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인터뷰
"전세계적인 인기 예상 못해, 얼떨떨하다"
"전화번호 노출 피해, 죄송하게 생각"
"스트레스로 치아 6개 빠져, 시즌2 노코멘트"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극한 상황에 놓이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미녀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할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인간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을 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2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대한 표절 의혹부터 여성 혐오, 개인정보 유출까지 각종 논란에 관해 답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오징어게임'은 장르의 유사성으로 공개 전부터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등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내가 2008년부터 구상한 작품이다. 유사 포맷이라 언급되는 작품은 그보다 훨씬 이후에 공개됐다. 굳이 우선권을 따지자면 제가 원조"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개 후에도 계속되는 표절 시비에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 만의 독창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큰 차이점은 두 가지"라며 "게임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의 게임이 어렵고 복잡해서 풀어내면서 진행되는데,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 게임 중에서도 제일 단순한 것들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3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한 명의 영웅을 내세워 리더가 되는 과정이 아닌 루저의 이야기를 담는다"며 "어떤 위너도 영웅도 천재적인 사람도 없다. 기훈(이정재 분)도 남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식 앞으로 나간 것뿐이다. 영웅이 없는 루저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일각에서는 한미녀(김주령 분)의 육체를 재화로 삼는 설정, 보디 프린팅된 여성의 도구화 등 젠더감수성 부재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황 감독은 여성 혐오의 의도는 없었다며 "보디 페인팅은 여성의 도구화라기보다 VIP 권력자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사람을 사물화한 거다. 인간을 도구화하는 VIP를 묘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 전화번호가 노출돼 사용자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이에 황 감독은 "예상 못했다. 없는 번호라고 해서 썼는데 제작진이 예측을 못 했던 것 같다. 끝까지 확인하지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작진 쪽에서 해결해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사과했다.

"노출된 통장번호는 제작진 겁니다. 그런데 계좌로 계속 456원씩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위해 계좌는 정리하는 거로 결정했습니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는 건 그만큼 '오징어게임'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 '오징어게임'은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인기 TV프로그램' 부문에서 닷새째 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17일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쾌거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사상 최초이자 아시아 드라마 사상 최초다.

이에 황 감독은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열풍이 불건 예상하지 못했다. 좋다가 얼떨떨하다가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과는 카톡하거나 가끔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다들 얼떨떨해한다. 정호연 씨는 SNS 팔로워 수가 40만에서 500만이 넘었다고 하더라. 다들 너무 놀라워한다. 꿈인가 생시인가"라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이베이 등에서는 달고나 키트 등이 판매되는 등 '킹덤'에 이어 K-드라마 열풍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넷플릭스에서 만들자고 생각했을 때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제작하기는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라며 "'킹덤', 싸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처럼 '오징어 게임'의 옛날 놀이 역시 세계적인 파급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농담처럼 달고나가 비싸게 판매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일어나다니"라며 놀라워했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가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이 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나서서 이야기를 해주니 너무 놀랍다. 여기까지 온 거 정말로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시나리오를 쓴지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세상에 나온 이유를 묻자 황 감독은 "당시에 영화로 만들려고 했을때는 난해하다, 기괴하다는 평을 들었다. 서글픈데 10년이 지난 이 세상이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어울리는 세상이 된 거다. 오히려 지금은 재밌다고, 현실감있다고 해주더라. 슬프게도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누구나 열광하는 요소잖아요. 또 요즘 가상화폐니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일확천금을 노리니까. 이런 소재가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황 감독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오징어게임'에 속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게임 참가 이원을 456명, 상금을 456억 원으로 설정한 이유를 묻자 황 감독은 "2008년 각본을 썼을 때는 1000명에 상금은 100억이었다. 10년 후 제작하려 보니 100억은 적은 돈이 돼버려서 상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로또 가장 큰 당첨액을 찾아보니 초창기에 400억 정도 받았더라. 그래서 400억대로 책정한 뒤 가장 기억하기 좋은, 중간에 있는 쉬운 번호인 456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게임' 속 기훈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로 묘사되고 있다. 이에 황 감독은 "쌍용차가 레퍼런스가 된 것이 맞다"며 "기훈의 인생이 어떻게 바닥까지 굴러가게 됐는가를 생각하다 그 사건을 레퍼런스를 삼아 만들어보면 어떨까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기훈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으니까. 해고된 후 여러 자영업을 시도 했지만 망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출연자들이 지내는 공간 벽에 모든 게임이 다 스포일러 돼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황 감독은 "게임의 비밀을 숨겨놓고 싶었다. 경쟁자들끼리 서로만 쳐다보기 바빠서 벽에 무엇이 있는지 보지도 않는 거다. 나중에 대부분의 사람이 죽고 공간이 텅 비게 되면서 벽에 그려진 비밀이 보이면 오싹한 전율을 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에 기훈의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빨간 머리는 직관적으로 떠올린 거다. 이 작품을 찍어갈 무렵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훈은 다시 예전으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기훈이라면 미용실에 앉아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고. 그랬을 때 평소 기훈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머리를 했을 것 같더라. 그 전의 기훈과는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 기훈이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은 뭘까 했을 때 빨간 머리였다. 기훈의 분노가 안에 내재 되어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 주제와 잘 닿아있는 게임으로 '징검다리 건너기'를 꼽았다. 그는 "이기는 과정은 단순하다. 앞사람이 죽어서 길을 터주면 된다. 결국 승자들이라 불리는 사람은 패자들 시체 위에 서 있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패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놀이 구성에 대해서는 "첫 번째 게임은 무조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려고 했다. 충격적인 대량학살을 보여주기에 이 게임이 가장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게임 역시 무조건 오징어 게임이었다. 가장 격렬한 게임이라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하는 처절함의 아이러니가 잘살 것 같았다. 그 외에 게임은 구성하면서 추가하기도, 빼기도 했다"고 밝혔다.

"딱지치기 대신 실뜨기를 시켜볼까도 했어요. 웃기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런데 사람들이 실뜨기에 대한 정확한 규칙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뺐죠. 여자한테 유리한 게임도 넣을까 고민했는데,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한 작품이다 보니 단순한 게임들로 구성했습니다."

공유, 이병헌 등 화려한 특별출연 라인업은 어떻게 캐스팅 된 걸까. 황 감독은 "공유 씨와는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슬쩍 부탁을 했더니 바로 오케이를 해줘서 캐스팅 했다. 이병헌 씨도 영화 '남한산성' 이후로 계속 연락하다가 술자리에서 기분 좋으실 때 슬쩍 여쭤봤더니 하자고 해서 승낙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2에 제작에 대해서는 "시즌1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제작하고 연출을 혼자서 하는 과정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이라 바로 제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좋아해서 안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더라. 머릿 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은 있는데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영화 아이디어가 먼저 떠올라 그것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넷플릭스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시즌2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솔직하게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을 제작하며 스트레스로 치아가 6개나 빠졌다는 황 감독. 그는 "'오징어 게임'은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모 아니면 도, 걸작 아니면 망작이나 괴작이라고 평가받을 것 같았다. 아이들 게임을 목숨 걸고 하는 걸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매일 밤 대본 작업을 하며 잠을 못 자다 보니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시즌2는 죄송하지만 일단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있어서 말씀드리기에는 이를 것 같아요. 여러 방향이 열려있어서 생각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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