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김홍선 감독 "한국만의 이야기+캐릭터 만들고 싶었다"
유지태 "피해 주면 안 된다는 빌런 역할은 처음"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 '오겜'에선 초록옷+'종이의 집'에선 빨간옷 "신호등"
김홍선 감독 "한국만의 이야기+캐릭터 만들고 싶었다"
유지태 "피해 주면 안 된다는 빌런 역할은 처음"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 '오겜'에선 초록옷+'종이의 집'에선 빨간옷 "신호등"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스페인의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이 한국에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한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분단국가라는 한국만의 배경과 한국만의 정서,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블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홍선 감독, 류용재 작가와 배우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덴버 역), 장윤주, 이주빈, 이현우, 김지훈(헬싱키 역), 이규호가 참석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페인 작품이 원작인 이번 시리즈는 1945년 광복 후 분단된 한반도가 2026년 통일을 앞두고 있다는 설정으로 한국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극 중 남북은 서로를 갈라놓았던 군사분계선 위 비무장지대에 자유로운 왕래와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가상의 공동경제구역을 설정하고 남북의 공동 화폐를 만들어내는 통일 조폐국을 세웠다. 그 가운데 조폐국에서 4조 원을 훔치려는 대담하고 독창적인 강도단과 이들을 막으려는 남북 합동 대응팀(TF팀)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그려진다. 류용재 작가는 "처음 스페인 원작 시즌 1, 2가 방영됐을 때 작품을 인상적으로 봤다. 작품의 빅팬이 된 입장에서 이 작품을 꼭 리메이크하고 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다 보니 하고 싶다고 판권을 사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원작자가 허락해줘야 했다. 우리만의 한국적 이야기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원작자에게 보여주고 넷플릭스와도 상의한 끝에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홍선 감독은 "2018년에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됐다.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고 재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류 작가는 "원작은 생동감 넘치고 매력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답습하게 될 거다. 바꾸기보다는 한국판만의 이야기 틀 속에서 인물들을 배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인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게 떠올랐고 변주를 주게 됐다. 한국판만의 강도단을 만들기까지는 배우들과 인터뷰하고 캐릭터들에 대해 딥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렇게 발전시켜나가면서 우리만의 강도단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윤진은 "워낙 유명한 원작이라 만들어도 되나 싶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원작의 매력에 한국만의 특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유지태는 "워낙 팬덤이 강한 드라마지만 훌륭한 스토리는 어디서도 통할 거라 생각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는 건 스마트함 아니겠나. 우리들만의 매력과 해학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이 상황을 우리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볼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남북의 상황을 미래로 내다보고 그 미래에 설정을 두면 이런 이야기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세계적으로 다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했다. 남북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미래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희망적으로 담아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유지태는 남북 공동경제구역 조폐국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계획한 교수 역을 맡았다. 김윤진은 대한민국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협상팀장 선우진 경감을 연기했다. 박해수는 악명 높은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 출신의 수배범 베를린 역으로 등장한다. 전종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북한 이주 노동자이자 강도단에 합류한 도쿄 역을 맡았다. 이원종은 광부 출신으로 남한 최초 땅굴 은행털이범인 모스크바를 연기했다. 김지훈은 길거리 싸움꾼 출신으로, 모스크바의 아들 덴버로 분했다.
유지태는 "빌런 역할을 많이 맡아왔는데 범죄를 저지르면서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캐릭터는 처음이다. 이런 설정 자체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헤드쿼터에서 전체를 관망하고 지시하고, 만나는 장면에서는 설명을 잘 해야 한다. 강도단에게도 설명을 잘 해야 하지만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해야 해서, 성우처럼 잘 전달해야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교수와 공통점이 '그 누구도 해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력적으로 강제적으로 일을 마치려 하지 않고 아이디어로 이 일을 해결하려는 인물이다. 밖에서는 싱글맘이자 양육권 소송 중인 인물이다. 선우진을 제일 힘들 게 하는 건 어머니께서 알츠하이머로 아픈 와중에 이 큰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윤진은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으로 국제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은 배우. 김윤진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꿈같다. 저는 오래 전에 혼자서 왜 거기까지 가서 고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 K콘텐츠가 각광받는 만큼 한국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과 촬영해도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 콘텐츠가 다양한 국가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이 열풍이 계속 이어져서 새로운 인물들이 전 세계적으로 소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등 넷플릭스 다수의 작품에 출연을 하면서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초록색 체육복을, '종이의 집'에서는 빨간색 점프수트를 입은 박해수는 "약간 신호등 같기도 하다. 노란색…"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또한 "제가 통제된 공간 안에서 하는 작품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단벌을 입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북한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여러 가지 리허설 준비를 많이 해줘서 다같이 준비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와서 (사투리를) 검수해줬고, 후반으로 갈수록 익숙해졌고 녹음해서 검수받고 했다"고 전했다.
