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현의 자발적 백수 선언이 많은 이들에게 현실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가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쉼표 같은 드라마로 포문을 열었다. 서정적인 대사, 아름다운 화면, 감성적인 음악,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첫 방송 후 열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치열하게 살아온 여름(김설현 분)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부르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보는 이들의 마음 속을 들어왔다 나온 것만 같은 여름의 내레이션은 극의 깊이를 더했다. 많은 호응과 응원을 이끌었던 여름의 ‘공감-후련-힐링’ 장면을 ‘아하아’ 속 여름의 대사들과 함께 모아봤다.
# 회사-집-회사-집…번아웃 직장인 여름의 공감 일상
극 중 여름은 입시, 취업 등을 거친 평범한 20대 직장인으로 등장했다. 이리저리 치이는 직장 생활, 남자친구와의 이별,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힘든 일이 겹친 여름이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출근을 한다. 퇴근을 한다. 출근. 다시 퇴근.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뛰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다’ 등 내레이션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내 이야기인가?’라는 반응을 모으기도 했다.
# 오직 나를 위한 선택을 한 여름 “나 회사 안가”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 여름은 다른 세상을 발견했다. 출근 지하철에서 눈을 돌려보니 벚꽃이 휘날리고 있던 것. 서울과 반대편으로 가는 평일 오전 지하철로 환승한 여름은 이전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나 회사 안가”라고 말한 여름은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직장 상사에게 터뜨리며 후련하게 퇴사를 선언했다. ‘그동안 나는 얼이 빠져 살았다. 낙오하지 않으려고 욕먹지 않으려고 죽을 듯이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보니 나를 가장 심하게 욕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라고 깨닫는 여름의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에게 역시 삶의 질문을 던졌다.
# N회차 돌려보고 싶은 여름의 ‘인생 파업’ 선언
서울 생활을 정리한 여름은 배낭 하나만 메고 아무 연고도 없는 바닷가 마을 안곡으로 왔다. 벚꽃길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화면은 힐링 그 자체였다. 여름이 바다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월급 238만원. 그동안 나의 시간과 맞바꿔온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쓰기로 한다’,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인생 파업이다’라고 말하는 여름의 내레이션은 앞서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던 여름의 모습과 대비됐고, 그래서 더 짜릿함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 계속 돌려보고 싶다’라며 호응을 보냈다.
이러한 여름의 선택을 두고, 이윤정 감독은 “겉으로는 패배하는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겠다’는 선택은 어쩌면 가장 공격적인 선택인 것 같다”라며,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겠다는 여름의 시도가 앞으로 어떻게 드라마에서 그려질지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편,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3회는 오는 28일 평소보다 10분 이른 밤 9시 10분 방송된다. 지니 TV, seezn(시즌)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유정민 텐아시아 기자 hera2021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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