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까까오톡》
KBS '태종 이방원' 올해 방심위 최다 민원, 말 학대 논란에 큰 파장
'살림남2' 포경 장면에 비난 쇄도
'태종 이방원', '살림남2' 방송 화면./사진제공=KBS
'태종 이방원', '살림남2' 방송 화면./사진제공=KBS
《태유나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올해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프로그램 1, 2위에 나란히 이름 올리는 불명예에 안았다. 이는 인권과 학대 등의 문제에 가장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일. 수신료 폐지 요구가 쏟아지는 이유에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

지난 12일 공개된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총 944건 접수된 프로그램은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월 1일 방송분으로, 달리던 말이 공중에 뜬 채 그대로 고꾸라지며 배우가 낙마하는 것이었다.
'태종 이방원' 동물 학대 장면
'태종 이방원' 동물 학대 장면
당시 '태종 이방원' 제작진은 해당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의 뒷발에 올가미를 씌우고 전력 질주하게 해 강제로 쓰러뜨렸다. 외견상 부상이 없어서 돌려보냈다는 제작진 말과 달리 말은 촬영 1주일 뒤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변명의 여지 없는 동물 학대다. 실제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낙마 장면을 촬영할 수 있음에도 말의 안전이나 생명은 존중하지 않았다. 문제의 장면이 알려지자 논란을 넘어 불매 운동 및 드라마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말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쓰러트리는 방식의 현장 촬영 영상을 공개하면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태종 이방원' 포스터./사진제공=KBS
'태종 이방원' 포스터./사진제공=KBS
특히 KBS가 동물을 학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용의 눈물'에서는 노루를 기절시킨 뒤 바닥에 던졌고, '정도전'에서도 '태종 이방원' 속 말과 똑같이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 제작진의 낮은 윤리의식 민낯은 거듭된 사과에도 용서될 수 없는 지점이다.

'태종 이방원' 다음으로 민원 접수가 많았던 프로그램 역시 KBS라는 점은 부끄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에서 미성년자 남학생들의 단체 포경수술 장면을 방송에 적나라하게 내보낸 것과 관련해 143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
사진=KBS '살림남2' 방송 화면.
사진=KBS '살림남2' 방송 화면.
지난달 9월 방송된 '살림남2'에서 전 프로야구 선수 홍성흔은 아들과 그의 친구들을 데리고 비뇨기과를 방문했고, 아이들의 포경수술을 차례로 진행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수술대 위에 누운 모습과 수술 과정을 희화화하는 자막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아동 인권, 남성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됐다.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설득으로 수술받게 하는 건 성희롱, 아동 학대라는 주장까지 일었다.

제작진의 사과 역시 회피와 변명에만 급급한 모양새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에 공영방송 KBS를 향한 비난 역시 쇄도했다. 또 KBS는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심의 규정 중복 위반으로도 가장 많이 적발됐다. 심의 규정 조항 중 제47조 '간접광고'를 중복으로 위반한 사례가 10건이나 달했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불거지면 책임감을 가지겠다는 허울뿐인 말로 일관하는 KBS. 사과 이전에 부끄러운 모습부터 뒤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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