전종서는 "(대본을 받고) 당연히 도쿄 역일 거라 생각했다. 리메이크된 도쿄는 원작과는 제일 많이 다른 캐릭터다. MZ세대이고 20대들의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이 반영돼 있고 가장 순수하다. 교수의 이념을 믿기 때문에 탈선하지 않고 안정성을 추구한다. 목표점 하나만을 보고 모두를 끌고 가려고 한다. 사고 치지 않는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한 "제 나이대 그 시기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왔다고 생각한다. '종이의 집'을 만나게 됐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독님이 구체적 지시를 주셨다. 혼자만의 독보적 연기를 가져가는 느낌보다는 많은 배우들과 다양한 캐릭터가 하모니가 이뤄질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강도단이 자유를 상징하는 달리 마스크를 썼다면 한반도의 강도단은 한국의 전통탈인 하회탈을 썼다. 박해수는 "스페인에서는 달리 가면을 써서 자유를 상징하게 했고, 우리나라는 하회탈을 썼다. 하회탈이 가진 해학 등 그런 면이 좋았다. 많은 배우들이 탈을 썼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도 좋았다. 하회탈이 위, 아래, 측면에서 볼 때 각각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실제로 봤을 때 놀랐고, 무표정이 아니라 웃고 있는 표정을 보고 기괴하기도 했다. 동시다발적인 느낌이 강렬했다"고 밝혔다. 박명훈은 한반도 통일 조폐국의 국장으로, 부하 직원 윤미선과 불륜 관계인 조영민 역을 맡았다. 김성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보안성 차무혁 대위를 연기했다. 장윤주 위조 전문가 나이로비 역으로 등장한다. 이주빈이 연기한 윤미선은 한반도 통일 조폐국의 경리 담당 직원으로, 불륜 관계인 국장 조영민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다. 이현우는 경찰이 추적 실패한 미제 해킹 사건의 범인으로 도쿄에서 호감을 가진 리우 역을 맡았다. 김지훈이 연기한 헬싱키와 이규호가 연기한 오슬로는 극 중 단짝으로, 각종 화기와 폭발물, 특수군사 장비를 섭렵한 인물들이다.
박명훈은 작품 개발 초반에 이미 섭외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류용재 작가는 "'기생충’ 이후였다. 술자리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보게 됐고, 실제로는 착하고 좋은 분인데 그런 얼굴을 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역할이 있다고 초반에 제안드렸을 때 '좋다'고 했고, 2년 후에 정식으로 제안했을 때는 그 기억을 못하시더라"며 웃었다. 박명훈은 "2년 뒤에 제안 주셨을 때, 저 작가님은 술만 드시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성오는 함께 연기한 김윤진에 대해 "엄마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 만큼 편하고 호흡이 좋았다는 것. 김윤진이 "누나, 누나"라고 하자 김성오는 "솔직히 저는 누나보다 엄마를 좋아한다"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훈은 "여태까지 작품을 많이 했지만 작품에서 만난 아버지 중 저를 친아들처럼 가장 아껴줬다. 저도 아빠의 무한한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되면서 친아빠처럼 뜨거운 감정이 연기할 때 자동적으로 샘솟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첫 촬영 때 벽이 폭발하면서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진짜 죽을 뻔했다. 사실적으로 나오다 보니 아빠한테 안기게 되더라. 듬직해서 안기기 편했다"며 부자 케미를 자랑했다.
장윤주는 "배우들이 다들 착하고 좋다. 나이로비도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다. 저도 공감력이 있는 사람이다. 저 때문에 즐겁지 않았냐"고 동료들에게 물어 웃음을 안겼다. 이어 "현장에서 캐릭터 영향도 받았고 저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을 제 작업실로 초대하기도 했다. 모니터 했을 때 좋았을 때 '너무 좋았다'고 얘기하는 편이다. 김윤진 선배에게도 전화 많이 드렸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드라마 안에서 강도단과 TF팀이 만나면 안 되지 않나. 만나는 장면이 한 번 있었을 때 번호를 교환했는데 지금도 문자하고 연락온다"며 장윤주의 붙임성을 칭찬했다.
