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개성 있고 주체적인 여성 댄서들의 짜릿한 경쟁
여전히 '악마의 편집' 고수하는 엠넷

신선함과 화제성 잡을 스우파만의 길을 가야
홀리뱅 / 사진제공=Mnet
홀리뱅 / 사진제공=Mnet
프라우드먼 / 사진제공=Mnet
프라우드먼 / 사진제공=Mnet
≪우빈의 조짐≫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 없이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

뜨겁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치졸한 수법은 쓰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잘 추는지 보여줄게"라는 자신감과 승부욕을 바닥에 깔고 있지만 판에 대한 존중은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커저버린 인기. 단순히 춤을 잘 춰서 혹은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이라서가 아니다. 일반인은 알지 못했던 댄스 장르와 배틀, 그 판에서 국내 톱(TOP)을 찍은 댄서들의 능력, 개성 있고 주체적인 댄서들의 관계성과 쌓아가는 서사와 성장. 댄스 문외한인 시청자들을 그들의 판으로 흡입시키고 있다.
사진=Mnet 방송화면
사진=Mnet 방송화면
겸손은 없지만 오만하지도 않다. 스승과 제자의 싸움, 1인자와 2인자의 배틀, 의가 상했던 댄서들의 대결은 짜릿하고 뭉클했다.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고 외친 허니제이(크루 홀리뱅 리더)의 말의 흡입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잘 짜여진 구성과 실력있는 출연진, 대중에게 신선한 영역의 조합은 큰 울림을 만들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서바이벌 오디션 운영 과정에서 각종 구설에 시달렸던 Mnet이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 대기업인 Mnet의 기획력과 자본력이 없었다면 여성 댄서로만 된 댄스 오디션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겠는가.

Mnet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선함과 화제성을 낚았지만, 요리가 성공할지는 미지수. 도마와 칼은 온전히 제작진이 들고 있다.

애초에 '스우파'는 댄서들의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 역시 "아직 조명 받지 못한 댄서들을 보여주자고 했을 때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PD님이 해주실 것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코카N버터 / 사진제공=Mnet
코카N버터 / 사진제공=Mnet
라치카 / 사진제공=Mnet
라치카 / 사진제공=Mnet
아직도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점은 예상보다 터저버린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제작진에게 독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하면 어때'가 '얼마나 더 성공할까'로 생각이 바뀌는 순간 제작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안전빵 편집이다.

제작진은 점점 더 '악마의 편집' 그늘로 빠지고 있다. 초기엔 각자의 역량과 배틀의 묘미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미션이 시작되자 무대의 완성도를 위한 의견 조율을 갈등으로 변질시키고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저격 발언으로 둔갑시켰다. 탈락자 지목 제도를 넣어 춤을 즐기게끔 하지 못하고 실력보다 전략으로 진행되게 판을 깔았다.

춤이 아닌 정치를 흥행 요소로 잡자, 배틀에 대한 편집은 소홀해 졌다. 수십 명의 댄서들로 치러진 메가 크루 미션 때 곡 선정 이유나 안무와 대형을 짜는 과정, 퍼포먼스의 의미 등을 생략됐다. 제작진이 내놓은 콘텐츠는 크루 간의 갈등과 견제. 완성된 결과에 대한 리액션은 짧았고, 저지들의 점수에 초조해하고 탈락에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만을 강조한 편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에서나 봄직한 모습.
YGX / 사진제공=Mnet
YGX / 사진제공=Mnet
원트 / 사진제공=Mnet
원트 / 사진제공=Mnet
웨이비 / 사진제공=Mnet
웨이비 / 사진제공=Mnet
성의 없는 편집도 도마에 올랐다. 1회부터 어려운 용어들이 나왔지만 이를 설명하는 자막도 쓰지 않았고, 배틀 용어의 실수가 이어져 피드백을 받고 나서야 수정됐다. 편집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할 법도 한데 홀리뱅 멤버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이름확인'이라는 자막을 띄워 빈축을 샀다. 또한 홀리뱅의 최종 점수가 281점이었음에도 282점으로 쓰기도 했다. 제작진의 실력이 아니라 시력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Mnet의 제작 시스템 전반에 균열을 의심할만한 대목이다.

백댄서로 무대 뒤에 서는 게 아니라 댄서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 무대는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서로를 뭉개고 깎아내리는 편집점은 댄스 자체 보다는 분란에 집중하게 한다. 10년 이상 서바이벌 오디션을 보며 전문가가 다된 시청자들에게 기시감을 주는 편집은 득이 될 것이 없다.

Mnet은 여성 댄서 배틀이라는 참신한 기획을 앞세워 '스우파'란 대어를 낚았다. 위기 속 회사를 살릴만한 대어는 그만의 요리법이 있다. 식당이 김치찌개를 맛집이라고 해서 김치찌개에 대어를 넣어서는 쓰겠는가.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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