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글로벌 3대 직배사(워너뮤직코리아·소니뮤직코리아·유니버설뮤직)의 역할과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해외 아티스트와 팝을 국내에 소개하고 유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아티스트와 한국 음악을 해외에 알리는 종합 음악 엔터테인먼트로 나아간다.
워너뮤직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진승영 대표는 다른 직배사와는 다르게 더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포화 상태인 아이돌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남들이 잘하지 않는 힙합, 알앤비, 크로스오버 등의 장르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가치와 잠재된 능력을 판단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투자 이유는 진승영 대표와 워너뮤직코리아의 확신이다. 진승영 대표는 음악 산업의 확장에 워너뮤직코리아가 앞장서리라 굳게 믿고 있다.
워너뮤직코리아의 첫 인상은 일반적인 회사와는 달랐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으레 있는 회사 소개나 회사의 비전, 대표의 인사말은 없다. 대신 워너뮤직 소속의 아티스트와 앨범, 노래들을 소개한다.
진승영 대표는 "워너뮤직은 아티스트와 음악을 유통하는 기업이다. 아티스트와 음반 중심인 기업. 그래서 웹사이트에 '워너는 이런 기업이다', '대표는 이런 이력이 있다'라고 적는 것보다 소속된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그 아티스트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소개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워너뮤직코리아의 목표는 팝의 유통, K팝의 수출, 글로벌 아티스트 양성이다.
"저희는 미국, 영국 레이블이 키우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한국에 가져와서 대중들이 관심을 갖도록 마케팅하고 유통합니다. 한국에서는 팝을 찾아 듣는 리스너가 많지 않아요. 전체 음악 시장의 13~14%가 팝이고 국내 가요가 나머지인데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팝을 찾아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포장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을 이끌고 있는만큼 워너뮤직 전체가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진대표는 "과거에 팝 음악을 듣는 비중이 높았던 나라도 현지 음악에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은 국내 뮤지션, 국내 음악이 좋다보니 워너뮤직에선 한국의 뮤지션들을 키우는 걸 원하고 있다"고 했다.
워너뮤직코리아도 K팝의 성장에 발맞춰 역할을 넓혔다. 단순 유통사처럼 활동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엔터로 도약했다. 제이미(박지민), 래퍼 루피, 블루, 오왼, 서자영 등이 소속된 언킷포인트를 자회사로 인수했으며 가수 숀 등을 영입했다.
"워너뮤직코리아가 30년도 넘었는데 과거에는 바이브, 문차일드, 엠씨더맥스, 백지영 등 음반을 내는 것에 적극적으로 활동했었어요. 이후엔 한국 엔터들이 강해지다보니 단순 유통사로 활동하다 이젠 소속사, 음반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죠. 워너뮤직코리아와 파트너 관계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를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한 작업도 집중해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출신인 진대표는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어바나 샴폐인에서 금융경제학 및 세무회계학을 전공한 뒤 글로벌 투자 회사에서 일했다. 연예계에 종사하다 엔터를 이끌고 있는 대표와는 다른 이력이다. 그래서인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기준도 조금 달랐다.
"아티스트도 중요하지만, 경영진들을 보는 것 같아요. 경영자의 성향에 따라 회사가 성장하다보니 우리가 같이 일하고 싶은 분들을 위주로 레이블을 찾고 투자를 많이 해요."
진대표는 "한국 회사들이 너무 강하다. K팝이나 발라드 같은 대중음악엔 관심이 많지만 다른 장르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알앤비, 트로트, 국악, 클래식 등 한국 회사들이 덜 신경쓰는 장르와 아티스트를 찾아 집중하고 있다. 그걸(아이돌, 발라드) 잘하는 회사는 많기 때문에 워너의 특색 있는 산업을 만들고 유일한 롤을 찾기 위한 투자를 많이 하고 시간도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너뮤직이 품은 아티스트는 마약(루피, 오왼, 블루)과 사재기 의혹(숀)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들의 음악적 능력과는 별개로 부정적 여론의 리스크까지 안아야하는 워너뮤직. 진대표는 어떤 그림을 그렸기에 이들을 영입했을까.
