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기' 곽시양 안효섭 장태유 김유정 공명/ 사진=SBS 제공
'홍천기' 곽시양 안효섭 장태유 김유정 공명/ 사진=SBS 제공
SBS 새 월화드라마 '홍천기'가 첫 방송을 앞둔 가운데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폐지된 '조선구마사' 이후 SBS가 5개월 여만에 선보이는 사극드라마라는 점이 방영 전부터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오는 30일 첫 방송을 앞둔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 분)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의 한 폭의 판타지 로맨스를 담는다.

제작 확정 소식이 알려지자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원작자로 유명한 정은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별에서 온 그대',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에서 감각적 영상미를 선보인 장태유 감독과 '멜로가 체질'을 공동 집필한 하은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사극 여신' 김유정을 필두로 안효섭, 공명, 곽시양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도 이목을 끄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천기'는 판타지 사극이라는 점에서 '조선구마사'와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SBS가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뒤 처음 방영하는 사극드라마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TEN이슈] SBS 사극 '홍천기', '조선구마사' 꼬리표 뗄 수 있을까
지난 3월 방영된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악귀에 대항하는 혈투를 그렸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역사적인 위인들에 대한 왜곡 뿐 아니라 중국풍 세트장, 소품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다고 했지만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SBS는 첫 방송 이후 4일 만에 방영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이후 신경수 PD와 박계옥 작가, 출연 배우들이 연이어 사과문을 공개하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이 가운데 SBS가 5개월 만에 다시 사극 카드를 들고 나온 상황이라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자 '홍천기'를 연출한 장태유 감독은 26일 오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역사 왜곡을 걱정하는 여론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장 감독은 '홍천기'에 대해 "로맨스를 중점으로 둔 판타지 사극이다. 일반적인 정치 사극이나 멜로를 담은 드라마와 다르게 멜로, 판타지, 사극적 재미가 한데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작과 달리 시대적 배경을 가상 국가 단왕조라는 판타지 세계로 구축했다. 홍천기 등 등장 인물의 일부만 원작대로 활용했고, 그외의 실존 인물이나 지명은 모두 가상의 명칭으로 바꿔서 역사 왜곡 논란을 방지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아직 본편을 공개하기도 전에 '조선구마사'와 겹쳐 언급되는 건 '홍천기'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 등 우리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철저한 고증 없이 사극을 선보였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홍천기'가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실존 인물이었던 안평대군(극 중 이름 양명대군) 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역사 고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KBS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MBN '보쌈' 등 '조선구마사' 사태 이후에 나온 사극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건 긍정적이다.

'홍천기'는 판타지와 역사를 적절히 섞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조선구마사'에 이은 또 하나의 망작이 될지 기대를 모으는 상황에서 예비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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