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인터뷰
과도한 성적 묘사 논란에 "필요한 장면이라 생각했다"
"12부작 길다고? 꼭 12부작이어야 했다"
"조이현은 면역자, 유인수는 살아있는 좀비 설정"
'우리학' 이재규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우리학' 이재규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 불편한 분들이 계셨다면 연출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이 여학생 교복을 벗기고 성착취물을 찍거나 임신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 등에 쏟아진 비판적인 의견을 수용하며 사과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동명의 웹툰을 시리즈화한 작품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이후 9일째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1위를 지키며 큰 흥행을 거두고 있다. 전세계 1위는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어 세 번째다. 이에 이재규 감독은 "이렇게 반응이 좋고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재밌어한다는 게 얼떨떨하고 신기하다"며 "세계 1등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2년 동안 같이 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진심을 가지고 만들었기에 우리가 담고자 한 정서나 이야기들을 느껴주시지 않을 기대는 있었지만, 이런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이 감독은 과도한 성적 묘사 논란에 대해 "비극을 단순하게 보여줘서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건 아니다"라며 "자기 목숨보다도 자기가 당한 모습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기에 죽는 한이 있어도 없애려는 은지(오혜수 분)의 모습을 보면 그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아이가 죽으려고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야 했기에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모 희수(이채은 분)는 현실에도 기사화된 이야기고, 아이를 버렸지만 결국 지켜야 한다는 18살의 엄마의 책임감,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극의 전체적인 주제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기에 넣은 장치였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철수(안지호 분)가 아이들을 남겨두고 혼자 탈출하면서 악역처럼 기능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했다. 이 감독은 "사람을 가해자와 피해자,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수 역시 규정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학폭에서는 피해자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가해자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모든 삶에서 가해자는 아니다. 입체적으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것이 진짜로 옳은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캠코더를 통해 메시지를 담는 모습이 세월호 참사와 연결되어 보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 세월호도 그렇고, 삼풍백화점도 그렇고, 현대 사회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이러한 모든 사건이 극에 녹아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어떤 경로로든 작품을 접하게 되는 청소년들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터. 이 감독은 "청소년 위험성은 분명히 있다. 수용 가능한 선까지 최대한 순화시켰지만, 당연히 심의 등급은 청불이 나왔다. 주제의식은 나쁘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원작 웹툰과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확장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원작의 골격이나 큰 사건의 흐름은 그대로 가져왔다. 아이들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려고 하는 모습들을 통해 극적인 재미를 높이려고 했다"면서 "구체적인 캐릭터나 관계, 사건들은 다르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바이러스의 기원이다. 원작은 어디선지 발생한 건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데 우리는 인간으로부터 기원이 됐고, 바이러스를 막으는 것도 인간이지 않을까 화두를 던지는 설정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보다 부각 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학교폭력을 드러냈지만, 그게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볼 때는 아이들이 저렇게 잔인하구나 생각하지만, 다 보고 나면 이 사회와 다르지 않은 지점이 있다는 걸 느낄 거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는 "두 가지다. 먼저 가장 캐릭터에 가까운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 윤찬영 배우는 실제로도 아주 신중하고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라 청산과 비슷했다. 나머지들도 배역과 근접했다. 두 번째는 가장 가능성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 중 어린 사람을 선택하려고 했다. 그들 사이에 앙상블도 봤다"며 "대본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다들 놀랐다. 캐릭터와 배우들이 비슷하다고, 어디서 이런 친구를 구했는지 신기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인간과 좀비 외에도 특별한 면역 체계를 갖춘 '신인류'가 등장한다. 남라(조이현 분), 귀남(유인수 분), 은지(오혜수 분) 등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자 이 감독은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경우도 10명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누구는 감염이 되고, 누구는 감염이 안 되고, 누구는 잠복기를 거치지 않나. 면역 체계에 따라 다르듯이 좀비 바이러스 또한 돌연변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래야 이야기의 확장성을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라는 면역자다. 면역자는 강한 항체가 있어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발병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걸 특수한 면역으로 좀비에 물려도 인간으로 존재하지만 미칠듯한 배고픔의 고통을 겪으며 강력한 오감을 얻게 되는 '이뮨'으로 설정했다. 은지나 귀남은 살아있는 상태로 좀비가 된 '인모탈'로 정의한다. 좀비 증상이 발현됐으나 이성과 사고기능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뮨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하지만 이모탈은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는 좀비다. 구체적인 건 앞으로의 시즌에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이 정도로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공포심보다 강력한 의지로 인해 '절비'가 됐다고 해석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극의 메인 빌런인 나연(이유미 분) 귀남 역의 악랄함이 원작보다 순화됐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웹툰이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있고 영상물의 수위가 있는데, 웹툰에서의 수위를 영상으로 구현했을 때 견디기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밌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순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좀비물에서 자칫 독이될 수 있는 러브라인을 넣은 이유에 대해 "10대한테 사랑과 우정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10대 이야기를 하는데 사랑, 우정을 빼고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또 쫓고 쫓기는 문제만 있으면 지칠 것 같아서 사랑와 우정 관계에 대한 문제들이 극을 이끄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사이의 사랑을 재미없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난 호러 마니아만 보는 좀비물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좀비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개가 늘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12부작으로 기획하신 취지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처음부터 12부작으로 기획하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구성해가면서 가장 적합한 회차를 조율하기로 했고, 12개의 에피소드가 제일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12개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8개로 줄이면 밀하고자 하는 바가 갈려나가게 될 것 같았다. 보는 분이 힘들 수 있어도 12개여야 온전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그 대신 이야기가 가면 갈수록 빠져들 수 있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12부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12부작이여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학' 이재규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우리학' 이재규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과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이 감독. '오징어 게임'과의 비교에 부담감을 없냐고 묻자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호평을 듣고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을 때 놀라고 기뻤다. 황동혁 감독은 나와 절친이다. 문자라도 할까 하다가 전화를 했다. 내년에 내 작품도 나가야 하는데 '오징어 게임' 때문에 부담돼 죽겠다더니 '무슨 부담이 되냐고, 내가 살짝 열어놓은 거니 부담가지지 말라고, 나한테 고마워해야하는거 아니냐' 하더라"며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전세계 많은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열린 문으로 계속 좋은 콘텐츠가 배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작품 역시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작품이 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시즌2에 대해서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 시즌1을 사랑해주면 시즌2도 가능하지 않을까까 싶다. 시즌2를 염두해두고 설정해 둔게 있어서 시즌2가 나온다면 좀더 재밌고 확장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우학'에서 처음에 드러나는 건 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문구입니다. 그러나 전 희망도 사람한테 있다고 생각해요. 좀비보다 무서운게 인간이라고 하지만, 이걸 이기거나 해쳐나갈 수 있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