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개그 설정에 '눈살'
홍윤화, 외모 비하로 논란 바통 이어받나
외모비하·성희롱, 개그 소재로 사용 되지 않은 지 오래
개그우먼 이국주, 홍윤화./사진=텐아시아DB
개그우먼 이국주, 홍윤화./사진=텐아시아DB
일부 개그우먼의 선 넘은 무리수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과거 남자 게스트를 상대로 강제 입맞춤을 해 논란을 빚은 이국주를 비롯해 수위 높은 방송으로 '성희롱 논란'에 오른 박나래에 이어 이번엔 홍윤화가 외모 비하 발언으로 논란의 바통을 이어받을 위기다.

홍윤화는 29일 유튜브 채널 '엔조이 커플' 콘텐츠에 참여했다. 해당 채널에는 최근 뜨거운 인기를 타고 있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패러디한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콘텐츠에는 대세 개그우먼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엔조이 커플'의 주인공 임라라는 라치카의 가비로 분한 '가리비'로 등장했고 유튜버 '일주어터'로 활동 중인 김주연은 라치카의 피넛을 패러디한 '도넛'으로 등장했다.

이밖에 이지혜는 코카앤버터의 제트썬 '제로투썬', 김진주는 코카앤버터의 리헤이 '에헤이', 박진주는 YGX의 예리 '존예리', 김선정은 YGX의 리정 '린정', 김정현은 훅의 아이키 '아이킼킼', 김혜선은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뭡니카', 이수빈은 프라우드먼의 립제이 '립서비스제이', 민솔유는 홀리뱅의 허니제이 '허니JYP', 고은영은 원트의 효진초이 '허긴초이', 홍현희는 웨이비의 리더 노제 '노이로제'로 분해 닉네임 만으로도 웃음을 안겼다.

여성 희극인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각자 개성 넘치는 개인기는 물론이고, 웃음을 향한 끼와 열정에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에 많은 누리꾼은 박수를 보냈다.
사진=유튜브 채널 '엔조이 커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엔조이 커플' 영상 캡처
하지만 파이트저지 역할을 맡은 홍윤화는 무리한 개그 욕심을 냈다. 그는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홍현희의 외모를 비하하는 선 넘는 발언으로 무리수를 둔 것. 그는 "정말 날짜 지난 우황청심환같이 생긴 외모를 보여준 노이로제 씨"라며 홍현희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먹으면 바로 골로 갈 것처럼 너무 유통기한 지난 것 같이 생기지 않았냐"며 외모 비하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타인을 비하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웃음을 준비한 동료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이국주는 과거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에 강경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모 비하가 질 나쁜 폭언임을 잘 알고 있는 모양새. 하지만 이국주가 그간 예능프로그램에서 남성 연예인들에게 기습 뽀뽀를 하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과도한 스킨십으로 논란이 됐던 것이 폭로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박나래도 위기를 맞았다. 그는 지난 3월 웹 예능 '헤이나래' 2회에서 속옷만 입은 남자 인형을 소개하고, 옷을 갈아입히면서 "그것까지 있는 줄 알았다"며 남성의 신체를 묘사했다. 그는 인형의 팔을 신체 주요 부위로 밀어 넣는 행동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원종재 PD는 KBS2 '개그콘서트' 1000회를 맞아 준비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제 못생긴 개그맨도 뽑을 수 없는 시대"라며 "코미디 적으로 몸과 얼굴이 재산인 이들을 데리고 코너를 짜서 올리면 비난의 대상이 돼 시도조차 할 수 없다"고 얘기한 바 있다.

타인의 외모를 깎아내리거나 성희롱적인 요소는 개그 재료로 사용 되지 않은 지 오래다. 몇몇 코미디언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듯 보인다. 굳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한 웃음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희극인이 증명하고 있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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