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여성 스포츠 예능 향한 우려
투혼과 열정으로 만든 반전
여성 스포츠 예능 향한 우려
투혼과 열정으로 만든 반전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처음에는 JTBC '뭉쳐야 찬다' 흥행으로 파생된 아류작으로 점쳐졌다. 예상 밖의 성적은 파일럿이라는 특수성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결과가 아닌가 했다. '여자 프로축구도 외면 받는 실정인데 누가 보겠느냐'는 조롱도 받았다. 하지만 출연진의 땀과 열정이 반전을 만들어냈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이야기다.
'골때녀'는 축구에 진심인 여성 스타들의 축구 대결을 그린다. FC 국대 패밀리부터 FC 개벤져스, FC 불나방, FC 구척장신, FC 액셔니스타, FC 월드 클라쓰까지 총 6개 팀으로 나눠진 약 40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돼 전국 가구 시청률 1회 8.4%(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2회 10.2%를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고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지난 6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골때녀'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설 특집 당시 재밌게 본 시청자들은 반겼지만,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정규 프로그램으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냉혹한 평가도 나왔다.
여성들의 스포츠라는 점도 많은 걱정을 자아냈다. 축구 종목은 야구와 더불어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지만 여자 축구의 경우는 다르다. 지소연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자 축구를 향한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정규 편성 후 첫 방송이 2.6%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다. 하지만 여성 스타들의 투혼이 안방극장에 감동을 전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불과 한주 만에 6.2%로 크게 오르더니 지난 30일에는 7.5%로 상승했다.
'골때녀'를 둘러싼 걱정을 떨쳐낸 건 오롯이 출연진의 땀과 열정이다. 화려한 개인기나 놀랄 만한 퍼포먼스는 없지만 모든 출연자가 몸을 사리지 않는다. 치열한 몸싸움은 물론, 육탄 방어까지 이들의 투혼과 공을 향한 집념이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해진다. 경기에 몰입한 선수들의 날카로운 눈빛, 끓어오르는 승부욕은 흥미를 돋우고 몰입감을 더한다. 그러면서도 경기 도중 상대편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등 돌발 행동이 속출해 웃음을 자아낸다. 파일럿 이후 4개월간 휴식기를 가졌던 것도 주효했다. 앞선 파일럿이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여성들의 도전기였다면 정규 방송은 프로 경기 같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스포츠 예능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공식인 '성장 스토리'도 가져왔다. 지난 대회에서 허무하게 전패를 기록한 FC 구척장신은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FC 국대 패밀리에 대등한 경기를 하다 아쉽게 패배했다.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게 일취월장한 출연진은 그간의 노력을 예상케 하며 많은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새 얼굴도 만만치 않다. 전 우승 팀 FC 불나방의 독주로 시시하게 끝날 것 같았던 개막전은 신생팀 FC 월드 클라쓰의 예상 밖 활약으로 팽팽했다. 마리아, 사오리 등 외국인 선수들의 등장에 압도적인 체력과 운동 능력을 가진 에이스 박선영도 고전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운동 신경을 선보인 개그우먼 김민경의 합류도 기대를 모은다.
일부 아쉬운 점도 있다. 낡은 편집 방식에 대해 이른바 '지상파식 돌려보기'라는 조롱 섞인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예능의 특성상 순식간에 지나간 장면을 다시 보여줘야 하는 건 납득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장면은 시청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유튜브같은 숏 플랫폼과 빠른 호흡에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약점이다.
