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자기복제 예능에 빠진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왼), '국가가 부른다'(오) ./사진제공=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왼), '국가가 부른다'(오) ./사진제공=TV조선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사콜', '뽕숭아학당' 못 벗어나는 TV조선, 임영웅 없는데 흥할리가

가수 임영웅, 송가인 등 스타 장사에 의존하던 TV조선 예능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참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똑같은 포맷의 스핀오프만 선보이며 꺼져가는 화력에 심폐소생술을 가하는 것. 이렇듯 계속된 자기복제는 이젠 시청자들에게 익숙함이 아닌 식상함만을 안기고 있다.

오는 17일 TV조선은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 10인이 다양한 무대를 꾸미는 형식의 새 예능인 '국가가 부른다'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러나 TV조선이 공개한 스틸컷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든다. 바로 '미스터트롯' 스핀오프 예능인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이다. 시청자들의 신청곡을 받아 부르는 형식도, 김성주, 붐이 MC로 나서는 점 역시 똑같기 때문. 그저 '미스터트롯' TOP6에서 '국민가수' TOP10으로 출연진만 교체됐다.

이는 현재 방송 중인 '화요일은 밤이 좋아' 역시 마찬가지. '미스트롯2' TOP7이 장르를 불문한 무대를 펼치는 '사랑의 콜센타' 여자 버전인 셈이다. 심지어 게스트로 '미스트롯' 출연진이 대거 등장, 우연히 TV를 돌리다 보면 현재 방송되고 있는 게 '사랑의 콜센타'인지 '화요일은 밤이 좋아' 인지 모를 정도다.
'뽕숭아학당', '내딸하자', '개나리학당'./사진제공=TV조선
'뽕숭아학당', '내딸하자', '개나리학당'./사진제공=TV조선
'개나리학당'은 '사랑의 콜센타' 어린이 출연자 버전으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국민가수' 출연자 전체를 포함했다. 어린이 출연자만을 모아놨다고 해서 새로운 구성은 없다. 여전히 매주 게스트를 초대해 무대를 꾸미고 듀엣을 부르는 방식이다.

'국가수'는 '국민가수' TOP6의 예능력 증진을 목표로 여러 가지의 게임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뽕숭아학당'과 결을 같이 한다. 지난해 8월 종영한 '내 딸 하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면 출연자만 바꾼 같은 형식의 예능을 선보이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이 10~20%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기에 이러한 형식이 소위 '먹히는' 예능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기보다 안전하게 가려는 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두 프로그램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오롯이 '미스터트롯' 멤버들의 인기 덕분이었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이들의 무대와 케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화력인 셈이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이를 증명하듯 임영웅, 김희재가 68회를 끝으로 '뽕숭아학당'을 하차하자 시청률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한 달도 안돼 종영하는 굴욕을 맛본 바 있다. 심지어 TV조선은 시청률 일등공신이었던 임영웅이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기회조차 주지 않고 언급 없이 지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에 임영웅은 더이상 TV조선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청자들도 하나둘 떠나갔다. '미스터트롯' 이후 '미스트롯2', '내일은 국민가수'을 연이어 선보였지만 '제2의 임영웅'은 나오지 않은 상황. 그렇기에 아무리 같은 형식의 스핀오프 예능을 선보여도 이전만큼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때와 비교하면 현재 시청률은 참담한 수준. '개나리학당'은 4%대, '화요일은 밤이 좋아', '국가수'는 6~7%대로 반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앞서 TV조선은 방송 조작 논란으로 '아내의 맛'을 종영시키고는 2달 만에 이름만 바꾼 똑같은 형식의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이하 '와카남')을 선보였지만,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3%대 시청률로 4개월만 종영한 바 있기에 현재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 모두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방송사는 유튜브 채널이 아니다. 다양성 제고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끊임없는 자기복제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분명한 문제점이다. 생명줄 늘리기에만 급급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