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영화人싸≫
장편 데뷔작 '소리도 없이'로 '청룡' '백상' 등 휩쓸어
'제6회 충무로 영화제'서 봉준호 감독과 만남
봉준호 감독 "지금 가장 주목 받는 감독…위험한 아티스트"
홍의정 감독 "차기작도 익스트림할 것"
장편 데뷔작 '소리도 없이'로 '청룡' '백상' 등 휩쓸어
'제6회 충무로 영화제'서 봉준호 감독과 만남
봉준호 감독 "지금 가장 주목 받는 감독…위험한 아티스트"
홍의정 감독 "차기작도 익스트림할 것"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위험한 아티스트네"
'거장'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첫 장편 '소리도 없이'로 영화판을 들썩 거리게 한 차세대 '거장' 홍의정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28일 펼쳐진 제6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이하 '감감묻')에서다.
이날 봉 감독은 '봉디테일' 답게 웬만해선 그냥 지나칠 법한 장면을 끄집어 내 홍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극 중 창복(유재명)이 초희(윤승아)의 손을 잡고 걸을 때, 작은 땀방울이 창복의 손에서 초희의 손으로 흘러 옮겨 가는 장면에 대해 "분명 계획된 장면 같은데, 어떤 의도인거냐?"고 물은 것.
예상 못한 질문에 홍 감독은 흠칫 놀랐지만, 그는 봉 감독만큼이나 소름 돋도록 디테일한 사람이었다. 홍 감독은 "명확하게 보이면 안 되지만 보이길 원했던 장면이었다. 촬영 감독님이 굉장히 고생하셨다"라며 "영화를 만들 때 제가 생각하는 상징적인 것들이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늘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영화에 묻어나서 해석되길 바라지는 않았다. '땀'의 경우 성실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하고 사는 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저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현혹된다. 땀으로 모든 사람들의 성실함을 표현하려고 했고, 성실하게 임하는 그 일이 뭔지 들여다봐야 하는 관계 속에서 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초희의 앞 뒤 안 가리는 성실함, 납치 된 그 곳에서 적응하고 있는 그 아이에게 창복의 땀방울이 전달 되는 것을 통해 마치 스위치처럼 발동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초희도 그 땀방울에 동참을 하고 있다는 식이구나"라며 "(홍 감독은) 참 위험한 발상을 하는 위험한 아티스트다"라며 '허허' 웃었다.
'감감묻'이 시작될 때부터 봉 감독은 "'소리도 없이'는 밤새 이야기 하고 싶은 영화다. 스토리를 압축해서 한 페이지로 보면 그게 전부인 영화들이 있는데, '소리도 없이'는 여러가지 뉘앙스가 풍부한 영화랄까? 그래서 얘기할 것들이 많다"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날 1시간 30분 동안 끊임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코로나19로 침체 된 영화계에서 '소리도 없이'는 1년 사이 개봉작중 단연 빛났다. 제작비 13억원을 들인 '소리도 없이'는 지난해 10월 15일 개봉해 40만 3424명을 동원 했다. 다른 상업영화에 비해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지만, 첫 장편 영화 도전에 뛰어든 홍 감독의 발견과 '명불허전' 유아인, 유재명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지난 1년 동안 꾸준하게 회자 됐다.
'소리도 없이'는 조직의 하청을 받아 살인이 일어날 장소에 미리 비닐을 깔아 주거나 시신을 암매장 하는 일을 하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두 인물은 마치 평범한 일터에서 일하는 것처럼 성실하게 일하지만, 누가 뭐래도 범죄에 가담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희라는 아이를 납치한 사건에도 휘말리는데, 두 사람부터 태인의 동생 문주, 납치 된 초희까지 모두가 성실하게 현실에 적응해 가는 독특한 분위가 이어진다.
홍 감독은 "산과 악, 인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이 맨처음 생각한 제목은 '소리도 없이 우리는 괴물이 된다'였다.
