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정돌!" 외치던 에이프릴
멤버 이현주 왕따 논란으로 이미지 훼손
걸그룹 에이프릴 /사진 = DSP미디어
걸그룹 에이프릴 /사진 = DSP미디어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청정, 순수, 힐링 등이 저희 에이프릴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아요."

2015년 11월, 그룹 에이프릴은 당시 리더였던 전소민이 탈퇴하고 김채원, 이현주,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 등 총 5인 체제로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데뷔곡 '꿈사탕'으로 데뷔한 에이프릴은 3개월 만에 '무아'(Muah)로 두 번째 활동에 나서며 열의를 불태웠다.

당시 컴백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에이프릴만의 특징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걸그룹 에이프릴 /사진 = DSP미디어
걸그룹 에이프릴 /사진 = DSP미디어
"저희요? 청순이라기보다는 청정이에요! 청정, 순수, 힐링 등이 저희 에이프릴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아요. 청정돌로서 순수한 힐링 에너지 전달해 드릴게요!"

천진난만하고 싹싹했던 에이프릴의 말을 믿었건만. 에이프릴이 해맑게 외치던 '청정돌'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데뷔 7년차를 맞이한 에이프릴은 왕성한 활동 대신 혹독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올해 초 불어닥친 '학교 폭력' 폭로 릴레이 틈 속에서 불거진 '왕따 논란' 때문이다.

지난 2월 이현주의 남동생 A씨와 지인 B씨는 "이현주가 그룹 내에서 왕따를 당해 공황장애와 호흡곤란 등 정신적인 증세로 많이 힘들어 했다"며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로 이나은, 이진솔, 전소민(현 KARD 멤버) 등이 지목됐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이현주도 직접 입을 열어 왕따 피해 사실을 주장했다. "(에이프릴의) 괴롭힘은 데뷔를 준비하던 2014년부터 시작되어 팀을 탈퇴한 2016년까지 지속됐다"면서 "3년 동안 꾸준히 폭행과 폭언, 희롱, 욕설, 인신공격을 비롯해 할머니, 엄마, 아빠, 동생에 대한 모욕까지 견디기 고통스러웠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사진제공=DSP미디어
사진제공=DSP미디어
당시 팀 정체성을 '청정', '순수', '힐링'으로 정의했던 에이프릴의 실상은 멤버를 향한 '폭언', '희롱', '인신공격'이었던 것일까. 너무도 상반되는 두 얼굴이다.

데뷔 이래 내내 '최연소 걸그룹'이란 수식어로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내세웠던 에이프릴이라 팀 내 '왕따 논란'은 더욱 치명타가 됐다.

이 일로 인해 소속사 DSP미디어(이하 DSP)와 에이프릴은 이현주와 남동생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했다. 이나은과 이진솔, 김채원 등은 '이현주를 왕따시킨 적이 없다'고 입장을 내고, 매체와 인터뷰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상황은 쉽게 반전되지 않는 형국이고, 팬과 대중은 이미 에이프릴에게 실망한 듯 보인다.

고소장을 접수받은 경찰의 판단도 에이프릴과는 달랐다. 경찰은 최근 A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수사 종결했다. 경찰은 A씨가 이현주에게 일어났다고 주장한 사건들이 사실로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내용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허위사실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여러 정황들을 폭로한 것이 에이프릴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경찰 수사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그 뒤에 숨겨진 많은 감정의 실타래가 있을 것이고, 차마 공개적으로 시비를 가리지 못할 속사정도 있다고 여겨진다. '그룹 내 왕따'라는 프레임 속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됐지만, 그 책임이 100% 어느 한 쪽에 있지 않다는 것도 감안할 수 있다.
[최지예의 에필로그] "우린 청정·순수·힐링돌" 외치던 에이프릴, 사라진 진정성
다만, 아쉬운 것은 DSP와 에이프릴의 대응 방식이다.

가장 먼저는 DSP가 에이프릴 멤버들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시작은 사춘기 소녀들의 감정싸움이었을 테지만, 팀 문지방을 넘어서 대외적으로 사안이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분명 소속사의 책임이 있다. 게다가 문제가 됐던 시기 멤버들이 모두 미성년 10대였으니, DSP는 멤버들 사이 불화의 기운이 감지됐을 때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또, 이 사건을 시작한 이현주의 동생 A씨에 대해 법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현주는 DSP 소속이고, 게다가 A씨는 고등학생 미성년자다. 소속 연예인, 그 가족과 문제가 불거졌다면 응당 대화로 해결했어야 옳다. 감정적이고 섣부른 법적 대응으로 위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DSP와 에이프릴을 본 대중은 하나둘 등을 돌렸다.

에이프릴 멤버들 역시 대응이 늦었다. 이나은과 이진솔은 논란이 불거진지 4개월이 지나서야 직접 입을 열었다. 회사를 믿고 기다리며 에이프릴을 지키기 위해 입장 표명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4개월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 놀라고 실망했을 팬들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 너무 오래 지체 않고 마음을 달래줬어야 맞다.

에이프릴은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정상에서 군림한 그룹은 아니었어도, '청정돌'로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표방하며 정체성이 확실한 그룹이었다. 다만, 그 정체성에 진정성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라붙는다.

"저희가 아직은 어리다 보니까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모습들을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막내 진솔이가 성인이 되려면 5년이 남았는데 점점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 인터뷰 이후 벌써 6년이 흘렀고, 막내 이진솔은 지난해 성인이 됐다.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에이프릴의 말이 빛바래버려 안타까움만 더한다.

에이프릴의 진짜 민낯은 어떤 것일까. 진실은 에이프릴만이 알고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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