스포츠 예능은 그동안 반짝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6년 종영한 KBS '우리동네 예체능'은 종목마다 성적표가 엇갈렸고, 현재 방영 중인 JTBC '뭉쳐야 쏜다'는 과거의 향수만 자극하다가 비판 받고 있다. 그에 반해 '골때녀'는 출연자들의 축구를 향한 진심 어린 열정과 진지한 태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같은 좋은 흐름을 길게 끌고 가 앞선 스포츠 예능의 '나쁜 예'를 답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처음에는 JTBC '뭉쳐야 찬다' 흥행으로 파생된 아류작으로 점쳐졌다. 예상 밖의 성적은 파일럿이라는 특수성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결과가 아닌가 했다. '여자 프로축구도 외면 받는 실정인데 누가 보겠느냐'는 조롱도 받았다. 하지만 출연진의 땀과 열정이 반전을 만들어냈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이야기다.
'골때녀'는 축구에 진심인 여성 스타들의 축구 대결을 그린다. FC 국대 패밀리부터 FC 개벤져스, FC 불나방, FC 구척장신, FC 액셔니스타, FC 월드 클라쓰까지 총 6개 팀으로 나눠진 약 40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돼 전국 가구 시청률 1회 8.4%(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2회 10.2%를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고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지난 6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골때녀'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설 특집 당시 재밌게 본 시청자들은 반겼지만,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정규 프로그램으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냉혹한 평가도 나왔다.
여성들의 스포츠라는 점도 많은 걱정을 자아냈다. 축구 종목은 야구와 더불어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지만 여자 축구의 경우는 다르다. 지소연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자 축구를 향한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정규 편성 후 첫 방송이 2.6%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다. 하지만 여성 스타들의 투혼이 안방극장에 감동을 전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불과 한주 만에 6.2%로 크게 오르더니 지난 30일에는 7.5%로 상승했다.
'골때녀'를 둘러싼 걱정을 떨쳐낸 건 오롯이 출연진의 땀과 열정이다. 화려한 개인기나 놀랄 만한 퍼포먼스는 없지만 모든 출연자가 몸을 사리지 않는다. 치열한 몸싸움은 물론, 육탄 방어까지 이들의 투혼과 공을 향한 집념이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해진다. 경기에 몰입한 선수들의 날카로운 눈빛, 끓어오르는 승부욕은 흥미를 돋우고 몰입감을 더한다. 그러면서도 경기 도중 상대편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등 돌발 행동이 속출해 웃음을 자아낸다. 파일럿 이후 4개월간 휴식기를 가졌던 것도 주효했다. 앞선 파일럿이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여성들의 도전기였다면 정규 방송은 프로 경기 같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스포츠 예능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공식인 '성장 스토리'도 가져왔다. 지난 대회에서 허무하게 전패를 기록한 FC 구척장신은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FC 국대 패밀리에 대등한 경기를 하다 아쉽게 패배했다.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게 일취월장한 출연진은 그간의 노력을 예상케 하며 많은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새 얼굴도 만만치 않다. 전 우승 팀 FC 불나방의 독주로 시시하게 끝날 것 같았던 개막전은 신생팀 FC 월드 클라쓰의 예상 밖 활약으로 팽팽했다. 마리아, 사오리 등 외국인 선수들의 등장에 압도적인 체력과 운동 능력을 가진 에이스 박선영도 고전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운동 신경을 선보인 개그우먼 김민경의 합류도 기대를 모은다.
일부 아쉬운 점도 있다. 낡은 편집 방식에 대해 이른바 '지상파식 돌려보기'라는 조롱 섞인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예능의 특성상 순식간에 지나간 장면을 다시 보여줘야 하는 건 납득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장면은 시청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유튜브같은 숏 플랫폼과 빠른 호흡에 친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약점이다.
스포츠 예능은 그동안 반짝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6년 종영한 KBS '우리동네 예체능'은 종목마다 성적표가 엇갈렸고, 현재 방영 중인 JTBC '뭉쳐야 쏜다'는 과거의 향수만 자극하다가 비판 받고 있다. 그에 반해 '골때녀'는 출연자들의 축구를 향한 진심 어린 열정과 진지한 태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같은 좋은 흐름을 길게 끌고 가 앞선 스포츠 예능의 '나쁜 예'를 답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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