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부부' 前아내, '제보 부인'
"양육비 일부 밀린 건 사실이나..."
"방송 후 SNS로 '찢어죽인다' 등 욕설'"
개그맨 임성훈.
개그맨 임성훈.
개그맨 임성훈이 '불륜·가정 폭력·양육비 미지급 개그맨'으로 지목된 데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임성훈은 2일 텐아시아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애로부부' 속 '배드파파'가 자신의 상황과 상당히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8일 채널A에서 방송된 '애로부부'에선 십수 년째 양육비를 수천만 원이나 미지급하고 있는 연예인 남편을 고발하는 아내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 A 씨는 자신이 유명 개그맨 B 씨의 전 아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 씨가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면서 여성 스태프와 불륜을 저질렀으며 상간녀 사이에 아이까지 가졌다고 했다.

더불어 B 씨가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혼 후엔 4년간 양육비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잠적했으며, 이후 연예계 활동을 접고 사업으로 대성공해 최고급 아파트에서 상간녀와 아이까지 두고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방송 이후 방송사 공채 개그맨, 이혼 후 재혼, 사업가 변신 등 여러 단서로 인해 '배드파파'가 임성훈으로 지목됐다.

이날 임성훈은 "전 그 방송을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새벽에 문자가 쏟아지고, 아내가 저를 깨웠다"라며 "SNS로 제 딸 욕과 더불어 '찢어 죽인다'는 등의 욕설도 오더라. 해당 방송으로 인해 가족들이 너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딸이 학교도 못 가고 있다. 집 주소부터 아이 학교며 몇 학년 몇 반인지까지 신상이 다 털렸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 방송 이후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개그맨 임성훈.
개그맨 임성훈.
임성훈이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그는 2011년 8월에 이혼했다. 2012년 8월에 현재 아내와 재혼했고, 2015년 딸을 출산했다.

그는 "아내는 스태프 출신도 아니고, 예전에 친한 동생의 친구로만 알고 지냈다. 또 과거 갑상선암에 걸려 1, 2년간 치료를 다녔다. 암 환자와 임신이 가능한 얘기인지 모르겠다"라며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지운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내 아내는 상간녀가 됐고, 딸도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 유튜버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임성훈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그가 '배드파파'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전처와 지속해서 연락하고 지냈다는 임성훈은 방송 이후 전 아내와의 통화에서 '애로부부'에 제보한 사실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 아내가 제보하지 않았다면, 임성훈은 '애로부부' 속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닐 터.

"사람들이 방송에 나온 그 나쁜 남자가 저라고 한다. 제가 폭언과 폭력을 했다고 한다. 전처와 부부싸움 할 때 서로 말싸움한 기억은 있지만,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전 아내가 결혼 후 저한테 ‘친척 집에서 머리를 너무 많이 맞아서 공황장애가 있었다’라고 털어놓은 적은 있다. 당시 전 괜찮다고 격려해주고, 같이 병원도 갔다."

임성훈은 2008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활동할 겨를도 없이 개그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폐지했고, 그는 쭉 밤무대 DJ 등으로 활동했다고.

"처음 개그맨 시험에 합격하고 활동을 한 적이 없다. 스타킹에 한 번 나간 적 있는데, 여동생이 죽고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제 모습을 보고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연했다. 당시 저도 개그맨을 꿈꾸며 살아왔던지라 방송을 포기하기가 아쉬워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출연하게 됐다. 거기가 마지막 방송이었다."
사진=임성훈이 지급한 양육비 이체내역 일부
사진=임성훈이 지급한 양육비 이체내역 일부
텐아시아는 임성훈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양육비를 이체한 내용을 다수 입수했다. 4년간 양육비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애로부부' 속 이야기와는 달랐다.

하지만 임성훈은 양육비를 밀린 것에 대해선 일부 인정했다. 그는 "양육비를 밀렸던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가 이혼할 당시 카드론 등 빚을 다 가지고 나와서 신용불량자였다"라며 "밑바닥부터 시작하다 보니 양육비를 줄 형편이 안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DJ 일도 잘 안 잡히고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완전히 쫄딱 망했다. 도저히 돈이 모이지 않는 상황에 양육비 500만 원이 밀려서 법원에 감치됐다. 아버지가 사채를 써서 그 돈을 갚아주셨다"라며 "그런데 밀린 돈을 갚은 당일에도 돈을 요구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텐아시아는 '대박이 났다'는 임성훈의 라이브커머스 사업 3개월간 누적 수익을 확인했다. 판매 금액은 1억 293만 5718원. 판매수수료 및 위탁수수료 등을 제하면, 이 가운데 임성훈에게 돌아가는 건 300만원 선이다. 사업이 '대박' 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쇼호스트 사업이 이만큼이라도 자리 잡은 지는 한두 달밖에 안 됐다. 그리고 포차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내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인의 사업을 제 페이스북에 홍보 식으로 올려준 것이다."
사진=임성훈과 지인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임성훈과 지인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
임성훈은 자신의 SNS 속 '허세 사진'들 때문에 전처가 오해할 만했다며 자책했다. 그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월세 집을 무리하게 얻었다"라며 "하지만 SNS 속 좋은 차와 좋은 집 사진은 전부 허세용으로 올린 것이지, 모두 제 것이 아니다. 고급 스포츠카도 아는 동생에게 한번 타보자고 한 것이다. 마케팅용으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몸이 안 좋아 일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치료하러 다녔기 때문에 늘 돈이 없었다. 잠적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바뀐 전화번호도 전달했고, 연락도 끊지 않았다. 모두 증명할 수 있다. 130만원의 양육비가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유를 떠나 밀렸다는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후엔 성실하게 보냈다. 아이에게 정말 잘 해주고싶은데 양육비를 더 많이 주지 못하는 것도 늘 미안하다."

허위사실 유포는 명백한 범죄. 임성훈의 사정과 별개로 양육비가 일부 밀렸던 사실은 있으나, 수년간의 '잠적'과 '성공한 개그맨이자 사업가', '불륜', '가정폭력' 등 사실 확인 없이 퍼진 '묻지 마 폭로'는 그와 상관없는 어린 딸까지 수렁에 빠뜨렸다.

그는 3일 저녁, 유튜버 구제역 채널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자료와 녹취록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를 움직인 건 '가족'이다. 자신을 향한 질타보다는, 아내와 딸의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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