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첫 회
빈틈없는 휴먼 멜로
전국 4.2% 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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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 부정(전도연 분)과 강재(류준열 분)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부정은 출판사를 그만둔 사실을 숨긴 채 남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출근했고, 강재는 다양한 얼굴의 가면을 쓰고 역할 대행 서비스에 전념 중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절친 딱이(유수빈 분)의 울음소리에 강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돈을 빌리고 잠적했던 정우(나현우 분)가 이름 모를 여자와 함께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것. “나는 결혼 대행을 열 번 하면 했지, 장례 대행은 절대 안 하는 주의”라면서도 가족도 없이 외롭게 세상을 떠나는 정우가 못내 마음에 걸린 강재는 딱이와 함께 그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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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은 부정의 슬픈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눈물은 멈출 줄 몰랐고 그런 부정의 어깨 위로 낯선 손길이 다가왔다. 바로 강재였다. 정류장서부터 줄곧 우는 부정을 지켜보던 강재가 무심히 건넨 ‘손수건’은 이들 인연의 시작점이었다. 이어 “그 손수건이요, 그게 좀 비싼 거라 다 쓰고 버리지 마시고 세탁해서 쓰시라고요”라며 강재가 일어서는 찰나, 부정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소맷자락을 다급히 붙잡았다. 놀란 듯 돌아보는 강재와 위태롭게 흔들리는 부정, 다른 세상에 살던 두 남녀의 운명 같은 첫 만남이 심박수를 고조시켰다.
‘인간실격’은 첫 방송부터 기대작다운 진가를 발휘했다. 전도연과 류준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전도연은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을 깨달은 부정의 공허와 상실을 깊이 있게 그려내 가슴 저릿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 창숙의 품에 안겨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어”라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는 부정의 모습도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류준열 역시 스물일곱 청년 ‘강재’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매력을 극대화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인생의 목표도 방향도 달랐지만, 내리막과 오르막의 중턱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부정과 강재는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었다. 잔잔하고 고요했던 일상에 거센 요동이 일기 시작한 두 남녀, 더욱 깊고 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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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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