이주빈은 "스페인 원작을 봤을 때 소재도 신선하고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만들면 어떨까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고 저도 역할을 맡게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현우는 리우 캐릭터에 대해 "밝고 때때로 철부지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강도단의 막내"라고 소개했다. 극 중 강도단 하회탈을 쓰면 더 힘이 났다는 이현우는 "하회탈을 쓰면 표정이 안 보이니 자신감이 생기고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빨간 옷을 입으면 통일감에서 오는 끈끈함이 있었다. 힘이 나고 에너제틱했다"고 전했다.
헬싱키 역의 김지훈은 "'내가 넷플릭스를?’이라며 제가 제일 놀랐고 주변에서도 '네가?’ 그랬다. 어머님, 아버님도 전 세계에 나간다고 하니 놀라셨다"고 전했다. 이규호는 "원작 자체가 유명하지 않나. 그래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단 자체가 영광스러웠다. 주변에서도 응원해줘서 영광이었다.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노력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판만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김 감독은 "케이퍼무비의 한 장르지만 색다른 캐릭터들이 나온다. 원작을 본 팬들이라면 이것이 한국판으로 만들어지니 어떻게 달라졌고 어떻게 한국적으로 변했는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꼽았다. 류 작가는 "원작이 가진 신박한 설정이나 재밌는 상황들이 많다. 거기에 남한과 북한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강도들끼리도, TF 안에 경찰들끼리도 긴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많은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다른 관점을 갖고 지켜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흥행을 거둔 '오징어게임'에 대적할 수 있는 작품이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오징어게임' 덕분에 우리가 앉아있는 것 같다. 우리가 잘 되면 뒤에 오는 분들에게 또 길을 열어주게 될 거다. 저도 좋아하고 즐겁게 본 작품이다. 우리 작품도 거기에 근접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해수는 "스페인 원작의 좋은 작품을 가지고 우리만 갖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배경 속 심리적 갈등 요소가 있다는 게 우리만의 차별점이다. 경쟁이라기보다 좋은 창작진, 아티스트가 먼저 간 길을 '오징어게임'도 따라갔고 '종이의 집'도 그럴 것이다.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기회가 더 오지 않겠나 싶다. 더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지태는 "1년간 최선과 열정을 다해 '종이의 집'을 만들었다. 우리가 어떤 점을 다르게 표현했는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김윤진은 "열정적으로 열심히 촬영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해수는 "보시면 충분히 차이점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종서는 "많은 기대와 사랑해달라"고 요청했다. 류 작가는 "원작이 빠에야라면 우리 작품은 볶음밥이다. 다른 매력이 있다. 팬들이 즐길거리가 많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하시고 이 축제를 즐겨달라"고 말했다. 장윤주는 "한국 콘테느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시점에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설정이 담긴 작품이 나온다는 게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이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아직 파트2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관심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블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홍선 감독, 류용재 작가와 배우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덴버 역), 장윤주, 이주빈, 이현우, 김지훈(헬싱키 역), 이규호가 참석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페인 작품이 원작인 이번 시리즈는 1945년 광복 후 분단된 한반도가 2026년 통일을 앞두고 있다는 설정으로 한국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극 중 남북은 서로를 갈라놓았던 군사분계선 위 비무장지대에 자유로운 왕래와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가상의 공동경제구역을 설정하고 남북의 공동 화폐를 만들어내는 통일 조폐국을 세웠다. 그 가운데 조폐국에서 4조 원을 훔치려는 대담하고 독창적인 강도단과 이들을 막으려는 남북 합동 대응팀(TF팀)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그려진다. 류용재 작가는 "처음 스페인 원작 시즌 1, 2가 방영됐을 때 작품을 인상적으로 봤다. 작품의 빅팬이 된 입장에서 이 작품을 꼭 리메이크하고 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다 보니 하고 싶다고 판권을 사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원작자가 허락해줘야 했다. 우리만의 한국적 이야기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원작자에게 보여주고 넷플릭스와도 상의한 끝에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홍선 감독은 "2018년에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됐다.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고 재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류 작가는 "원작은 생동감 넘치고 매력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그대로 따라가면 답습하게 될 거다. 바꾸기보다는 한국판만의 이야기 틀 속에서 인물들을 배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인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게 떠올랐고 변주를 주게 됐다. 한국판만의 강도단을 만들기까지는 배우들과 인터뷰하고 캐릭터들에 대해 딥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렇게 발전시켜나가면서 우리만의 강도단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윤진은 "워낙 유명한 원작이라 만들어도 되나 싶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원작의 매력에 한국만의 특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유지태는 "워낙 팬덤이 강한 드라마지만 훌륭한 스토리는 어디서도 통할 거라 생각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는 건 스마트함 아니겠나. 우리들만의 매력과 해학을 담았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이 상황을 우리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볼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남북의 상황을 미래로 내다보고 그 미래에 설정을 두면 이런 이야기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세계적으로 다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했다. 남북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미래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희망적으로 담아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유지태는 남북 공동경제구역 조폐국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계획한 교수 역을 맡았다. 김윤진은 대한민국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협상팀장 선우진 경감을 연기했다. 박해수는 악명 높은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 출신의 수배범 베를린 역으로 등장한다. 전종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북한 이주 노동자이자 강도단에 합류한 도쿄 역을 맡았다. 이원종은 광부 출신으로 남한 최초 땅굴 은행털이범인 모스크바를 연기했다. 김지훈은 길거리 싸움꾼 출신으로, 모스크바의 아들 덴버로 분했다.
