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편' 211만, 올해 국내 흥행 2위
워터홀 컴퍼니 최승호 이사 "팬덤 믿고 배급…10만 목표"
최승호 이사, 비디오 대여점 알바로 시작해 CGV에서만 20년
"내가 즐거워야지 내가 파는 영화를 관객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
워터홀 컴퍼니 최승호 이사 "팬덤 믿고 배급…10만 목표"
최승호 이사, 비디오 대여점 알바로 시작해 CGV에서만 20년
"내가 즐거워야지 내가 파는 영화를 관객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목표 관객수는 30만 명이었습니다. 목표일 뿐이지, 사실 10만 명 정도를 예상 했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배급을 한 최승호(47·사진) 워터홀 컴퍼니 배급 이사의 말이다. 지난 1월 27일 개봉해 5개월여 동안 인기 몰이를 하며, 코로나발 삭풍에도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지난 14일 텐아시아 인터뷰룸에 들어서는 최 이사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해 문을 연 신생 배급사가 대형사고를 친 만큼 충무로 인싸에서 묻어나는 여유가 느껴졌다. 말문을 열자 공기는 변했다. 그에게선 루키의 겸손함이 느껴졌다. 최 이사는 운이 좋았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기존 영화의 재개봉을 노리면서 발견한 팬덤에 주목하다보니 뒤걸음 치다 개구리를 잡은 격이라고 했다.
최 이사는 영화를 동경하던 헐리우드 키즈다. 영화에 대한 동경은 1988년, 중학교 시절부터 싹 트기 시작했다. 중학생 최 이사는 외삼촌을 따라 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른 첫 영화 '폴리스 스토리'를 보고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임청하, 이연걸이 좋아 무협 영화에 올인 했다. 한 때는 평론가를 꿈꾸기도 했다.
헐리우드를 꿈꾸던 소년이 자리 잡은 곳은 영화사.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 20년 이란 세월동안 그는 영화계를 지켰다.
"영화를 보고 싶어서 CGV 알바를 시작한게 평생의 업이 됐어요. 전국을 돌며 점장으로 일하다 본사에 입사했고 CGV 아트하우스 팀장까지 한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론 평론가는 아직 못됐긴 했지만요."
사실 그의 비평은 이미 유명하다. 2008년 '비됴알바'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 13년 동안 꾸준하게 운영중이다. 국내외 박스오피스 분석, 리뷰, 신작 소개 등을 통해 영화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누적 방문자는 3000만명에 육박한다.
CGV 편성 전략팀 시절 최 이사는 '러브레터' '이터널 션샤인' 등 자신이 감명깊게 본 영화를 재개봉 시키며 마니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 최 이사는 '러브레터', '이터널 선샤인' 등을 통해 팬덤의 '힘'을 제대로 알게 됐다. 특히 '이터널 션샤인'은 2015년 개봉 10주년을 맞이해 재개봉 했는데, 30만이 넘게 보면서 첫 개봉때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이례적인 기록도 남겼다. 영화사에서 승승장구 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영화 배급. 20년간의 경험이 좋은 영화를 고르는데 거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CGV에서 같이 근무했던 주현 워터홀 컴퍼니 대표가 지난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배급 업계가 마냥 투명하진 않아서 궁합이 잘 맞는 분과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명작들의 '재개봉'. 팬덤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최 이사의 첫 목표는 영화 '위플래쉬'. 최 이사는 CGV 퇴직금 일부를 투자해 국내 재개봉 판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기엔 영화 배급판은 녹록지 않았다. 손에 잡힐 듯 했던 흥행의 꿈은 멀어저만 갔다. 최 이사는 "큰 성공보다 코로나 시기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기회'는 언제든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위플래쉬' 이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해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만 400억엔(약 4056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최 이사는 만화팬에 주목했다. 그의 머리속엔 '팬덤'이란 단어가 스쳐갔다. 만화책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정주행 하면서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 팬덤이 얼마나 강력한 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에서 영상 조회수가 100만을 쉽게 넘기는 것을 본 뒤 영화의 인기가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성공한 만화 그리고 일본에서 검증된 관객 동원력. 실패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안목이 겹친 철저한 시장분석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올해 1월 메가박스에서 영화가 단독 개봉하자, 코로나 갈증에 시달리던 관객들은 밀려 들었다. 개봉 첫 날인 1월 27일 메가박스에서만 6만 명을 모으며 흥행 청신호를 밝혔고, 2월 3일부터는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확대 상영을 시작했다.
