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오예≫

SBS '골때녀' 팀간 밸런스 붕괴
화제성과 진정성 사이 아슬아슬

자극보다 초심에 집중해야
편집 조작 버리고 구조적인 서사 개입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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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오예≫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일수록 '자극'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나 스포츠와 예능이 접목됐다면 화제성과 진정성 사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 차례 편집 조작을 논란은 프로그램이라면 균형을 잃으면 두 번의 기회는 없기 마련이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제작진의 조작이 밝혀진 뒤 약 2달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 제작진은 조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예능적 재미를 위해 경기의 순서를 뒤바꿨다 시청자들에게 적발됐다. SBS는 '환골탈태'를 약속하고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교체했다.

재정비기간을 갖고 제대로 된 경기를 알린 '골때녀'. 하지만 인기가 더 올라오고 출연진이 진지하게 축구에 임하면서 프로그램의 초심을 잃고 과열되는 분위기다.

'골때녀'의 의도는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축구의 축자도 몰라 공도 제대로 차지 못했던 이들이 연습을 통해 실력이 상승되는 걸 보며 모두가 짜릿함을 느꼈다. 시청자와 출연진이 함께 호흡하며 성장의 스토리를 공유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시즌2와 함께 신생팀이 생기면서 새로운 판이 짜였다. 3개의 신생팀이 생겼을 당시엔 몰랐던 '균형의 붕괴'는 경기 때마다 보이기 시작했다. '골때녀'를 위한 흘린 땀과 열정의 크기는 같았지만 실력의 차이가 컸다.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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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팀은 3팀이다. 각 분야에서 힙한 이들을 모은 FC원더우먼과 아나운서로 이뤄진 FC 아나콘다, 톱이었던 가수가 모인 FC 탑걸. '초짜'에 가까운 멤버로 구성된 아나콘다와 탑걸과 달리 원더우먼에는 실력자가 투입됐다. 송소희는 약 1년의 풋살 경력에다 연예인 축구단 FC루머W 출신. 같은 소속 황소윤 역시 축구 동아리에 활동했던 경력자다.

유난히 한 팀에만 실력자가 몰리면서 성장 스토리를 앞세웠던 기존의 서사는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출연이 잘못됐다거나 다른 팀의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제작진은 애초에 균형이 맞지 않은 대진을 짰다. 게다가 원더우먼은 실력자에 포커스를 맞추느라 부상을 당한 치타와 비교적 약체인 박슬기를 전력 외로 놓고 선수들을 충원하며 차별을 뒀다.
'골때녀' 초심 잃고 밸런스 붕괴, 시청률에 취해 놓아버린 성장과 감동 [TEN스타필드]
'골때녀'가 환골탈태를 약속했어도 방송을 위한 예능적 재미와 드라마틱한 구성은 놓지 못한 듯했다. 시즌1부터 쭉 봐왔던 시청자들은 여러 서사들이 원더우먼에게 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 순서를 편집할 순 없으니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게끔 실력에 차이를 뒀다는 것. 신생팀인 원더우먼이 결승에 올라 최상위팀과의 경기를 하는 그림을 염두에 둔 것 마냥 드라마틱한 요소를 몰아줬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승패에 연연하며 반칙이 난무하는 특정 멤버들을 보며 불편해진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골때녀' 초심 잃고 밸런스 붕괴, 시청률에 취해 놓아버린 성장과 감동 [TEN스타필드]
결국 황소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골키처 차징 반칙과 상대팀에게 소리를 지르는 비매너 플레이가 논란이 된 것. 황소윤은 SNS로 이를 해명하면서 "화면에 마음이 온전히 담기진 않고, 앞뒤 상황 또한 다 담을 수 없기에 답답한 마음이 있다"며 "어떠한 나쁜 마음이나 의도도 없이 꽤나 평범한 태도로 경기에 임해 왔다"고 털어놨다.

출연진 모두 축구에 진심이고 훈련도 했으니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는 건 당연하다. 승리를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골때녀'의 감동은 거친 경기로 얻은 승리가 아니라 개인과 팀의 성장을 지켜보는 맛이다.

팀은 달라도 서로 격려하며 발전을 응원했던 열정에 함께 울었고 웃었던 시청자다. 승부와 경쟁에만 비중을 둔 편집본은 순간의 재미는 줘도 감동을 주긴 쉽지 않다.

레전드 경기, 다크호스의 그림 같은 골도 좋지만 뭐든 과열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아마추어 체육인들의 축제 동계 올림픽에서도 성적만큼 '다함께(together)'가 강조되는 시대다. 편집을 통한 임의적 조작이 아닌 팀간 밸붕을 통한 구조적인 개입을 대중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프로 제작진의 오만이 아닐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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