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김태호,부루마불 여행 예능서 우주 프로젝트 가동
'놀면 뭐하니', 점점 짙어지는 '무도'의 색체
유재석, 김태호 PD./사진=텐아시아DB, 티빙제공
유재석, 김태호 PD./사진=텐아시아DB, 티빙제공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오랜 파트너였던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떠나 콘텐츠 제작사를 차린 김태호 PD는 전 세계를 무대로 '우주'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실현하는 반면, '놀면 뭐하니'에 남은 유재석은 과거 '무한도전'의 형식을 반복하며 추억에 빠진 듯한 모양새다.

김태호 PD는 최근 티빙 '서울체크인'에 새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세 명의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와 함께 현실판 '부루마불'을 진행하는 여행 예능. 지난 20일 'TEO'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부루마불 세계여행' 티저 영상에는 크리에이터들과 김태호 PD가 미팅을 가지는 모습이 담겼다.
유튜브 채널 ‘TEO’ 캡처
유튜브 채널 ‘TEO’ 캡처
'부루마블'은 세계 주요 도시에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설정의 보드게임. 김태호 PD는 "서울에서 출발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면서 각자 여행 콘텐츠를 찍어 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누적 조회수 1위의 주인공에게 '우주여행'의 기회를 준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웠다.

제작사를 설립한 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에서 세계 일주에 우주여행까지 도전하는 건 그야말로 파격적인 도전인 셈. 그런데도 김태호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6년 전 '무한도전'에서도 야심 차게 진행하다 불발된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재가동시켰기 때문이다.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당시 '무한도전' 팀은 러시아 유리 가가린 우주비행사 훈련센터까지 가서 훈련받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우주 프로젝트가 무산된 채 폐지를 맞았다.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신의 제작사에서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은 채 다시금 부활시킨 그의 뜻은 이제 유재석, 박명수 등 '무한도전'이 아닌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이어받게 됐다.

여기에 '부루마불 세계여행'은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설계한 보드게임판으로 진행, 33개국을 무작위로 방문하며 이들이 가기 싫어하는 지역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무인도 체류와 황금열쇠 등 재밌는 예능 장치도 추가돼 보는 재미와 함께 예능적인 재미 역시 놓치지 않을 예정.

이렇듯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콘텐츠에 이태경 PD, 정종연 PD까지 품으로 제작 역량까지 강화한 김태호 PD는 제작사 설립 10개월 만에 100억 투자유치 성공, 1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반면 유재석이 주축이 되어 이끄는 '놀면 뭐하니'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 '부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놀면 뭐하니'는 현재 '무한도전' 우려먹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김태호 PD가 떠나고 7인 체제로 변경한 '놀면 뭐하니'는 휴식기 이후 첫 에피소드부터 '무한도전'에서 선보였던 '명수는 열두 살' 에피소드를 연상케 하는 시골 학교 콘셉트로 신선함을 안기지 못했다. '무한도전'에서 오랜 시간 봐왔던 콩트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후에는 대놓고 '무한도전'과 세계관을 연결했다. 바로 무한상사 콘셉트 재탕인 'JMT(Joy&Music Technology)'이었다. 이는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서 유재석 부장이 20년 넘게 다닌 무한상사에서 사표를 내고 이직한 회사라는 설정으로 대놓고 '무한도전'을 끌고 왔다. 여기에 꼰대 상사와 눈치 보는 직원들의 모습, 뮤지컬 설정까지 너무나도 똑같았다.

'무한도전'의 잔해를 반복하는 유재석과 '무한도전'에서 해내지 못한 것을 시도하는 김태호 PD의 극과 극 행보. '놀면 뭐하니'의 계속되는 '무도' 따라 하기는 프로그램의 추락만을 앞당길 뿐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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