'아이러니' 그 자체인 이 영화로 홍 감독은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제30회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제5회 아시안 필름 어워즈 신인감독상 등 국내 굵직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앞서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디자인과를 졸업한 홍 감독은 2년간 영상광고 제작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프로듀서, 조감독 등을 맡아 여러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후 2012년 영국 런던필름스쿨 영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마쳤고, 현지에서 여러 단편영화와 광고를 만들며 연출력을 키웠다.
그리고 2018년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단편 '서식지'가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한국단편경쟁 섹션에 초청 되면서 국내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서식지'는 갑작스럽게 남북통일이 돼 경제공황을 겪는 한국을 배경으로, 아들로부터 최신 전화기를 받고 이웃에게 작동법을 물어보는 늙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변희봉 배우가 주연으로 17분 동안 존재감을 발산한, 억지로 이야기를 비틀지 않고 곱씰을수록 매력적인 영화다. '소리도 없이'와 결이 비슷한, 홍의정 감독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다.
국내에서 이제 단 두 편을 선보인 홍 감독이다. 그는 '소리도 없이'로 주목 받은 이후 "인생의 운을 여기에 다 쓴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홍 감독은 부산영화제특별판으로 만들어진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첫 장편이라는 생각보다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여기에 최대한 담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려는 간절함이 있었고, 동시에 이것이 나의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공포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충무로영화제 '감감묻'에서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을 궁금해 하자 홍 감독은 "여러 제안을 받고 있지만, '제가 쓰고 있는게 있으니 그걸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중"이라며 '소리도 없이'를 제작한 루이스 픽처스와 또 한 번 손을 잡고 갈 것 같다고 귀띔 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 아시다시피 시나리오가 완성 된다고 해서 꼭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두 번째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봉 감독은 "영화를 꼭 찍고 싶다는 바람은 어느 영화인이나 똑같다. 한 편의 영화가 메이드 될 때까지 여러 장애물이 많아서다"라며 "하지만 홍 감독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홍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소리도 없이'를 찍기 전 구상 했던 이야기 중 하나라며 "주제는 비슷하다. 앉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 관객의 수준이 엄청나다. 정말 예리하고 다양한 해석을 내 놓더라"라며 '소리도 없이'처럼 익스트림한 상황이 담길 것이라고도 예고 했다. 봉 감독은 "'소리도 없이' 보다 더 섬칫하고 더 웃기고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작품이 탄생될 것 다"며 홍의정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위험한 아티스트네"
'거장'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첫 장편 '소리도 없이'로 영화판을 들썩 거리게 한 차세대 '거장' 홍의정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28일 펼쳐진 제6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이하 '감감묻')에서다.
이날 봉 감독은 '봉디테일' 답게 웬만해선 그냥 지나칠 법한 장면을 끄집어 내 홍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극 중 창복(유재명)이 초희(윤승아)의 손을 잡고 걸을 때, 작은 땀방울이 창복의 손에서 초희의 손으로 흘러 옮겨 가는 장면에 대해 "분명 계획된 장면 같은데, 어떤 의도인거냐?"고 물은 것.
예상 못한 질문에 홍 감독은 흠칫 놀랐지만, 그는 봉 감독만큼이나 소름 돋도록 디테일한 사람이었다. 홍 감독은 "명확하게 보이면 안 되지만 보이길 원했던 장면이었다. 촬영 감독님이 굉장히 고생하셨다"라며 "영화를 만들 때 제가 생각하는 상징적인 것들이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늘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영화에 묻어나서 해석되길 바라지는 않았다. '땀'의 경우 성실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하고 사는 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저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현혹된다. 땀으로 모든 사람들의 성실함을 표현하려고 했고, 성실하게 임하는 그 일이 뭔지 들여다봐야 하는 관계 속에서 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초희의 앞 뒤 안 가리는 성실함, 납치 된 그 곳에서 적응하고 있는 그 아이에게 창복의 땀방울이 전달 되는 것을 통해 마치 스위치처럼 발동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초희도 그 땀방울에 동참을 하고 있다는 식이구나"라며 "(홍 감독은) 참 위험한 발상을 하는 위험한 아티스트다"라며 '허허' 웃었다.
