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절실했던 '네고왕'의 본색
협박 아닌 협상해야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절실했던 '네고왕'의 본색
협박 아닌 협상해야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2010년 개봉된 영화 '부당거래' 속 류승범의 이 대사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곳에서 활용돼 왔다. 한 쪽이 너무 잘해주면 상대방은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달라스튜디오의 웹예능 '네고왕'이 처한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과거 절실했던 '네고' 과정이 이제는 여론으로 기업 찍어누르는 방식에 그쳐 아쉬움을 남긴다.
'네고왕'은 각종 기업의 본사로 찾아가 '왕'을 상대로 제품 할인 이벤트를 제안하고 협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첫 공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현재 세 번째 시즌을 공개 중이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은 물론, 참여 브랜드의 서버 다운과 앱스토어 순위 등을 기록하며 한 회당 30억원에서 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다.
참여 기업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소비자들은 할인된 가격의 제품 구입이 가능하고, 제작진은 높은 조회수를 얻는 삼위일체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시즌1 광희부터 시즌2 장영란, 시즌3 딘딘·슬리피까지 출연하는 스타마다 '대세' 반열에 올랐다. 앞서 광희와 장영란은 수많은 기업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더 이상 협상하기가 어려워져 하차를 결정할 만큼파급 효과가 상당했다.
협상 과정에서 웃음을 줬던 '네고왕'이지만 최근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출연진은 한껏 부풀어진 구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한 협상안을 내놓고도 좀처럼 굽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과거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하는 모습이 웃음을 안겼지만 이제는 기업이 1~2억원의 손해를 보는 건 우습게 아는 듯 하다. 특히 이번 시즌 출연자가 한 명 더 늘다보니 협상 테이블에서의 위력이 강해져 더욱 막무가내식이다. 협상보다는 소비자들을 앞세운 협박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 모든 걸 딘딘과 슬리피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기대에 못 미치는 협상 결과가 나오면 비판은 고스란히 두 사람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출연진은 막중한 부담감을 떠안고 끝없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에 딘딘은 "올 때마다 부담되는 프로그램은 이게 처음"이라고 했고, 슬리피는 "'진짜 사나이' 이후로 제일 무서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정도다. 앞서 출연한 광희, 장영란 역시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대중들이 '네고왕'에 열광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기업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고 높은 할인율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록 '네고왕'과 참여 기업의 부담감이 커졌다. 소비자가 점점 더 높은 할인을 원하면서 기업들은 참여를 주저하기 시작했고, 출연진은 구독자들의 눈치만 보기 바쁘다.
결국 제작진은 지난 10일 공개된 치킨 편에서 기업 섭외가 어려워졌다고 직접 토로했다. 시즌1에 참여한 브랜드가 너무 높은 할인율의 이벤트를 진행해 그보다 더 많은 할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 맞았다는 것. 기업으로선 홍보 효과는 확실하나 막대한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참여 브랜드는 치킨 한마리의 50% 할인을 결정하며 예상 손해만 4억원이 훌쩍 넘는 협상안을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독자들 사이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제작진은 초기 기획처럼 소비자와 기업에게 합리적인 혜택과 건강한 웃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 이 가운데 '네고왕'은 최근 고동완 PD가 에이앤이 네트웍스(A+E Networks)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을 맞았다. '네고왕'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려면 어떻게 발전시켜야할 지 고민할 때다.
'네고왕'은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 뉴미디어 콘텐츠상'에서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웹예능으로 꼽힌 셈이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선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봐야 한다. 기업의 삥을 뜯어 눈앞의 환호와 이익만 신경쓰는 방식으로는 콘텐츠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없다. 현재 누리고 있는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2010년 개봉된 영화 '부당거래' 속 류승범의 이 대사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곳에서 활용돼 왔다. 한 쪽이 너무 잘해주면 상대방은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달라스튜디오의 웹예능 '네고왕'이 처한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과거 절실했던 '네고' 과정이 이제는 여론으로 기업 찍어누르는 방식에 그쳐 아쉬움을 남긴다.
'네고왕'은 각종 기업의 본사로 찾아가 '왕'을 상대로 제품 할인 이벤트를 제안하고 협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첫 공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고,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현재 세 번째 시즌을 공개 중이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은 물론, 참여 브랜드의 서버 다운과 앱스토어 순위 등을 기록하며 한 회당 30억원에서 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다.
참여 기업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소비자들은 할인된 가격의 제품 구입이 가능하고, 제작진은 높은 조회수를 얻는 삼위일체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시즌1 광희부터 시즌2 장영란, 시즌3 딘딘·슬리피까지 출연하는 스타마다 '대세' 반열에 올랐다. 앞서 광희와 장영란은 수많은 기업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더 이상 협상하기가 어려워져 하차를 결정할 만큼파급 효과가 상당했다.
협상 과정에서 웃음을 줬던 '네고왕'이지만 최근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출연진은 한껏 부풀어진 구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한 협상안을 내놓고도 좀처럼 굽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과거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하는 모습이 웃음을 안겼지만 이제는 기업이 1~2억원의 손해를 보는 건 우습게 아는 듯 하다. 특히 이번 시즌 출연자가 한 명 더 늘다보니 협상 테이블에서의 위력이 강해져 더욱 막무가내식이다. 협상보다는 소비자들을 앞세운 협박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 모든 걸 딘딘과 슬리피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기대에 못 미치는 협상 결과가 나오면 비판은 고스란히 두 사람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출연진은 막중한 부담감을 떠안고 끝없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에 딘딘은 "올 때마다 부담되는 프로그램은 이게 처음"이라고 했고, 슬리피는 "'진짜 사나이' 이후로 제일 무서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정도다. 앞서 출연한 광희, 장영란 역시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대중들이 '네고왕'에 열광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기업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고 높은 할인율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하지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록 '네고왕'과 참여 기업의 부담감이 커졌다. 소비자가 점점 더 높은 할인을 원하면서 기업들은 참여를 주저하기 시작했고, 출연진은 구독자들의 눈치만 보기 바쁘다.
결국 제작진은 지난 10일 공개된 치킨 편에서 기업 섭외가 어려워졌다고 직접 토로했다. 시즌1에 참여한 브랜드가 너무 높은 할인율의 이벤트를 진행해 그보다 더 많은 할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 맞았다는 것. 기업으로선 홍보 효과는 확실하나 막대한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참여 브랜드는 치킨 한마리의 50% 할인을 결정하며 예상 손해만 4억원이 훌쩍 넘는 협상안을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독자들 사이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제작진은 초기 기획처럼 소비자와 기업에게 합리적인 혜택과 건강한 웃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 이 가운데 '네고왕'은 최근 고동완 PD가 에이앤이 네트웍스(A+E Networks)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을 맞았다. '네고왕'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려면 어떻게 발전시켜야할 지 고민할 때다.
'네고왕'은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 뉴미디어 콘텐츠상'에서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웹예능으로 꼽힌 셈이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선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봐야 한다. 기업의 삥을 뜯어 눈앞의 환호와 이익만 신경쓰는 방식으로는 콘텐츠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없다. 현재 누리고 있는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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