유지태는 "빌런 역할을 많이 맡아왔는데 범죄를 저지르면서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캐릭터는 처음이다. 이런 설정 자체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헤드쿼터에서 전체를 관망하고 지시하고, 만나는 장면에서는 설명을 잘 해야 한다. 강도단에게도 설명을 잘 해야 하지만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해야 해서, 성우처럼 잘 전달해야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교수와 공통점이 '그 누구도 해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력적으로 강제적으로 일을 마치려 하지 않고 아이디어로 이 일을 해결하려는 인물이다. 밖에서는 싱글맘이자 양육권 소송 중인 인물이다. 선우진을 제일 힘들 게 하는 건 어머니께서 알츠하이머로 아픈 와중에 이 큰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윤진은 '로스트', '미스트리스' 등으로 국제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은 배우. 김윤진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꿈같다. 저는 오래 전에 혼자서 왜 거기까지 가서 고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 K콘텐츠가 각광받는 만큼 한국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과 촬영해도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 콘텐츠가 다양한 국가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이 열풍이 계속 이어져서 새로운 인물들이 전 세계적으로 소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등 넷플릭스 다수의 작품에 출연을 하면서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초록색 체육복을, '종이의 집'에서는 빨간색 점프수트를 입은 박해수는 "약간 신호등 같기도 하다. 노란색…"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또한 "제가 통제된 공간 안에서 하는 작품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단벌을 입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북한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여러 가지 리허설 준비를 많이 해줘서 다같이 준비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와서 (사투리를) 검수해줬고, 후반으로 갈수록 익숙해졌고 녹음해서 검수받고 했다"고 전했다.
전종서는 "(대본을 받고) 당연히 도쿄 역일 거라 생각했다. 리메이크된 도쿄는 원작과는 제일 많이 다른 캐릭터다. MZ세대이고 20대들의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이 반영돼 있고 가장 순수하다. 교수의 이념을 믿기 때문에 탈선하지 않고 안정성을 추구한다. 목표점 하나만을 보고 모두를 끌고 가려고 한다. 사고 치지 않는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한 "제 나이대 그 시기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왔다고 생각한다. '종이의 집'을 만나게 됐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독님이 구체적 지시를 주셨다. 혼자만의 독보적 연기를 가져가는 느낌보다는 많은 배우들과 다양한 캐릭터가 하모니가 이뤄질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강도단이 자유를 상징하는 달리 마스크를 썼다면 한반도의 강도단은 한국의 전통탈인 하회탈을 썼다. 박해수는 "스페인에서는 달리 가면을 써서 자유를 상징하게 했고, 우리나라는 하회탈을 썼다. 하회탈이 가진 해학 등 그런 면이 좋았다. 많은 배우들이 탈을 썼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도 좋았다. 하회탈이 위, 아래, 측면에서 볼 때 각각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실제로 봤을 때 놀랐고, 무표정이 아니라 웃고 있는 표정을 보고 기괴하기도 했다. 동시다발적인 느낌이 강렬했다"고 밝혔다. 박명훈은 한반도 통일 조폐국의 국장으로, 부하 직원 윤미선과 불륜 관계인 조영민 역을 맡았다. 김성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보안성 차무혁 대위를 연기했다. 장윤주 위조 전문가 나이로비 역으로 등장한다. 이주빈이 연기한 윤미선은 한반도 통일 조폐국의 경리 담당 직원으로, 불륜 관계인 국장 조영민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다. 이현우는 경찰이 추적 실패한 미제 해킹 사건의 범인으로 도쿄에서 호감을 가진 리우 역을 맡았다. 김지훈이 연기한 헬싱키와 이규호가 연기한 오슬로는 극 중 단짝으로, 각종 화기와 폭발물, 특수군사 장비를 섭렵한 인물들이다.
