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김선영 '세자매'로 여성 영화 자존심
윤여정,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새 역사'
홍의정, 박지완, 조은지, 정가영까지 신인 감독 활약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모가디슈' '인질' 등 흥행
윤여정,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새 역사'
홍의정, 박지완, 조은지, 정가영까지 신인 감독 활약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모가디슈' '인질' 등 흥행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은 줄어 들었지만, 영화는 멈추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배우, 감독, 스태프, 제작진의 분투 속에 다사다난 했던 2021년 영화계를 정리했다.
문소리·김선영·장윤주가 보여준 여배우 파워...'흥행' 아쉬움
2021년 새해, 한국영화계는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1월 박스오피스는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등 해외 애니메이션이 점령 했고, 흥행은 커녕 극장엔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세자매'가 1월 2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5위권에 머물렀고, 2월 중순까지 차곡차곡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세자매'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은 상황, '재미' 위주의 오락 영화가 아닌 탓에 8만 3000여 명 밖에 동원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세자매가 말할 수 없던 기억의 매듭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문소리가 출연 배우이자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또 김선영의 남편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영화의 주역들이 하반기 굵직한 시상식에서 조연상, 주연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세 자매중 둘 째 미연 역을 맡은 문소리는 이 영화로 제41회 영평상,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첫째 '희숙'을 연기한 김선영은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제30회 부일영화상, 영평상, 청룡상까지 굵직한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톱모델 출신 장윤주는 '세자매'로 첫 주연을 맡아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막내 미옥 역으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시민 덕희' '1승' 등에 주연으로 연이어 캐스팅 돼 기대를 더했다.
김선영은 4개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수상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 비교적 작은 영화에서 여성들이 분투해 완성한 성과에 대한 뿌듯함이었다. 그는 '영평상' 수상 당시 "투자가 힘들어서 영화가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렸다.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런상까지 받게 됐다"라며 "배우로서 과도기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답을 못 찾는 시기다. 혼란스럽지만 이 시기를 잘 딛고 좋은 연기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문소리는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건네 받은 이후 "극 중 세자매에게는 각각 딸이 있는데, 그 딸들이 폭력과 혐오의 시대를 넘어 당당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라며 "더 멋진 여자들 영화로 찾아 뵙겠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74세 한국 할머니' 윤여정, 美 아카데미서 첫 여우조연상 '새 역사'
봄 날,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감격 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아카데미 93년 역사에서 아시아 배우로는 두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기생충'의 4관왕 신화에 이어 또 한 번 믿기 여려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나리'(정이삭 감독)에서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모습을 담백하게 연기한 윤여정의 수상은 이미 예견 돼 있었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부터 '오스카'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연기상 수상 3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 각 종 예측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유력 매체들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윤여정을 지목했다.
여기에 윤여정은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줬다" 등 솔직하고 위트 있는 소감과 어록으로 전세계인들의 '인싸'로 떠오르기도 했다.
윤여정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제' 2부 시작과 함께 "노배우 윤여정"이라며 깜짝 등장해 많은 후배 배우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는 후배들에게 지금 전세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못하는 영어 하느라 힘들었다. 한글을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다"며 특유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뽐냈다. 홍의정→박지완, 여성 감독들의 발견...'모가디슈' '인질' 흥행 시킨 강혜정 대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돋보인 한해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인 여성 신인감독들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뒀다.
홍의정 감독은 유아인-유재명 주연 영화 '소리도 없이'로 첫 장편 영화 도전에 나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제30회 부일여오하상 신인감독상, 제5회 아시안 필름 어워즈 신인감독상 등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앞서 변희봉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17분짜리 단편 '서식지'로 단숨에 주목 받은 홍 감독은 '소리도 없이'로 자신의 독보적인 연출력을 드러냈다. '명장' 봉준호 감독은 지난 11월 열인 제6회 충무로 영화제에서 홍 감독을 향해 "지금 가장 주목 받는 감독"이라며 "참 위험한 발상을 하는 위험한 아티스트"라고 엄지를 치켜세워 화제가 됐다.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김혜수 주연작 '내가 죽던 날'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제4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단편 '여고생이다'를 시작으로, 여러 영화에서 스크립터, 각본, 감독 등으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박 감독은 '내가 죽던 날'로 관록의 배우 김혜수는 물론 영화계를 매료 시키며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끌고 있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조은지부터 '연애 빠진 로맨스'의 정가영 감독까지, 올해는 자신 만의 색깔이 뚜렷한 독보적인 여성 감독들이 잇따라 등장한 한해였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여성 영화인이 있다.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트로피를 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다. 류승환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침체 된 극장가에서 '모가디슈'부터 '인질'까지 '흥행'을 이루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했다.
