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언변으로 그토록 깐깐하다는 파트장 천덕규(김인권)를 마음대로 구워 삶고, 일 몇 시간이라도 더 따 내기 위해 동료들 감시는 기본, 천 가지 얼굴과 만 가지 꿍꿍이로 베스티드 미화원들을 손 바닥에 꽉 쥐고 있는 수자는 그야말로 실세 중 실세다. 그녀의 날카로운 레이더에 한번 걸린 순간 빠져 나오기란 힘들었고, “실수하는 거 내 눈에 딱 걸려봐 다 일러 바칠 거야”라는 매서운 포효는 가히 정글의 왕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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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게 태산인 제사 준비도 온전히 수자의 몫이었다. 재료들을 힘겹게 이고 지며 들어와, 제사상을 차리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굳게 닫힌 남편 방의 문이 열린 건 딱 한 번, 제기를 꺼내던 수자가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을 때였다. 그 마저도 수자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제기 걱정 뿐이었다. 그렇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수자 앞에는 남들이 다 퍼가고 야채 몇 조각만 남은 초라한 해물찌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한 편으론 복장 터지고, 한 편으론 너무나도 딱한 수자의 반전 사연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안쓰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전국 ‘수자맘’을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단의 서사는 김재화의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인해 더 큰 몰입감을 끌어냈다. 미화원의 실세부터 서열 꼴찌 엄마와 아내까지, 자유자재의 연기 변주에 그녀가 아닌 ‘맹수자’는 감히 상상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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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같은 김재화의 다채로운 활약은 앞으로를 더 기대케 하는 최대 포인트. 수자가 드디어 용미, 안인경(전소민)과 손잡고 ‘싹쓸이단’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재화가 방송 전 밝힌 수자의 능력치는 “여러 직업을 경험하면서 쌓인 내공, 예를 들어 훌륭한 재봉틀 솜씨, 천덕규를 구어 삶는 언변” 등이다. 이 내공이 어떻게 주식 전쟁을 좌지우지 할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클리닝 업’은 매주 토, 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신지원 텐아시아 기자 abocat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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