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자극만 찾는 예능,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수위
'런닝맨'·'살림남' 출연진 폭력 및 폭언으로 비난
'골때녀'·'아내의 맛' 조작 편집 논란
'폭력·조작' 넘치는 예능판…막장 드라마 넘는 '마라맛' 가학[TEN스타필드]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비판적 시각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목적은 재미다. 무거운 주제나 사회적 메시지 없이 웃음과 감동에만 집중한다. 때문에 성별이나 나이 구분 없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TV 친구 같은 느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예능은 막장 드라마를 추월하는 자극적 콘텐츠와 폭력성을 띄고 있다. 긍정적인 파급력보다는 화제성에 집착해 논란을 만들어낸다. '예능적 재미'를 면죄부로 삼고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예능의 기본적 속성이 오락성 추구이다보니 수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관찰 예능과 서바이벌, 연애 프로그램 등이 대세인 요즘은 유종의 미보다는 한 회 한 회의 화제성만을 위한 자극적 편집을 이어간다. 특히 케이블 채널과 종편 채널이 생기며 예능이 우후죽순처럼 넘쳐나면서 자극적 콘텐츠에 대한 경쟁은 심해졌다.
'폭력·조작' 넘치는 예능판…막장 드라마 넘는 '마라맛' 가학[TEN스타필드]
지난 19일 방송된 지난 19일 방송된 KBS2 '살림남2' 이천수 편이 논란이 됐다. 이천수는 170만 원까지 모니터가 깨졌다며 아내와 어린 자녀들에게 '야' '너네'라며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였다. 이천수의 행동은 물리적 폭력만 없었을 뿐 가정 폭력이었다. 아무리 대본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모든 상황을 연출로 받아들이기엔 이천수의 첫째 딸 주은이는 10살로 어린 나이다. 가정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가족 예능'에서 갈등처럼 방송한 '살림남2' 제작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림남'뿐만 아니라 여러 예능은 폭력을 웃음과 장난으로 소비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SBS '런닝맨'은 전 멤버 이광수와 현 멤버 양세찬의 선넘은 발언과 폭력적인 행동, 과격한 벌칙 등 에 대한 지적을 받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SBS 방송화면
SBS 방송화면
조작도 가볍게 여긴다. TV조선 '아내의 맛'은 출연자 함소원과 중국인 시모 고부 갈등을 더 자극적으로 연출하다 결국엔 조작 의혹으로 막을 내렸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역시 극적 재미를 위해 편집 순서를 바꾸다 시청자에게 적발됐다.

MBC '나혼자산다'는 제작진이 나서 '기안84 왕따설'을 만들었다. 기안84의 마감샤워에 전현무만 참석한 방송을 내보내 '기안84를 따돌렸다'는 이유로 '나혼자산다' 멤버들을 악플에 시달리게 했다. 이후에도 당사자나 멤버들이 '왕따설'은 언급한 부분을 방송해 많이 우려 먹었다.
MBC 제공
MBC 제공
기획 의도는 그럴싸하게 잘 짜놓고 조금이라도 화제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노선을 바꾸기도 한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니저들의 제보를 토대로 매니저와 연예인의 하루를 보여줬지만, 지금은 집만 나오지 않는 '나혼자산다'가 됐다. 이슈가 있는 연예인의 섭외, 화제가 될 만한 설정 만들기 등으로 색을 잃었다.

언급된 프로그램 외에도 대부분의 예능이 개그를 빙자해 자극적인 설정을 집어넣는다. 논란이 될 때마다 프로그램 팬들은 모든 방송에는 '대본'이 있고 대본에 따라 진행됐을 뿐이니 '예능적 재미'로 이해하라고 한다. 하지만 시청자가 대본임을 감안하고 이해해주며 보기엔 예능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드라마는 현실과는 조금 떨어진 가상의 세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예능은 다르다. 리얼리티를 가장해 캐릭터를 만들기 때문에 마치 진짜 성격으로 오인하기 쉽다. 논란의 연예인이 예능에 출연해 '이미지 세탁'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제작진의 의도를 수용하다 나락으로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능은 드라마보다 접근성이 높고 영향력도 크다. 잠깐의 시청률에 취해 가학적 오락에만 포커스를 맞출 게 아니라 건강한 웃음과 건전한 연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차피 방송이 대본이라면 친구 같은 좋은 예능으로 기억에 남는 게 더 의미 깊을 테니. '느낌표', '칭찬합시다' 등 선한 예능이 판을 주름 잡을 때도 있었다. 다채널 시대에 자극을 앞세워야 클립 전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극을 더하는 제작진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남들이 만든 트랜드만 따라해선 판을 뒤짚을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수 있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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