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1세대 아이돌 모은 뒤 평가 '무리수'
시대에 뒤쳐진 건 가수가 아닌 연출
1세대 아이돌 모은 뒤 평가 '무리수'
시대에 뒤쳐진 건 가수가 아닌 연출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룹 주얼리의 박정아, 애프터스쿨의 가희, 원더걸스의 선예.
한때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가수들이 잠시 육아를 내려놓고 무대 위로 돌아왔다. 이미 검증된 실력자들이고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준수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대중의 반가운 환호 소리보다는 전문가들의 혹평이었다. 감동을 반감시키는 평가 방식과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에 시청자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엄마는 아이돌' 이야기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컴백 프로젝트다.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아 활동할 기회를 다시 주면서 새로운 그룹을 탄생시킬 예정이다.
이에 제작진은 첫 회부터 현재 실력을 진단할 '현실 점검 무대'를 준비했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났던 이들이 바로 아이돌로 데뷔 가능한 실력인지 기량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컴백 마스터로 나선 배윤정, 박선주, 김도훈 등 5명의 심사위원들이 이들의 경쟁력을 매의 눈으로 지켜봤고, 객석에는 약 60명의 후배 아티스트들이 자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박정아는 약 12년 만에 무대에 올라 쥬얼리의 '슈퍼스타'를 열창했다. 향수를 자아내는 선곡과 안정적인 보컬이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돌아온 건 냉혹한 평가다.
가수 박선주는 박정아의 무대에 대해 "10년 전이랑 똑같다. 그게 문제다"고 꼬집었다. 보컬트레이너 한원종은 그가 활동했던 당시 유행한 창법과 요즘 아이돌들의 보컬 스타일을 비교하며 우려를 내비쳤다.
박정아는 태민의 'Move'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댄스 실력을 발휘했지만 이 역시 "10년 전과 너무 똑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정아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발전을 위한 연습과 노력을 약속했다.
이어 애프터스쿨 가희는 특유의 걸크러시로 여전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그는 보컬 평가에서 제시의 '어떤 X'를 선곡해 감탄을 자아냈다. 후배 가수들은 객석에서 일어나 큰 호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하'. 이를 확인한 가희는 깜짝 놀랐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심경에 대해 "뭐야 왜 이렇게 까다로워?"라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빌보드에 나갈 사람 찾나?"라고 말했다. 반면 박선주는 가희의 무대를 두고 "랩 부분은 좋았다. 그런데 중간에 보컬 부분에 들어갈 때 가성이라 아쉬웠다"고 분석했다.
이후 가희는 블랙핑크 리사의 '라리사' 무대를 커버한 댄스 무대로 '상' 등급을 받고나서야 안도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보컬 점수에 대한 충격이 가시질 않은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이들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K팝 아이돌의 기준으로 점검해보는 레벨 테스트'라는 자막을 넣어 강조했다. 현역 아이돌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기량과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혹독한 평가가 꼭 필요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첫 회부터 1세대 아이돌의 무대를 소환하는 건 반갑지만 평가 방식을 빌려 이들에게 망신 줄 필요가 있었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방송의 재미를 위한 요소라고는 하나 공감을 안기진 못했다.
박정아, 가희, 선예는 모두 아이한테 엄마가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용기내 출연을 결정했다. 왕년의 스타가 아닌 여전히 특별히 빛나는 스타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돌'은 이들을 그저 한물간 스타일의 가수들로 취급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명의 추가 멤버를 예고했지만 이들 역시 혹독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기대감을 저하시킨다.
'엄마는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들이 활동했던 가요 시장에 대한 향수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요즘 아이돌과 달라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인데 도리어 아티스트들이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과 다르다고 평가절하됐다.
이날 컴백 마스터로 나선 배윤정, 박선주, 김도훈 등 5명의 심사위원은 "프로그램 이름을 '엄마는 레전드다'로 바꿔야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출연진에 대한 존중을 보였다. 치열한 경쟁을 치뤄 멤버를 정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프로젝트성 그룹을 만드는 과정인데 '레전드'들을 홀대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BS 웹예능 '문명특급'은 올해초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컴눈명)'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통해 1세대 아이돌를 재소환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아이돌 멤버들을 재결합하고 다시 무대에서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반면 '엄마는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향후 트레이닝을 받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첫 회부터 '평가'라는 무리수를 뒀다. 한 편의 성장 일기를 그려내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예상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가수들의 창법이 아닌 제작진의 연출 방식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룹 주얼리의 박정아, 애프터스쿨의 가희, 원더걸스의 선예.