박명훈은 작품 개발 초반에 이미 섭외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류용재 작가는 "'기생충’ 이후였다. 술자리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보게 됐고, 실제로는 착하고 좋은 분인데 그런 얼굴을 끌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역할이 있다고 초반에 제안드렸을 때 '좋다'고 했고, 2년 후에 정식으로 제안했을 때는 그 기억을 못하시더라"며 웃었다. 박명훈은 "2년 뒤에 제안 주셨을 때, 저 작가님은 술만 드시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성오는 함께 연기한 김윤진에 대해 "엄마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 만큼 편하고 호흡이 좋았다는 것. 김윤진이 "누나, 누나"라고 하자 김성오는 "솔직히 저는 누나보다 엄마를 좋아한다"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훈은 "여태까지 작품을 많이 했지만 작품에서 만난 아버지 중 저를 친아들처럼 가장 아껴줬다. 저도 아빠의 무한한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되면서 친아빠처럼 뜨거운 감정이 연기할 때 자동적으로 샘솟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첫 촬영 때 벽이 폭발하면서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진짜 죽을 뻔했다. 사실적으로 나오다 보니 아빠한테 안기게 되더라. 듬직해서 안기기 편했다"며 부자 케미를 자랑했다.
장윤주는 "배우들이 다들 착하고 좋다. 나이로비도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다. 저도 공감력이 있는 사람이다. 저 때문에 즐겁지 않았냐"고 동료들에게 물어 웃음을 안겼다. 이어 "현장에서 캐릭터 영향도 받았고 저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을 제 작업실로 초대하기도 했다. 모니터 했을 때 좋았을 때 '너무 좋았다'고 얘기하는 편이다. 김윤진 선배에게도 전화 많이 드렸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드라마 안에서 강도단과 TF팀이 만나면 안 되지 않나. 만나는 장면이 한 번 있었을 때 번호를 교환했는데 지금도 문자하고 연락온다"며 장윤주의 붙임성을 칭찬했다.
이주빈은 "스페인 원작을 봤을 때 소재도 신선하고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만들면 어떨까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고 저도 역할을 맡게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현우는 리우 캐릭터에 대해 "밝고 때때로 철부지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차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강도단의 막내"라고 소개했다. 극 중 강도단 하회탈을 쓰면 더 힘이 났다는 이현우는 "하회탈을 쓰면 표정이 안 보이니 자신감이 생기고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빨간 옷을 입으면 통일감에서 오는 끈끈함이 있었다. 힘이 나고 에너제틱했다"고 전했다.
헬싱키 역의 김지훈은 "'내가 넷플릭스를?’이라며 제가 제일 놀랐고 주변에서도 '네가?’ 그랬다. 어머님, 아버님도 전 세계에 나간다고 하니 놀라셨다"고 전했다. 이규호는 "원작 자체가 유명하지 않나. 그래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단 자체가 영광스러웠다. 주변에서도 응원해줘서 영광이었다.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노력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판만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김 감독은 "케이퍼무비의 한 장르지만 색다른 캐릭터들이 나온다. 원작을 본 팬들이라면 이것이 한국판으로 만들어지니 어떻게 달라졌고 어떻게 한국적으로 변했는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꼽았다. 류 작가는 "원작이 가진 신박한 설정이나 재밌는 상황들이 많다. 거기에 남한과 북한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강도들끼리도, TF 안에 경찰들끼리도 긴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많은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다른 관점을 갖고 지켜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흥행을 거둔 '오징어게임'에 대적할 수 있는 작품이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오징어게임' 덕분에 우리가 앉아있는 것 같다. 우리가 잘 되면 뒤에 오는 분들에게 또 길을 열어주게 될 거다. 저도 좋아하고 즐겁게 본 작품이다. 우리 작품도 거기에 근접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해수는 "스페인 원작의 좋은 작품을 가지고 우리만 갖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배경 속 심리적 갈등 요소가 있다는 게 우리만의 차별점이다. 경쟁이라기보다 좋은 창작진, 아티스트가 먼저 간 길을 '오징어게임'도 따라갔고 '종이의 집'도 그럴 것이다.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기회가 더 오지 않겠나 싶다. 더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지태는 "1년간 최선과 열정을 다해 '종이의 집'을 만들었다. 우리가 어떤 점을 다르게 표현했는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김윤진은 "열정적으로 열심히 촬영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해수는 "보시면 충분히 차이점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종서는 "많은 기대와 사랑해달라"고 요청했다. 류 작가는 "원작이 빠에야라면 우리 작품은 볶음밥이다. 다른 매력이 있다. 팬들이 즐길거리가 많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하시고 이 축제를 즐겨달라"고 말했다. 장윤주는 "한국 콘테느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시점에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설정이 담긴 작품이 나온다는 게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이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아직 파트2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관심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