'모가디슈'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강 대표는 "저는 촌스럽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추면서 "회사 창립 후 가장 받고 싶던 상을 받았다. 영화는 관객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이런 시국에 361만이나 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매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문소리·김선영·장윤주가 보여준 여배우 파워...'흥행' 아쉬움
2021년 새해, 한국영화계는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1월 박스오피스는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등 해외 애니메이션이 점령 했고, 흥행은 커녕 극장엔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주연을 맡은 영화 '세자매'가 1월 2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5위권에 머물렀고, 2월 중순까지 차곡차곡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세자매'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은 상황, '재미' 위주의 오락 영화가 아닌 탓에 8만 3000여 명 밖에 동원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세자매가 말할 수 없던 기억의 매듭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문소리가 출연 배우이자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또 김선영의 남편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영화의 주역들이 하반기 굵직한 시상식에서 조연상, 주연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세 자매중 둘 째 미연 역을 맡은 문소리는 이 영화로 제41회 영평상,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첫째 '희숙'을 연기한 김선영은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제30회 부일영화상, 영평상, 청룡상까지 굵직한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톱모델 출신 장윤주는 '세자매'로 첫 주연을 맡아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막내 미옥 역으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시민 덕희' '1승' 등에 주연으로 연이어 캐스팅 돼 기대를 더했다.
김선영은 4개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수상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다. 비교적 작은 영화에서 여성들이 분투해 완성한 성과에 대한 뿌듯함이었다. 그는 '영평상' 수상 당시 "투자가 힘들어서 영화가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렸다.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런상까지 받게 됐다"라며 "배우로서 과도기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답을 못 찾는 시기다. 혼란스럽지만 이 시기를 잘 딛고 좋은 연기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문소리는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건네 받은 이후 "극 중 세자매에게는 각각 딸이 있는데, 그 딸들이 폭력과 혐오의 시대를 넘어 당당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라며 "더 멋진 여자들 영화로 찾아 뵙겠다.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74세 한국 할머니' 윤여정, 美 아카데미서 첫 여우조연상 '새 역사'
봄 날,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감격 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아카데미 93년 역사에서 아시아 배우로는 두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기생충'의 4관왕 신화에 이어 또 한 번 믿기 여려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나리'(정이삭 감독)에서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모습을 담백하게 연기한 윤여정의 수상은 이미 예견 돼 있었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부터 '오스카'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연기상 수상 3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 각 종 예측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유력 매체들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윤여정을 지목했다.
여기에 윤여정은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줬다" 등 솔직하고 위트 있는 소감과 어록으로 전세계인들의 '인싸'로 떠오르기도 했다.
윤여정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제' 2부 시작과 함께 "노배우 윤여정"이라며 깜짝 등장해 많은 후배 배우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는 후배들에게 지금 전세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못하는 영어 하느라 힘들었다. 한글을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다"며 특유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뽐냈다. 홍의정→박지완, 여성 감독들의 발견...'모가디슈' '인질' 흥행 시킨 강혜정 대표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돋보인 한해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인 여성 신인감독들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뒀다.
홍의정 감독은 유아인-유재명 주연 영화 '소리도 없이'로 첫 장편 영화 도전에 나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제30회 부일여오하상 신인감독상, 제5회 아시안 필름 어워즈 신인감독상 등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앞서 변희봉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17분짜리 단편 '서식지'로 단숨에 주목 받은 홍 감독은 '소리도 없이'로 자신의 독보적인 연출력을 드러냈다. '명장' 봉준호 감독은 지난 11월 열인 제6회 충무로 영화제에서 홍 감독을 향해 "지금 가장 주목 받는 감독"이라며 "참 위험한 발상을 하는 위험한 아티스트"라고 엄지를 치켜세워 화제가 됐다.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김혜수 주연작 '내가 죽던 날'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제4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단편 '여고생이다'를 시작으로, 여러 영화에서 스크립터, 각본, 감독 등으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박 감독은 '내가 죽던 날'로 관록의 배우 김혜수는 물론 영화계를 매료 시키며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끌고 있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조은지부터 '연애 빠진 로맨스'의 정가영 감독까지, 올해는 자신 만의 색깔이 뚜렷한 독보적인 여성 감독들이 잇따라 등장한 한해였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여성 영화인이 있다.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트로피를 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다. 류승환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침체 된 극장가에서 '모가디슈'부터 '인질'까지 '흥행'을 이루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했다.
'모가디슈'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강 대표는 "저는 촌스럽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추면서 "회사 창립 후 가장 받고 싶던 상을 받았다. 영화는 관객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이런 시국에 361만이나 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매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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