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다섯 스물하나' 첫 방송은 성인이 된 나희도의 딸 김민채(최명빈)가 할머니 신재경(서재희)의 집으로 도망쳤다가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나는 토요일마다 그 애를 보러간다"는 목소리와 함께 1998년 7월 고등학생 나희도(김태리)가 IMF로 인해 어수선한 시대의 장소들을 지나쳐, 꿈이자 동경인 고유림(김지연)을 보러 가는 모습이 펼쳐졌다. 그리고 IMF 때문에 펜싱부가 없어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내 꿈을 빼앗은 건 시대"라며 망연자실하던 나희도는 PC통신 속 친구 인절미에게서 "너의 세계가 사라졌다면 그 애의 세계로 가"라는 말을 듣고 고유림이 있는 태양고로 전학가기 위해 분투했다.
ADVERTISEMENT
무엇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첫 회에서는 1998년 IMF라는 시대에 맞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의 조각들을 쫄깃한 대사와 휘몰아치는 서사로 표현한 권도은 작가의 감성 필력이 몰입도를 이끌었다. 여기에 청춘의 미세한 심리 변화는 물론이고, 배경과 색감을 통해 1998년 시대의 사회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정지현 감독의 연출력이 하모니를 이루며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인물의 발걸음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다채로운 카메라 앵글은 청춘들의 재기발랄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오롯이 전달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특히 김태리와 남주혁은 시대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게 된, 불완전한 청춘들의 요동치는 심리 상태와 청량한 매력들을 여지없이 발산, 시선을 압도했다. 먼저 김태리는 자신의 꿈인 펜싱을 위해 내달리는 열여덟 살 펜싱 꿈나무 나희도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김태리는 펜싱부가 없어져 위기에 처하자 포기하지 않고 열정과 패기를 폭발시키는 모습부터 냉랭하다 못해 싸늘한 엄마에게 강하게 반항하고, 고유림의 연습을 몰래 지켜보며 고유림의 인사 한마디에 뛸 듯이 기뻐하는 열여덟 청춘 나희도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남주혁은 풍족하고 잘 살던 집안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살다가 IMF 때문에 꿈도, 가족도, 돈도 잃은 채 생계를 위해 나선 백이진의 면모들을 디테일하게 연기해냈다. 허름한 하숙방에 들어선 후 부족함이 없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허탈함을 드리우는 가하면, 망한 재벌집 아들이라며 자존심을 짓밟는 친구에게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고, 고등학생인 나희도에게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서 뼈있는 조언을 조목조목 건네는 모습까지 상황에 따라 눈빛과 말투, 표정을 자유자재로 변모시키면서 각별한 존재감의 백이진을 완성, 이목을 집중시켰다.
ADVERTISEMENT
'스물다섯 스물하나 2회는 13일(오늘) 밤 9시 10분에 방송 된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