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웨이브, 성소수자 예능 '메리 퀴어', '남의 연애' 잇달아 론칭
'메리 퀴어', '남의 연애' 로고./사진제공=웨이브
'메리 퀴어', '남의 연애' 로고./사진제공=웨이브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또 하나의 파격적인 연애·관찰 예능이 베일을 벗는다. 그간 돌싱남녀의 만남부터 이혼 부부의 재회, 10대 부모의 일상 등의 소재들이 쏟아진 가운데, 이번에는 남녀 간 이성 로맨스를 넘어 성소수자 로맨스가 예고된 것. 최근 방송계에서 BL 드라마와 같은 퀴어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며 동성애에 대한 벽이 낮아진 틈새를 노린 것이지만, 드라마와 예능은 다른 법.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마냥 따스하지만은 않은 상황 속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웨이브는 오는 7월 성(性) 다양성에 기반한 예능 '메리 퀴어'와 '남의 연애'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메리 퀴어'는 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성 소수자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은 커밍아웃 로맨스 예능으로, 동거 중인 게이와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커플의 일상을 담는다. '커밍아웃 1호 연예인' 홍석천이 신동엽, 하니(안희연)과 함께 MC에 나선다. '남의 연애'는 동성에게 끌리는 남자(게이)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은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이는 최근 OTT를 타고 대중적인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BL(Boy's Love) 물에 연애 리얼리티 콘텐츠를 접목해 만든 것으로, 성소수자들의 생생한 일상과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예능의 장르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사진='시맨틱 에어', '나의 별에게' 포스터.
사진='시맨틱 에어', '나의 별에게' 포스터.
실제로 요즘 2040 여성들 사이에서는 남자들끼리 입을 맞추고 하룻밤을 보내는 등의 BL 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잘생기긴 남자 주인공들이 나와 설레는 연애를 하는 모습이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해주기 때문.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BL 물이 대중적인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과 억압 등의 심각한 내용보다 청춘 멜로물에 가깝게 그려졌기에 가능했다.

대표작 가운데 배우 박서함, DKZ 재찬이 주연을 맡은 왓챠 '시맨틱 에러'는 공개 이후 왓챠 내 시청률이 급상승,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BL 붐'을 일으켰고, 배우 손우현, 김강민 주연의 '나의 별에게' 역시 뜨거운 인기로 넷플릭스에 입성, 시즌2는 티빙으로 자리를 옮겨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를 연기하는 드라마와 달리 여전히 실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자체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완벽히 지우지 못한 상황. 이에 성소수자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다루는 예능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크다.
사진=트렌스젠더토크쇼 'XY그녀'
사진=트렌스젠더토크쇼 'XY그녀'
특히 2012년 KBS Joy는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집단 토크쇼 'XY그녀'를 선보였지만, 1화 방송이 끝나자마자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집단으로 방송국에 항의를 쏟아내 일주일 만에 '영구 방영 중단' 상태에 놓이며 첫 회로 막을 내리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태원 클라쓰', '마인' 등 종편·케이블 드라마에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바. 성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넓어진 상황에서 이들의 예능 역시 통할 수 있을까. 웨이브의 파격적인 도전이 K-예능의 한 획을 긋는 승부수가 될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자충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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