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불행 배틀'로 시청자 관심 끄는 예능과 출연자들
오은영 조언이 힘 발휘 못하는 '오은영 리포트'
지연수, "창업 하고 싶다"더니 거짓 방송 의혹
'펜트하우스' 낸시랭 "빚만 없으면 좋겠다"
'진격의 할매' 조민아 "기저귀값 부담"
기획 의도 잊고 '나쁜 예능'으로 퇴색
'불행 배틀'로 시청자 관심 끄는 예능과 출연자들
오은영 조언이 힘 발휘 못하는 '오은영 리포트'
지연수, "창업 하고 싶다"더니 거짓 방송 의혹
'펜트하우스' 낸시랭 "빚만 없으면 좋겠다"
'진격의 할매' 조민아 "기저귀값 부담"
기획 의도 잊고 '나쁜 예능'으로 퇴색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힘들다고 터놓는 것이 아닌 누가 더 힘든가를 따지는 '불행 배틀'은 결국 불행을 심화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예능 속 출연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고 위로와 공감, 해결책을 얻기 보다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 불행하다는 점을 부각해서 '동정표'를 얻으려고 안달 나있다. '불행 배틀'을 즐기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이를 통해 화제성을 키우려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긴다.
최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9년째 월급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는 남편으로 인해 살림과 생활비 모두 아내가 책임지고 있는 부부가 출연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전세 사기를 당한 데다 아내 몰래 대출을 받았고, 회사에서 가불까지 받은 상황. 오은영은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고 부모가 보호자 역할을 해주지 않아도 될 때 남편이 똑같다면 그때는 이혼하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부부인 '개미' 남편과 '베짱이' 아내 사연도 충격을 안겼다. 남편은 지나치게 허용적이고, 아내는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 또한 아내는 1년간 소비 금액이 0원에 가깝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궁핍한 부부의 모습 같다"며 "시장에서 아내는 영유아다. 성인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 리포트'는 고민이 있는 의뢰인들에게 솔루션을 주긴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 '해결'보다는 '사연 캐내기'에 점점 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이다. 오은영의 솔루션 타임은 짧고 그의 조언도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는 건 '부부들의 극한 상황'이다. KBS2 '자본주의학교'의 지연수는 동정표 얻기에 여념이 없다. 일라이와 이혼 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연수는 '생계유지'를 창업 희망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혼 후에 처음 했었다"며 "자금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그때는 자신감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책임져야 하는 아이도 있지만 우리 가족도 소중하지 않나. 그 지원군들의 힘을 얻어서 자신감 하나는 충만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저는 기댈 데가 없다. 그런 사람한테는 아무도 못 이기는 것 같더라. 의지만 있어도 안 되고, 생각만 있어도 안 된다. 실전에서 내가 망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다 해본 다음에 망하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저는 결혼생활도 그랬다. 그 만큼 후회 없이 부딪쳐 보고 싶다"고 창업 면접에서 자신을 어필했다.
지연수는 심지어 거짓 방송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자본주의학교' 시청자 게시판에 지연수에게 2009년부터 6년간 금전적인 도움을 줬으나, 지연수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기 때문. 지연수 소속사는 "작성자와 경제적인 문제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맞고소 상태로 법적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연수의 방송에서 발언이 진정성을 잃은 이유다. 채널A '펜트하우스'에서도 출연자들의 '딱한 상황'이 언급됐다. 낸시랭은 "사채 이자만 월 600만 원씩 낸 지 2년 됐다.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은 400만 원을 내고 있다"며 돈이 필요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에 김보성이 "예전에는 (빚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고 공감하자 낸시랭은 "나도 빚만 없으면 좋겠다"며 괴로워했다.
채널S '진격의 할매' 역시 '할매들의 매운맛 상담소'라는 기획 의도에서 점차 멀어지며 '고민의 매운맛'에만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가 출연해 이혼 소송 중이며 싱글맘을 준비 중이라고 고백했다. 조민아는 "제가 걱정되는 부분은 원래 나는 아이를 3살 때까지 가정교육을 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아기 기저귀값도 부담된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숨 쉬는 것 빼고 다 돈이지 않나"라며 생활비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이 앞에서 한 번도 운 적이 없다"며 "아이를 위해서 뭐든 해야겠더라. 제 발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 살고 싶다고 했다"고 치료 이력까지 언급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선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경제생활 관찰을 통해 자본주의 생존법을 알려주겠다는 '자본주의학교',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고민을 나눠보겠다는 '오은영 리포트', 인생 후배들을 위한 도합 238살 인생 선배들의 토크쇼 '진격의 할매', 인생 역전 서바이벌 '펜트하우스'까지. '착한 예능'에서 시작했지만 그 의미는 퇴색되고 자극만 추구하는 '나쁜 예능'의 길을 가고 있다. 누가 누가 더 불행한지, 누가 누가 더 슬픈지, 누가 누가 더 고통스러운지, 예능 프로그램들은 과한 경쟁에 휘말려 '불행의 1인자'를 가리려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할 때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힘들다고 터놓는 것이 아닌 누가 더 힘든가를 따지는 '불행 배틀'은 결국 불행을 심화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예능 속 출연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고 위로와 공감, 해결책을 얻기 보다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 불행하다는 점을 부각해서 '동정표'를 얻으려고 안달 나있다. '불행 배틀'을 즐기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이를 통해 화제성을 키우려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긴다.
