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영화인싸>>
6년 만의 신작 '특송' 박스오피스 1위
"여성 액션 영화에 갈증 있었다"
'검은 사제들' 보고 박소담 캐스팅
"차기작? 중년 여성 등장하는 액션"
영화 '특송' 박대민 감독./ 사진제공=NEW
영화 '특송' 박대민 감독./ 사진제공=NEW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에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그동안 도전하고 싶던 '액션' 장르를 통해 쾌감을 이끌어 내고 싶었죠."

영화 '특송'을 연출한 박대민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개봉과 동시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기생충'을 통해 주연으로 우뚝 솟은 박소담의 첫 원톱 액션 영화로, 박대민 감독의 의도대로 짜릿한 액션이 관전포인트다. 여기에 송새벽, 김의성 등 연기파 배우들이 캐릭터에 힘을 불어 넣으며 재미를 더한다.

박 감독은 "여성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동안 만든 영화에 여성들이 조연으로 등장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라며 "최대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하고, 목표를 향해 속도감 있게 달려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여성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송'은 운전대 잡은 박소담이 열연한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이다. 화려한 슈퍼카 대신, 폐차 직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올드카로 거침없이 추격전을 펼친다. 선글라스를 낀 박소담이 BMW E30 운전대를 잡고, 수동 기어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흥분이 고조된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인물을 어떻게 설정할까 여러방면으로 고민하다 폐차장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오래된 자동차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올드카가 슈퍼카처럼 화려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힘이 있는 느낌이 더 와닿았다"라고 했다.
'특송' 박소담 ./ 사진제공=NEW
'특송' 박소담 ./ 사진제공=NEW
"박소담 배우가 '기생충'을 촬영할 때 시나리오를 보여줬습니다. 당시에는 '기생충'이 어떤 내용인지도, 그렇게 잘 될 것도 예상 못했죠."

박소담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 였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난 후 극 중 은하의 나이와 맞는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라며 "박소담 배우가 떠올랐다. '검은 사제들'을 봤을 때 내면 연기 뿐만아니라 몸을 쓰는 연기까지 잘 한다고 생각했다. 액션이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해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소담이 '기생충'을 찍는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리 봉준호 감독 영화라해도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쓸 줄 예상하지 못했다. 박소담이 전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보다 더 박 감독에게 힘이 된 건, 액션에 대한 박소담의 남다른 열정이었다. 박소담 또한 액션에 갈증이 있었던 것. 그는 "첫 액션에. 단독 주연이어서 부담감이 있었을텐데 너무 잘 해줬다. 카체이싱, 맨몸 액션 모두 쉽지 않았는데 욕심을 많이 부리더라"라며 "무술팀 중 한 명처럼 보였다. 촬영이 끝나면 무술팀과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눴다. 맨몸 액션 찍을 땐 제가 직접 봤는데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힘든 내색 안하고 웬만한 액션을 자신이 해내려고 했다"라고 떠올렸다.

박 감독은 송새벽, 김의성을 캐스팅한 배경도 전했다. 그는 "두 사람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의외성'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의성, 송새벽 모두 지금까지 보였던 이미지와 180도 다른 연기로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박 감독은 "배우 김의성이 내 편이 되어주는 모습, 코믹스럽고 수더분하던 송새벽의 악역 연기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며 웃었다.

캐스팅부터 딱딱 들어 맞았다. 박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아역 정현준도 그 중 하나였다. 극 중 서원 역을 위해 수백명의 아역을 상대로 오디션을 진행했고, 최종 3명을 추려서 면담하는 과정에 정현준이 '기생충'을 찍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기생충'에 이어 박소담-정현준의 호흡이 이어졌다. 박 감독은 "'기생충'에서의 두 사람 모습과 완전히 다른 케미를 보는 맛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상만 하던 여성 원톱 액션 영화를 실현 시켰고, 초반 분위기가 좋다. 박 감독은 "여성 중심 영화가 많아지면서 제가 생각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 됐다. 투자쪽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특송'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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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박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극장엘 자주 다녔다. 아버지처럼 영화를 좋아하게 됐지만, 감독까지 꿈 꾼 건 아니었다.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건축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4학년 2학기 때 진로를 다시 결정했다. 그는 "솔직히 학점이 너무 좋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대학시절에 많은 영화를 보고 즐기던 박 감독은 동국대 영화과 1학년으로 다시 입학했다.

박 감독은 대학시절 단편 영화 '이봐요, 무얼 찾고 있나요?'를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첫 발을 뗐다. 이후 직접 시나리오를 쓴 '공중곡예사'가 제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 훗날 '그림자살인'(2009)이 된 이 영화로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그림자 살인'은 황정민, 류덕환, 엄지원 등이 열연한 탐정 추리극으로 189만명을 동원했다. 앞서 경성을 배경으로 한 여러 시대극에 비해 많은 관객을 동원, 박 감독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며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이후 2016년 유승호 주연 '봉이 김선달'을 선보였다. 차기작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리고 또 6년이 지나서야 '특송'을 선보이게 됐다. 신작을 선보이기까지 공백이 길었다. 이에 대해 조금함은 없었을까.

박 감독은 "성격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그러나 전작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다음 작품까지 생활을 이어가야 해서 경제적으로는 힘들었다"라며 "타고나기를 조급함이 없어서, 그건 일종의 복인 것 같다. 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공백기간 동안 간혹 각색 등의 작업 의뢰가 들어온다. 그런걸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버텼다"며 웃었다.

'특송'의 차기작으로 또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를 준비중이다. 박 감독은 "'특송' 보다 나이대가 조금 더 올라간 중년이 주인공일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장르 또한 액션을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중 액션이 제일 재미있었다. 카체이싱을 찍을 때 차가 고장날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그림이 나온 걸 보면서 쾌감이 생겼다. 액션은 정신 없이 돌아가지만 즐거운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특송'은 마지막 장면에서 시즌2가 그려지기도 한다. 박 감독은 "찾아만 주신다면 당연히 '특송2'도 만들고 싶다"라며 "박소담이 계속 운전대를 잡고 싶을지는 모르겠다. 배우들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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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상황이 변했다.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도 발빠르게 변화 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박 감독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그는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 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TV 16부작 드라마는 엄두가 안 났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느낌으로, 4부작이나 6부작 등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해보고 싶다"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제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 보다 늘 임기응변 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특송'을 많이 봐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들과 다음 작품을 찍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박 감독은 계획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면서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이 목표입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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