"복병 코로나19 탓에 대박이 날 꺼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아무리 팬덤을 기반으로 해도 10만 명을 넘긴 영화가 거의 없는데, 10만명만 들길 기도 했죠"
강력한 팬덤에 힘입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까지 제치면서 승승장구 했다. 무엇보다 장기 흥행의 동력은 열렬한 마니아 팬들의 N차 관람이었다. 한 팬은 이 영화를 500회나 반복해서 봤다고 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마케팅 비용이 거의 필요 없는 영화였다. 워터홀 컴퍼니 자체 자본이 안 들어가는 케이스 였다. 통상적으로 영화 수입 중 50%는 극장이, 50%는 수입사가 가져 가는데, 배급사가 수입사 지분의 10%를 받게 된다. 최 이사도, 워터홀 컴퍼니도 경제적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위플래쉬' 재개봉을 위해 장가갈 돈을 다 날렸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로 '장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또 다른 사업을 펼치는 데 씨드머니가 생겨서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최 이사의 핸드폰에는 초심이라는 두 글자가 저장돼있다. 배급 첫 단계에 홈런을 쳤지만, 자만하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저 주어진 작품을 마케팅 하고, 개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내가 즐거워야지 내가 파는 영화를 관객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만화, 음악에 빠져 살았던 것이 작은성공의 바탕이 됐어요. 수입한 영화가 잘 안 될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 끝까지 '영화가 좋다' 라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워터홀 컴퍼니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은혼 더 파이널'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최 이사의 선구안이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편'에 이어 '은혼 더 파이널'에서도 통하길 바라본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목표 관객수는 30만 명이었습니다. 목표일 뿐이지, 사실 10만 명 정도를 예상 했죠."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배급을 한 최승호(47·사진) 워터홀 컴퍼니 배급 이사의 말이다. 지난 1월 27일 개봉해 5개월여 동안 인기 몰이를 하며, 코로나발 삭풍에도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지난 14일 텐아시아 인터뷰룸에 들어서는 최 이사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해 문을 연 신생 배급사가 대형사고를 친 만큼 충무로 인싸에서 묻어나는 여유가 느껴졌다. 말문을 열자 공기는 변했다. 그에게선 루키의 겸손함이 느껴졌다. 최 이사는 운이 좋았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기존 영화의 재개봉을 노리면서 발견한 팬덤에 주목하다보니 뒤걸음 치다 개구리를 잡은 격이라고 했다.
최 이사는 영화를 동경하던 헐리우드 키즈다. 영화에 대한 동경은 1988년, 중학교 시절부터 싹 트기 시작했다. 중학생 최 이사는 외삼촌을 따라 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른 첫 영화 '폴리스 스토리'를 보고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임청하, 이연걸이 좋아 무협 영화에 올인 했다. 한 때는 평론가를 꿈꾸기도 했다.
헐리우드를 꿈꾸던 소년이 자리 잡은 곳은 영화사.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 20년 이란 세월동안 그는 영화계를 지켰다.
"영화를 보고 싶어서 CGV 알바를 시작한게 평생의 업이 됐어요. 전국을 돌며 점장으로 일하다 본사에 입사했고 CGV 아트하우스 팀장까지 한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론 평론가는 아직 못됐긴 했지만요."
