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드리핀 컴백에 이용당한 러블리즈
해킹 마케팅에 팬덤 불쾌감만
러블리즈 남자 아이돌 홍보 수단으로 전락, 울림의 울림 못 준 마케팅[TEN스타필드]
러블리즈 / 텐아시아DB
러블리즈 / 텐아시아DB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기획사는 아이돌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블라인드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방대한 세계관으로 주목받는다. 때론 의도적인 이슈로 어떻게든 관심을 받고자 한다.

공격적인 마케팅, 어그로를 끄는 홍보도 괜찮다. 하지만 틀을 벗어난다고 다 신박한 마케팅이 아니다. 신의 한 수가 되느냐 무리수가 되느냐는 한 끗 차이. 내 물건 잘 팔자고 주인 있는 물건에 손을 대는 건 되려 반감만 산다.

6일 새벽 울림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식 SNS가 해킹을 당한 듯이 바뀌었다. 인피니트, 이수정, 골든차일드, 로켓펀치, 드리핀, 권은비뿐만 아니라 멤버 8명 중 7명이 회사를 떠나며 사실상 해체된 러블리즈의 계정도 바뀌어 있었다.
러블리즈 남자 아이돌 홍보 수단으로 전락, 울림의 울림 못 준 마케팅[TEN스타필드]
러블리즈 남자 아이돌 홍보 수단으로 전락, 울림의 울림 못 준 마케팅[TEN스타필드]
각 아티스트들의 앨범 재킷이 장식했던 헤더는 초록색 노이즈가 발생한 사진으로 바뀌었고, 아티스트별 로고로 채워졌던 프로필은 알 수 없는 남성의 실루엣이 차지했다.

보이그룹 드리핀이 초능력 콘셉트로 1월 17일 컴백을 알렸던 터라 이들과 관련된 이벤트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돌'의 이벤트를 기대했다. 이 기대감은 러블리즈의 팬덤이 가장 컸다.

울림은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해킹 해프닝이 드리핀과 관련된 것임을 확실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불꽃과 천둥번개, 빛 조종, 괴력, 시·공간 통제, 괴물의 형체를 이끌어내는 것에 이어 해킹 역시 초능력자로 변신한 드리핀의 특별한 힘일지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편 울림 아티스트 SNS 해킹 해프닝의 주요 인물로 떠오른 드리핀은 오는 17일 세 번째 미니 앨범 '빌런(Villain)'을 발매한다"다.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는 멤버 이수정을 제외하고 울림을 떠났다. 멤버들이 직접 다시 만난 날을 기약했으나 사실상 해체와 다름 없는 상황. 울림은 러블리즈의 계약 종료 뒤 회사 홈페이지에선 삭제했지만 드리핀 홍보를 위해 러블리즈의 공식 계정을 이용했다. 러블리즈뿐만 아니라 울림 소속 연예인 모두가 울림의 홍보 수단이 됐다.

해커 콘셉트라고 해도 다른 아이돌의 계정에 손을 댄 건 울림의 실수다. 팬들의 충성도는 울림이 아니라 연예인에게 향한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공식 SNS를 팔로우하고 팬 활동을 하는 것 역시 연예인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울림의 실수는 팬들이 회사도 좋아한다고 착각한 것. SNS는 누가 운영하는 가와 상관 없이 연예인과 팬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소속사가 목적을 갖고 수단으로 쓰는 곳이 아니다.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화제성만 얻겠다는 목적이었다면 울림은 성공했다. 무리수 마케팅 덕분에 드리핀의 컴백이 알려졌으니.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코 득은 아니다. 해커 콘셉트의 마케팅으로 드리핀의 인지도가 올랐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회사의 잘못된 마케팅으로 드리핀은 아이돌 팬덤의 반감만 샀다. 해킹을 의도한 마케팅은 울림의 결정이지만, 비호감 낙인은 이들에게도 찍혔다. 관련 관계자는 신박한 마케팅이라고 만족했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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