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영화人싸≫
정가영 감독 '연애 빠진 로맨스'로 첫 상업영화 데뷔
"발칙한 영화 하고 싶다…홍상수 감독 영향 있어"
'혀의 미래'부터 '연빠로'까지 19금 같은 15세 영화 연출
'연빠로' 속 함자영 역, 20대 정 감독 모습 투영
정가영 감독 '연애 빠진 로맨스'로 첫 상업영화 데뷔
"발칙한 영화 하고 싶다…홍상수 감독 영향 있어"
'혀의 미래'부터 '연빠로'까지 19금 같은 15세 영화 연출
'연빠로' 속 함자영 역, 20대 정 감독 모습 투영

"저는 발칙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도발적이다. 그런데 야하지 않다. 29금 토크는 기본, 청춘 남녀의 속사정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여자 홍상수'로 불리는 정가영 감독이 첫 상업영화 데뷔작 '연애 빠진 로맨스'(이하 '연빠로')에서 자신의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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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불이 꺼지자 마자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전 남친과 이별후 밤이 외로운 여자 주인공이 누군가와 격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보여진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과감한 이 영화는 시종 거침 없고 발칙하다. 여자 주인공 '함자영', 남자 주인공 '박우리' 인물들의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정가영 감독은 '연빠로' 개봉 전 인터뷰에서 "섹스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런 소재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던 영화는 없었다. 남녀가 만나기까지 여러 경로가 있을텐데, 요즘 데이팅 어플을 통해 썸을 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접하고, 흥미로운 지점이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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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감독은 2014년 제4회 올레 국제스마트폰 영화제를 통해 10분짜리 단편영화를 처음 선보였다. 첫 키스를 하기 위해 만난 연인이 부모의 '재혼'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후, 몇 분 후 불길한 미래가 이어지는 내용이다. 정 감독이 직접 출연해 꽤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 제목 또한 참 센스 있게도 '혀의 미래'다.
이후 2015년부터 '연빠로'를 선보이기 직전인 2020년 까지 정 감독은 '내가 어때섷 ㅎㅎ'부터 '비치 온 더 비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밤치기', '하트'까지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여러편의 단편영화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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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섹스, 술...지금까지의 정 감독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어디선가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쓰레기다"라는 표현을 해 본 관객이 있을 것이다. 정 감독 영화에서는 희한하게 그런 B급 감성이 느껴지진 않는다. '욕' 대신 '공감'을 자극한다. 맥락 없이 야하지 않고, 실제 누구나가 한 번 쯤 해봤을 법한 말과 행동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 안엔 인간의 현실적인 욕망, 사랑, 이별 등이 담겨 있어 몰입도를 높인다.
"제 자신이 왜 이렇게 연애나 성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짝사랑 같은 것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데, 누굴 좋아하는 지 말 안 하는 친구들은 그냥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 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고, 그래서 그런걸 또 영화로 만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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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업 영화는 또 다른 경험이 됐다. 정 감독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는 전반적으로 많이 달랐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 규모의 제작환경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라며 "독립영화 할 때는 저의 세계였다. 제가 왕국의 왕이어서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서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상업영화를 하면서 이렇게 영화를 몰랐구나 싶었다. 공부하지 않았던 게 들통 났다. '왜 공부 안 하고 탱자탱자 살았나. 너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라고 반성했다.
장르에 대한 고민도 따랐다. 정 감독은 "안 그래도 계속해서 이렇게 사랑 가지고 징징대는 영화를 할 지,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느와르나 공포, 호러 등에 도전해 볼 지 꾸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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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작품이 너무나 과감하고 적나라 해서 덩달아 이를 만든 정 감독을 안 좋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이들이 존재할 지 모른다. 정 감독은 게의치 않았다. "제 이미지랄게 있나? 술 좋아하고 연애 좋아하는 거 맞는데?"라며 미소 지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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