한때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가수들이 잠시 육아를 내려놓고 무대 위로 돌아왔다. 이미 검증된 실력자들이고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준수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대중의 반가운 환호 소리보다는 전문가들의 혹평이었다. 감동을 반감시키는 평가 방식과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에 시청자들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엄마는 아이돌' 이야기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컴백 프로젝트다.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아 활동할 기회를 다시 주면서 새로운 그룹을 탄생시킬 예정이다.
이에 제작진은 첫 회부터 현재 실력을 진단할 '현실 점검 무대'를 준비했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났던 이들이 바로 아이돌로 데뷔 가능한 실력인지 기량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컴백 마스터로 나선 배윤정, 박선주, 김도훈 등 5명의 심사위원들이 이들의 경쟁력을 매의 눈으로 지켜봤고, 객석에는 약 60명의 후배 아티스트들이 자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박정아는 약 12년 만에 무대에 올라 쥬얼리의 '슈퍼스타'를 열창했다. 향수를 자아내는 선곡과 안정적인 보컬이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돌아온 건 냉혹한 평가다.
가수 박선주는 박정아의 무대에 대해 "10년 전이랑 똑같다. 그게 문제다"고 꼬집었다. 보컬트레이너 한원종은 그가 활동했던 당시 유행한 창법과 요즘 아이돌들의 보컬 스타일을 비교하며 우려를 내비쳤다.
박정아는 태민의 'Move'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댄스 실력을 발휘했지만 이 역시 "10년 전과 너무 똑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정아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발전을 위한 연습과 노력을 약속했다.
이어 애프터스쿨 가희는 특유의 걸크러시로 여전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그는 보컬 평가에서 제시의 '어떤 X'를 선곡해 감탄을 자아냈다. 후배 가수들은 객석에서 일어나 큰 호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하'. 이를 확인한 가희는 깜짝 놀랐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심경에 대해 "뭐야 왜 이렇게 까다로워?"라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빌보드에 나갈 사람 찾나?"라고 말했다. 반면 박선주는 가희의 무대를 두고 "랩 부분은 좋았다. 그런데 중간에 보컬 부분에 들어갈 때 가성이라 아쉬웠다"고 분석했다.
이후 가희는 블랙핑크 리사의 '라리사' 무대를 커버한 댄스 무대로 '상' 등급을 받고나서야 안도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보컬 점수에 대한 충격이 가시질 않은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이들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K팝 아이돌의 기준으로 점검해보는 레벨 테스트'라는 자막을 넣어 강조했다. 현역 아이돌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기량과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혹독한 평가가 꼭 필요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첫 회부터 1세대 아이돌의 무대를 소환하는 건 반갑지만 평가 방식을 빌려 이들에게 망신 줄 필요가 있었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방송의 재미를 위한 요소라고는 하나 공감을 안기진 못했다.
박정아, 가희, 선예는 모두 아이한테 엄마가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용기내 출연을 결정했다. 왕년의 스타가 아닌 여전히 특별히 빛나는 스타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돌'은 이들을 그저 한물간 스타일의 가수들로 취급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명의 추가 멤버를 예고했지만 이들 역시 혹독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기대감을 저하시킨다.
'엄마는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들이 활동했던 가요 시장에 대한 향수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요즘 아이돌과 달라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인데 도리어 아티스트들이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과 다르다고 평가절하됐다.
이날 컴백 마스터로 나선 배윤정, 박선주, 김도훈 등 5명의 심사위원은 "프로그램 이름을 '엄마는 레전드다'로 바꿔야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출연진에 대한 존중을 보였다. 치열한 경쟁을 치뤄 멤버를 정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프로젝트성 그룹을 만드는 과정인데 '레전드'들을 홀대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BS 웹예능 '문명특급'은 올해초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컴눈명)'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통해 1세대 아이돌를 재소환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아이돌 멤버들을 재결합하고 다시 무대에서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반면 '엄마는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향후 트레이닝을 받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첫 회부터 '평가'라는 무리수를 뒀다. 한 편의 성장 일기를 그려내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예상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가수들의 창법이 아닌 제작진의 연출 방식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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