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사진=텐아시아 DB
박찬욱 감독/사진=텐아시아 DB
6년 만에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이 아쉬운 성적표를 떠안았다. 개봉 한 달 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감독상을 받으며 흥행 기대감을 높였기에 부진이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이 영화로는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들고나온 작품.

일찍이 칸 감독상이라는 영예를 안았기에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제2의 기생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68만명을 기록했다.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일 관객 수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사진=텐아시아 DB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사진=텐아시아 DB
'헤어질 결심'의 손익분기점은 약 120만명 정도다. 지금 추세라면 100만 돌파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박 감독의 전작인 '올드보이'(326만 명)와 '아가씨'(428만 명), '친절한 금자씨'(365만 명), '박쥐'(223만 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양상. 총 135억여원을 들여 만들었음에도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답게 세심한 미장센을 보여줬지만 결국 불륜을 미화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용의자와 사랑에 빠진 형사 관계가 불륜이라는 점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후기도 있다.
/보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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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물의 심리를 아름답게 다뤄도, 산·바다·안개·공간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나와도 결국 모든 건 불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불륜 서사가 '헤어질 결심' 러닝 타임 내내 이뤄지니 불편함이 느껴진 관객들이 많아 보인다.

반면 국내 팬들은 영화표 값(CGV 기준)이 1만5000원인 시대에 '탑건: 매버릭'('탑건') '토르: 러브 앤 썬더'('토르') 등 시청각이 화려한 영화에는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전설의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 피트 미첼 대령(톰 크루즈)의 이야기를 담은 '탑건'은 흥행 고공행진 중이다. '탑건'은 개봉 4일째 100만, 개봉 8일째 200만, 개봉 12일째 300만, 개봉 18일째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주적 위협에 맞서는 마블의 코스믹 엔터테이닝 블록버스터인 '토르' 역시 개봉 4일째인 9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이후 전체 예매율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보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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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들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 미국 영화들의 선전은 '헤어질 결심'의 약세를 불러온 셈이다.

여기에 대작인 '외계+인'과 '한산: 용의 출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외계+인' 역시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등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산: 용의 출현'('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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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탑건' '토르'와 다가오는 여름 대작 '외계+인' '한산' 속에서 '헤어질 결심'의 최종 성적표가 궁금하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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