'감감묻'이 시작될 때부터 봉 감독은 "'소리도 없이'는 밤새 이야기 하고 싶은 영화다. 스토리를 압축해서 한 페이지로 보면 그게 전부인 영화들이 있는데, '소리도 없이'는 여러가지 뉘앙스가 풍부한 영화랄까? 그래서 얘기할 것들이 많다"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날 1시간 30분 동안 끊임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코로나19로 침체 된 영화계에서 '소리도 없이'는 1년 사이 개봉작중 단연 빛났다. 제작비 13억원을 들인 '소리도 없이'는 지난해 10월 15일 개봉해 40만 3424명을 동원 했다. 다른 상업영화에 비해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지만, 첫 장편 영화 도전에 뛰어든 홍 감독의 발견과 '명불허전' 유아인, 유재명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지난 1년 동안 꾸준하게 회자 됐다.
'소리도 없이'는 조직의 하청을 받아 살인이 일어날 장소에 미리 비닐을 깔아 주거나 시신을 암매장 하는 일을 하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두 인물은 마치 평범한 일터에서 일하는 것처럼 성실하게 일하지만, 누가 뭐래도 범죄에 가담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희라는 아이를 납치한 사건에도 휘말리는데, 두 사람부터 태인의 동생 문주, 납치 된 초희까지 모두가 성실하게 현실에 적응해 가는 독특한 분위가 이어진다.
홍 감독은 "산과 악, 인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이 맨처음 생각한 제목은 '소리도 없이 우리는 괴물이 된다'였다.
'아이러니' 그 자체인 이 영화로 홍 감독은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제30회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제5회 아시안 필름 어워즈 신인감독상 등 국내 굵직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앞서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디자인과를 졸업한 홍 감독은 2년간 영상광고 제작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프로듀서, 조감독 등을 맡아 여러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후 2012년 영국 런던필름스쿨 영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마쳤고, 현지에서 여러 단편영화와 광고를 만들며 연출력을 키웠다.
그리고 2018년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단편 '서식지'가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한국단편경쟁 섹션에 초청 되면서 국내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서식지'는 갑작스럽게 남북통일이 돼 경제공황을 겪는 한국을 배경으로, 아들로부터 최신 전화기를 받고 이웃에게 작동법을 물어보는 늙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변희봉 배우가 주연으로 17분 동안 존재감을 발산한, 억지로 이야기를 비틀지 않고 곱씰을수록 매력적인 영화다. '소리도 없이'와 결이 비슷한, 홍의정 감독 작품 세계의 시작점이다.
국내에서 이제 단 두 편을 선보인 홍 감독이다. 그는 '소리도 없이'로 주목 받은 이후 "인생의 운을 여기에 다 쓴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홍 감독은 부산영화제특별판으로 만들어진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첫 장편이라는 생각보다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여기에 최대한 담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려는 간절함이 있었고, 동시에 이것이 나의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공포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충무로영화제 '감감묻'에서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을 궁금해 하자 홍 감독은 "여러 제안을 받고 있지만, '제가 쓰고 있는게 있으니 그걸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중"이라며 '소리도 없이'를 제작한 루이스 픽처스와 또 한 번 손을 잡고 갈 것 같다고 귀띔 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 아시다시피 시나리오가 완성 된다고 해서 꼭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두 번째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봉 감독은 "영화를 꼭 찍고 싶다는 바람은 어느 영화인이나 똑같다. 한 편의 영화가 메이드 될 때까지 여러 장애물이 많아서다"라며 "하지만 홍 감독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홍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소리도 없이'를 찍기 전 구상 했던 이야기 중 하나라며 "주제는 비슷하다. 앉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한국 관객의 수준이 엄청나다. 정말 예리하고 다양한 해석을 내 놓더라"라며 '소리도 없이'처럼 익스트림한 상황이 담길 것이라고도 예고 했다. 봉 감독은 "'소리도 없이' 보다 더 섬칫하고 더 웃기고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작품이 탄생될 것 다"며 홍의정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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