최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9년째 월급 명세서를 공개하지 않는 남편으로 인해 살림과 생활비 모두 아내가 책임지고 있는 부부가 출연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전세 사기를 당한 데다 아내 몰래 대출을 받았고, 회사에서 가불까지 받은 상황. 오은영은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고 부모가 보호자 역할을 해주지 않아도 될 때 남편이 똑같다면 그때는 이혼하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부부인 '개미' 남편과 '베짱이' 아내 사연도 충격을 안겼다. 남편은 지나치게 허용적이고, 아내는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 또한 아내는 1년간 소비 금액이 0원에 가깝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궁핍한 부부의 모습 같다"며 "시장에서 아내는 영유아다. 성인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 리포트'는 고민이 있는 의뢰인들에게 솔루션을 주긴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 '해결'보다는 '사연 캐내기'에 점점 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이다. 오은영의 솔루션 타임은 짧고 그의 조언도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는 건 '부부들의 극한 상황'이다. KBS2 '자본주의학교'의 지연수는 동정표 얻기에 여념이 없다. 일라이와 이혼 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연수는 '생계유지'를 창업 희망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혼 후에 처음 했었다"며 "자금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그때는 자신감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책임져야 하는 아이도 있지만 우리 가족도 소중하지 않나. 그 지원군들의 힘을 얻어서 자신감 하나는 충만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저는 기댈 데가 없다. 그런 사람한테는 아무도 못 이기는 것 같더라. 의지만 있어도 안 되고, 생각만 있어도 안 된다. 실전에서 내가 망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다 해본 다음에 망하는 게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저는 결혼생활도 그랬다. 그 만큼 후회 없이 부딪쳐 보고 싶다"고 창업 면접에서 자신을 어필했다.
지연수는 심지어 거짓 방송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자본주의학교' 시청자 게시판에 지연수에게 2009년부터 6년간 금전적인 도움을 줬으나, 지연수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기 때문. 지연수 소속사는 "작성자와 경제적인 문제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맞고소 상태로 법적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연수의 방송에서 발언이 진정성을 잃은 이유다. 채널A '펜트하우스'에서도 출연자들의 '딱한 상황'이 언급됐다. 낸시랭은 "사채 이자만 월 600만 원씩 낸 지 2년 됐다.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은 400만 원을 내고 있다"며 돈이 필요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에 김보성이 "예전에는 (빚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고 공감하자 낸시랭은 "나도 빚만 없으면 좋겠다"며 괴로워했다.
채널S '진격의 할매' 역시 '할매들의 매운맛 상담소'라는 기획 의도에서 점차 멀어지며 '고민의 매운맛'에만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가 출연해 이혼 소송 중이며 싱글맘을 준비 중이라고 고백했다. 조민아는 "제가 걱정되는 부분은 원래 나는 아이를 3살 때까지 가정교육을 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아기 기저귀값도 부담된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숨 쉬는 것 빼고 다 돈이지 않나"라며 생활비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이 앞에서 한 번도 운 적이 없다"며 "아이를 위해서 뭐든 해야겠더라. 제 발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 살고 싶다고 했다"고 치료 이력까지 언급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선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경제생활 관찰을 통해 자본주의 생존법을 알려주겠다는 '자본주의학교',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고민을 나눠보겠다는 '오은영 리포트', 인생 후배들을 위한 도합 238살 인생 선배들의 토크쇼 '진격의 할매', 인생 역전 서바이벌 '펜트하우스'까지. '착한 예능'에서 시작했지만 그 의미는 퇴색되고 자극만 추구하는 '나쁜 예능'의 길을 가고 있다. 누가 누가 더 불행한지, 누가 누가 더 슬픈지, 누가 누가 더 고통스러운지, 예능 프로그램들은 과한 경쟁에 휘말려 '불행의 1인자'를 가리려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할 때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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