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를 확인하세요', '검은태양' vs '원더우먼' 정면 대결 위한 희생양
4부작 임에도 주말 시간대 주 1회 방송, 편성에 아쉬움 남아
작품성과 별개로 시청률 0% '굴욕', '오! 나의 주인님' 이후 두 번째
4부작 임에도 주말 시간대 주 1회 방송, 편성에 아쉬움 남아
작품성과 별개로 시청률 0% '굴욕', '오! 나의 주인님' 이후 두 번째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MBC는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SBS '펜트하우스3'와의 승부를 피하고 싶었던 걸까'
장기적인 드라마 부진을 겪고 있는 MBC가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는 150억 대작 '검은태양'을 오는 9월 17일 금요일로 첫방을 확정했다. 기존 12회에서 14회로 연장한 '펜트하우스3' 후반부와 겹치는 대신 후속작인 '원 더 우먼'과 정면 대결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대작들의 편성 사이에 껴서 시청률 0%라는 굴욕을 맛보고 있는 MBC 스페셜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다.
방민아, 권화운 주연의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는 헤어진 연인이 이벤트로 당첨된 커플 여행에 참여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감성 트립 멜로물로, 2020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 PD상 수상작이다. 총 4부작으로 기획된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는 당초 MBC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후속작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달 21일 MBC 측은 8월 14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주 1회 방송이라는 이례적인 편성을 공식화했다. 이후 하루 뒤, MBC는 창사 이래 최초로 금토 드라마를 신설하며 '검은 태양'을 첫 주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검은 태양'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8년 만에 MBC로 돌아온 남궁민과 박하선, 유오성, 장영남, 이경영 등 묵직한 존재감의 배우들, MBC와 웨이브가 150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작품이다.
콘텐츠전략부장은 "주말에 드라마 장르의 선택이 집중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기존 평일 밤 드라마를 주말 밤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신설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러한 편성에는 '펜트하우스3' 종영 후 이동하는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친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를 펜트하우스 종영 때까지 시간대를 메울 드라마로 선택하면서 말이다.
앞서 MBC 토요일 오후 10시대에는 '손현주의 간이역'이 전파를 탔다. 지난 7월 10일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뒤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하이라이트들이 방송됐다. 금요일 오후 10시대에는 '아무튼 출근' 스페셜 방송을 내보내 왔다. 지난 8월 8일 도쿄 올림픽을 폐막하면서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는 '원 더 우먼'과 정면 대결을 펼칠 '검은 태양'의 편성 중간 다리 역할이 됐다.
문제는 4부작 단막 드라마를 주말 황금대 시간에 배치했다는 점, 감정의 연결이 중요한 로맨스 감성물임에도 굳이 주 1회 편성을 해 호흡을 끊기게 했다는 점이다. 이에 시청률 역시 첫회 1.0%를 시작으로 2회에 0.8%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MBC 수목극 첫 주자로 나선 '오! 주인님'이 12회에서 1부 0.9% 기록, MBC 드라마 중 첫 시청률 0%대라는 불명예를 안은 이후 두 번째 0%대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낮다고 작품성까지 낮은 건 아니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는 제주도의 싱그러운 배경이 담긴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청춘들의 통통 튀는 스토리와 아릿하고 절절한 멜로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앞서 방송된 극본 공모전 당선작 4부작 '목표가 생겼다'가 수목드라마에 주 2회 방송으로 편성, 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의 성적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MBC는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재방 편성까지 축소해 '비운의 수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장기적인 시청률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검은 태양' 홍보와 편성에 많은 힘을 쏟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작을 위해 강제 희생된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에 열과 성을 쏟은 배우들과 제작진의 노고 역시 생각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간 8부작, 4부작 등 다양한 길이의 작품을 편성하고, 드라마와 영화의 크로스오버 작품을 선보이는 등 방송계에서 볼 수 없었던 선도적인 편성으로 호평받았던 MBC였던 만큼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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