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이후 '흥행' 부담감
드라마 '방법' 스핀오프 '방법: 재차의' 개봉
좀비물 외에 범죄물, 사회물 선보일 계획
"영화산업 미래 예측 불가능…다양한 시도할 것"
연상호 작가 겸 감독./ 사진제공=CJ ENM
연상호 작가 겸 감독./ 사진제공=CJ ENM
≪노규민의 영화인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 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부산행'이 성공한 이후에 부담감이 컸습니다. 대본을 쓰거나, 연출할 때 '나는 계속해서 '부산행' 정도의 성공을 이뤄야 하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염력'이 잘 안 되고 나서 오히려 부담감이 사라졌죠."

연상호 감독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계속해서 '부산행'의 그늘 안에 있진 않았다. 기회가 닿는데로 즐겁게 작업하자는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신작 영화 '방법: 재차의'를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 연 감독의 얼굴 표정에서 그 마음이 엿보였다. 부담감 보다 설렘이 가득찬 얼굴이었다.

첫 실사 영화 연출작 '부산행'(2016)으로 1157만명을 동원하고, 코로나19 발발 이후 영화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내놓은 '반도'(2020)로 381만명을 모은 연감독이다. 첫 드라마 '방법'은 최고 시청률 6.7%를 기록,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높은 화제성을 이끌었다. '염력'(2018)이 흥행에 실패 했어도 연 감독의 남다른 상상력과, 그 상상을 구현해내는 감각적인 연출력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다른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특히나 연 감독은 '부산행' '서울역' '반도' 등 좀비 시리즈로 '연니버스'를 구축하고,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를 연이어 선보이며 '방법 유니버스'의 시작도 알렸다. 한국영화에선 흔히 보지 못했던 그림이다. 그는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처럼 뻗어 나가고 있다. 이에 관객들은 연 감독의 과거 작품을 다시 찾아 보게 됐고, 이 다음에 나올 작품에 대한 기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작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의 스핀오프다. '방법'의 백소진이 진종현(성동일)을 방법하고 사라진 이후, 3년이 지난 어느 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지원, 정지소, 정문성 등이 드라마에 이어 그대로 출연하며, 권해효, 오윤아, 이설 등 새로운 인물들이 합류해 극적인 재미를 더했다. 특히 연 작가는 각본만 참여 했고, 드라마에 이어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렇다면 드라마 '방법'부터 영화 '방법: 재차의'까지, 연 감독은 왜 글만 썼을까. 연 감독은 "사실 몇 년전부터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극장용 영화 시스템이 '고인물 같다'라고 생각했다. 고착된 느낌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옆동네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시장은 급변 했고, 과감하게 여러 시도를 하는 걸 봤다. 그러던 중 스튜디오 드래곤 측에서 '드라마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 했다. 그땐 이미 '반도'를 연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극본이라도 참여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고, 그렇게 '방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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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요? 없습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라며 김 감독과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아쉬움이라기 보다 김 감독의 연출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것도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연 감독은 김 감독과 합이 잘 맞았다. 그리고 그의 연출력에 대만족 했다. 연 감독은 "드라마를 할 때 김 감독이 재해석 해서 연출하는 그림이 좋았다.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내더라. 굿을 하는 장면, 소진이 방법할 때의 모습 등을 독특한 비주얼로 완성 해 너무 좋았다"라며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보다 '방법'의 세계관을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김 감독이 연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번 결과물을 보고 저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의 '방법' 시리즈를 만들어갈 때 참고할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왜 계속 좀비일까. 이번 신작에 등장하는 '재차의'라는 존재도 '되살아난 시체'로, 좀비의 일종이다. 연 감독은 "제작사 쪽에서 '이런 것 좀 해보자' '이런 건 어떠냐'며 제안하는데, 대부분이 '부산행' 얘기를 한다. 과거에 '돼지의 왕' '사이비' 같은 작품도 했는데, 그런 작품을 해보자고 하는 사람은 없더라"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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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상호'라는 이름이 알려진 건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부터다. 배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등이 목소리 연기를 펼친 이 애니메이션은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2만명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특히 한국 장편 애니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는 쾌거를 안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연 감독은 1997년과 2000년, 스톱 모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 했는데 표현의 한계에 부딪혀 2D로 전환했다. 이후 2003년, 2006년에 '지옥'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였고,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세를 탔다. 이때부터 그의 '장편' 연출작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돼지의 왕'에서는 학교 폭력, '창'에선 군대, '사이비'에서는 종교 문제를 다뤘고, '지옥'을 통해서는 사회성이 배제된 스릴러 장르를 선보이기도 했다.

연 감독은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은 세계관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좀비 쪽을 벗어난 다른 방식의 작품을 세팅 중이다. 사실 여러 장르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본의 아니게 공개 시기가 좀비, 재차의 쪽으로 맞춰 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니버스'의 세계관에 대해 "오히려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연 작가는 "'방법: 재차의'처럼 확장된 세계관을 이어가면서도, 판타지가 전혀 없는 범죄물을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내년 정도에 범죄물, 사회물 등을 선보일 것 같다. '연니버스'라는 것으로 규정 짓는 것 보다, 제 머릿속에는 남이 이렇게 하면 반대로 가고 싶은 생각이 더 많다. 늘 다른걸 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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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 작가는 신작 '방법: 재차의'와 관련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방법'은 현재진행형이다. '방법'과 관련한 이야기가 드라마나 영화 뿐 아니라 소설로 나올 수 도 있다"라며 "세계관이 넓혀지기 위해서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독점해선 안 된다.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이 세계관에 들어와서 각각 다른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자유롭고 뛰어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판을 만들 수 있는 계기나 단초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중이다"라고 했다.

현재 '방법'은 속편 드라마를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드라마 '방법'의 새로운 시리즈 '괴이'도 준비중이다. 구교환, 곽동연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연 감독이 극본을 맡았고,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다. 다음달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아인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지옥'은 후반작업 진행중이다. 올 하반기 쯤에 공개 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했다.

"잠깐 멍 때리고 있으면 시스템이 변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영화산업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상상조차 안 가죠.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답을 찾기 힘들다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산업이 허락하는 한, 많은 시도를 해보자'라는게 창작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28일 드디어 첫 선을 보이는 '방법: 재차의'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연 감독은 "초자연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저희 애가 7살인데 강시를 알더라.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에 나온단다. '방법: 재차의'도 10대들이 가족, 친구들과 부담없이 즐길 수 잇는 오락물이다. 어렸을 때 강시의 움직임을 따라하는게 재미있지 않았나. '방법: 재차의'가 제가 어렸을 때 즐겼던 영화처럼 그렇게 소비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제가 내놓은 작품 중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편안하게 즐기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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