔한 아역 배우 출신.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접했던 덕에 기본기가 탄탄하다. 2017년 보이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한 이후 원래 꿈이었던 연기에도 욕심내며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카카오tv '연애혁명', KBS 2TV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에서 주연으로 호연을 펼쳐 주목받았다. 연기 변신을 꾀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을 통해서다. 박지훈은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이지만, 학교 폭력에 휘말리게 되면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연시은 역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박지훈은 탁월한 눈빛과 액션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훌륭하게 그려내며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박지훈의 '약한영웅'은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충무로는 이런 박지훈의 저력을 알아봤다. 박지훈은 올해 개봉 예정인 이영국 감독의 영화 '오드리'로 충무로 데뷔를 확정했다. '오드리'는 엄마가 너무도 애틋한 아들이 엄마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겪으면서 마주하는 희망을 그린 영화. 박지훈은 아들 강기훈 역을 맡았으며, 엄마 역의 김정난과 호흡을 맞췄다. 박지훈이 기억을 잃고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기훈의 세밀한 내면을 어떻게 그려낼지 관전 포인트다.
가수로서도 이미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는 아이유와 박지훈이다. 어쩌면 안주할 수도 있는 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경에는 '연기'라는 장르에 대한 순수한 갈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유와 박지훈에게 있어 배우라는 역할의 무게감은 여타 배우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이유와 박지훈은 거침없이, 다만 너무 성급하지 않게 뚜벅뚜벅 연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아닌 '아이돌 평정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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