사실 그의 비평은 이미 유명하다. 2008년 '비됴알바'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 13년 동안 꾸준하게 운영중이다. 국내외 박스오피스 분석, 리뷰, 신작 소개 등을 통해 영화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누적 방문자는 3000만명에 육박한다.
CGV 편성 전략팀 시절 최 이사는 '러브레터' '이터널 션샤인' 등 자신이 감명깊게 본 영화를 재개봉 시키며 마니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 최 이사는 '러브레터', '이터널 선샤인' 등을 통해 팬덤의 '힘'을 제대로 알게 됐다. 특히 '이터널 션샤인'은 2015년 개봉 10주년을 맞이해 재개봉 했는데, 30만이 넘게 보면서 첫 개봉때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이례적인 기록도 남겼다. 영화사에서 승승장구 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영화 배급. 20년간의 경험이 좋은 영화를 고르는데 거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CGV에서 같이 근무했던 주현 워터홀 컴퍼니 대표가 지난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배급 업계가 마냥 투명하진 않아서 궁합이 잘 맞는 분과 함께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부분은 명작들의 '재개봉'. 팬덤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최 이사의 첫 목표는 영화 '위플래쉬'. 최 이사는 CGV 퇴직금 일부를 투자해 국내 재개봉 판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기엔 영화 배급판은 녹록지 않았다. 손에 잡힐 듯 했던 흥행의 꿈은 멀어저만 갔다. 최 이사는 "큰 성공보다 코로나 시기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기회'는 언제든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위플래쉬' 이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해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만 400억엔(약 4056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최 이사는 만화팬에 주목했다. 그의 머리속엔 '팬덤'이란 단어가 스쳐갔다. 만화책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정주행 하면서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 팬덤이 얼마나 강력한 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에서 영상 조회수가 100만을 쉽게 넘기는 것을 본 뒤 영화의 인기가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성공한 만화 그리고 일본에서 검증된 관객 동원력. 실패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안목이 겹친 철저한 시장분석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올해 1월 메가박스에서 영화가 단독 개봉하자, 코로나 갈증에 시달리던 관객들은 밀려 들었다. 개봉 첫 날인 1월 27일 메가박스에서만 6만 명을 모으며 흥행 청신호를 밝혔고, 2월 3일부터는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확대 상영을 시작했다.
"복병 코로나19 탓에 대박이 날 꺼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아무리 팬덤을 기반으로 해도 10만 명을 넘긴 영화가 거의 없는데, 10만명만 들길 기도 했죠"
강력한 팬덤에 힘입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까지 제치면서 승승장구 했다. 무엇보다 장기 흥행의 동력은 열렬한 마니아 팬들의 N차 관람이었다. 한 팬은 이 영화를 500회나 반복해서 봤다고 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마케팅 비용이 거의 필요 없는 영화였다. 워터홀 컴퍼니 자체 자본이 안 들어가는 케이스 였다. 통상적으로 영화 수입 중 50%는 극장이, 50%는 수입사가 가져 가는데, 배급사가 수입사 지분의 10%를 받게 된다. 최 이사도, 워터홀 컴퍼니도 경제적으로도 숨통이 트였다.
"위플래쉬' 재개봉을 위해 장가갈 돈을 다 날렸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로 '장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또 다른 사업을 펼치는 데 씨드머니가 생겨서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최 이사의 핸드폰에는 초심이라는 두 글자가 저장돼있다. 배급 첫 단계에 홈런을 쳤지만, 자만하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저 주어진 작품을 마케팅 하고, 개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내가 즐거워야지 내가 파는 영화를 관객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만화, 음악에 빠져 살았던 것이 작은성공의 바탕이 됐어요. 수입한 영화가 잘 안 될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 끝까지 '영화가 좋다' 라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워터홀 컴퍼니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은혼 더 파이널'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최 이사의 선구안이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편'에 이어 '은혼 더 파이널'에서도 통하길 바라본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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