"리스크가 크죠. 마약 투약 같은 경우는 그 심각성도 인지하고 있고요. 성장과 가치에 워너뮤직이 필요한 파트너를 뽑는 것 같아요. 논란을 문제 삼기엔 그들의 잠재력과 탤런트가 아까웠어요. 레이블의 특수한 사운드가 너무 좋았거든요. 문제를 한 번 겪은 사람들을 좋은 길도 인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죠. 잘못된 걸 깨닫고 그걸 하지 않는 게 성장 과정이지 않나요? 이들의 음악도 성장하고 삶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밌게 일하는 게 우선이라는 진대표. 그는 음악이라는 게 라이프 콘텐츠지 않나. 본사도 예전에 음악만 많이 고집했었는데 지금은 뮤직 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종합 엔터로 거듭나려하다 보니 관련된 모든 분야를 보고 있다. 콘텐츠의 경계선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라디오가 주 매체였을 땐 음악 홍보의 진입장벽이 높았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나 플랫폼이 많다보니 홍보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더 힘들게 일해야 한다"며 "플랫폼이 많아졌기에 소비자에게 아티스트를 홍보할 수 있는 길도 가지각색이다.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음악의 형태도 변했다. 예전에는 듣는 음악이었다면 현재는 보는 음악 나아가 만지는 음악으로 변하는 추세다. 하지만 워너뮤직은 꾸준히 듣기 편한 음악을 추구하며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진대표는 "귀에 꽂히는 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엄청난 팝스타이긴 하지만 우리는 진솔한 뮤지션을 더 원하는 것 같다. 음악의 진보는 없다는 말도 있지 않나. 새로운 사운드도 없고 새로운 코드도 없이 응용만 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림도 새로운 색깔이 나타나지 않는다. 음악도 비슷하다. 오리지널은 없지만 음악을 섞고 세대를 더하고 메시지를 넣어 아티스트를 부여하면 유니크한 것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라며 "새로운 코드가 나와 확 바뀌는 건 아니지만, 듣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조금씩 바뀌기 마련인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대중적인 사운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발견해서 사운드를 진화시키는 게 큰 음악 회사들이 할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인기 있는 사람들보다 일단 좋은 음악, 수준 높은 음악, 미래 지향적인 음악을 먼저 기준으로 삼는다. 그 음악을 인기 있게 만드는 것은 회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소비자는 외국에 비해 취향이 뚜렷하고 끓는점이 낮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열광하고 열을 올려 유행을 선점하는 것이 어려운 시장. 진대표는 "사랑할 땐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미워할 땐 엄청 미워하는데 그런 성향 때문에 한국 음악 산업이 더 빨리 진화하는 것 같다"고 봤다.
그는 "음악 취향이 뚜렷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다.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의 만족을 위해 아티스트도 작곡가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화려한 것을 찾고, 해외의 것을 갖고와 접목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K팝이 매번 새로운 것도 한국 음악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어려운 시장이지만 성장을 하는 시장. 크리에이티브한 시장"이라면서 "미국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글로벌 시장에 접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외국 노출이나 해외 팬이 필수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필수입니다. 워너뮤직, 소니뮤직, 유니버셜 세 회사들의 역할이 확실해진 것 같아요. 음악 산업의 확장에 워너가 앞장 설 겁니다. 확신하고 있어요."
종합 엔터로서 워너뮤직코리아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진대표는 "아이돌이 한국을 알리는 데 일조했지만 아이돌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음악의 미래를 보컬이나 힙합, 크로스오버로 보고 이 장르를 알리는 시장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아티스트가 해낼 거라 믿고 워너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고 싶어요. 한국에 숨겨진 뮤지션을 찾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목표가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게 첫 번째죠. 투자했던 회사들 많이 커졌고 국내 소속 아티스트들의 노래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응원하고 유통하고 홍보하는 게 우리의 위치예요. 앞으로도 이끌어가기 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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