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사진=텐아시아DB
봉준호 감독./ 사진=텐아시아DB
봉준호 감독이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자신과 자신의 영화와 관련해 다양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7일(현지시간) 제74회 칸 국제영화제가 개최된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발 뷔뉘엘 홀에서 열린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 감독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현장에 자리했다.

이날 봉 감독은 "칸 영화제는 가장 기쁘고 즐거운 곳인 동시에 공포스러운 곳이다. 도마 위 생선이 된 기분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특유의 재치있는 말솜씨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봉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살인의 추억' 이야기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준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까지 솔직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먼저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것과 관련한 비하인드가 흥미를 끌었다. 미제사건으로 종결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것을 강조하며 "시나리오를 쓸 당시 진범의 실제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은 도대체 어떤 어떤 눈빛을 가진 사람일까 궁금했다"라며 "그 얼굴을 2019년,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해, 그 해에 보게 됐다"라고 했다.

또 봉 감독은 "진범이 영화를 봤는데 별 관심 없고, 재미없었다고 했다더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계속해서 봉 감독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실제 가족들은 당신의 영화 속에 나오는 권위적인 캐릭터와 거리가 먼가"라는 질문에 "거리가 멀다, 아버지도 유머러스한 분이셨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마더'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를 보고 어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셨다"라며 "12년간 그 영화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셨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봉 감독은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간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동물 다큐멘터리'라고 떠올렸다. 그는 "원숭이들이 알코올이 섞인 과일을 먹고 술에 취해서 나무에서 툭툭 떨어졌던 기억만 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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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봉 감독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스트리밍도 영화를 보는 좋은 방법이다"라며 "그러나 극장의 위력을 당할 수 없다, 파워풀한 사운드, 화면의 크기, 집단으로 본다는 것도 있지만 제일 강력한 지점은 보는 사람이 멈추거나 이탈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준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생충' 다음다음 작품이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라며 "올 1월에 시나리오와 스크립트는 완성해놓고, 현재 열심히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2025년이나 2026년 즈음에 , 늦어도 그때는 완성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애니메이션 출발점이 프랑스의 클레르 누비앙이 쓴 '심해'라는 과학 서적이다. 아내가 책을 사 왔는데, 심해 생물체가 나와있고 컬러도 너무 아름답더라"라며 "이 책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고, 준비한지는 2~3년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해 기대를 안겼다.

봉 감독이 참석한 '랑데부 아베크'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 외에도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이자벨 위페르, 스티브 매퀸, 마르코 벨로치오 등이 참석했다. 앞서 봉 감독은 지난 6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을 선언하기도 했다.

제74회 칸 영화제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7일까지 12일간 열린다. 한재림 감독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비경쟁 부문,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을 받았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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