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리얼리티 예능'으로 소비되는 성 소수자
'다양성(性) 커플' 이야기, 편견 없앨까
사진제공=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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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이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웹예능 '메리 퀴어'가 웨이브에서 론칭됐다. '다양성(性)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았다는 해당 방송은 '존중한다'는 따뜻한 시선과 '불편하다'는 부정적 반응이 뜨겁게 엇갈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국내 최초로 성 소수자들을 소재로 한 예능이 탄생했다는 것. 남남 커플, 여여 커플,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의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겨졌던 '비주류'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인 소수의 사랑에 귀 기울인다." '메리 퀴어'의 제작 의도는 이렇게 소개된다. 성 소수자들에 대해 "비록 소수지만,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우리 사회의 구성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다.
사진제공=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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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걱정스러운 시선이 뒤따른다. 개인의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에 대한 의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소수자를 대변하는 시도가 화제성을 필수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소비돼야 한다는 점은 자칫 폭력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는 광고를 통해 '목젖 있는 여성'으로 세상에 공개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다른 이의 목젖을 CG로 합성해 놓은 것. 해당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하리수. 이는 명백한 폭력이다.

홍석천 역시 비슷한 시대에 연예계 최초 커밍아웃을 하며 충격을 안겼다. 당시 이들을 향한 시선은 신기한 대상을 바라보는 '호기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년간 이들은 대중의 관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사회 분위기도 점차 달라졌다.

편견을 깨려는 시도에는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다양성(性)'을 '연애 리얼리티'라는 예능 소재로 풀어낸 '메리 퀴어'의 방향에 따라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은 '목젖 있는 여성'을 바라보던 20년 뒤로 돌아갈지, 앞으로 나아갈지 갈리기 때문.
사진제공=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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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는 이달 동성애를 소재로 한 웹 예능을 또 한편 공개한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남의 연애'는 동성애자 남성들이 한 집에 입주해 연애 상대를 찾는 데이팅 프로그램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 역시 '국내 첫'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성 소수자를 소재로 한 '첫 시도'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제작진의 반복적인 태도는 시청률을 위한 '화제성'을 노린다는 인상을 풍긴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는 설명에 대한 신뢰를 반감시킨다.

단순 화제성을 위한 소재 선택이 아니라면, 출연진 보호는 필수다.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가 편성된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OTT 서비스. OTT라는 플랫폼이 가진 힘은 퀴어 문화가 대중에게 소개될 수 있는 결정적 배경이 된다. 절대다수가 아닌 선택적 시청자를 모은다는 점은 제작진이 어느 정도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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