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인종차별 논란
개연성 없는 전개 '여전'
시청률 하락세, 시즌3에 등 돌린 시청자
'순옥적 허용' 용납해야 하나
개연성 없는 전개 '여전'
시청률 하락세, 시즌3에 등 돌린 시청자
'순옥적 허용' 용납해야 하나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만나요.
'폭력·불륜 넘어 인종차별 논란까지…선 넘은 '펜트하우스3''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꼴이 됐다. 가학성, 폭력성, 자극성 등 숱한 막장 요소들로 논란들을 낳음에도 승승장구하니 지켜야 할 선을 잊어버린 걸까.
지난 4일 시즌3으로 돌아온 '펜트하우스'가 방송 초반부터 인종차별 논란으로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는 박은석이 연기한 '로건 리'가 시즌2 마지막 회에서 자동차 폭발 사고로 사망, 시즌3에서 로건 리의 형 '알렉스 리'로 재등장하면서 불거졌다. 알렉스 리는 소위 '레게 머리'로 불리는 드레드락 헤어스타일에 문신, 금 목걸이, 그릴즈(치아에 착용하는 장신구), 로브 등을 착용했고, 억양까지 흑인 특유의 발음을 따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의 모습을 희화화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재벌가의 장남이 굳이 흑인 스타일링을 하고 등장했어야 했냐는 것이다. 이는 흑인 스타일링을 재미 요소로 사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설정이다.
이에 박은석은 방송 후 자신의 SNS에 "'펜트하우스' 알렉스 캐릭터에 대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비하하거나 조롱하거나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고의적으로 조롱을 하기 위한 묘사가 아닌 문화를 동경해, 그렇게 되고 싶은 성격의 접근이었다. 잘못된 시도였다"고 사과했다. 제작진 역시 "특정 인종이나 문화를 희화화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말 이러한 설정이 '조롱'이 아닌 문화에 대한 '동경'이었을까. 그렇다면 왜 알렉스 리가 대동한 경호원들은 모두 흑인일까. 흑인 문화를 따라 하면서도 경호원들은 흑인으로만 고용하는 알렉스 리의 캐릭터는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로건 리는 애초에 외아들이라는 설정이었다. 외아들인 로건 리가 백혈병에 걸렸고, 골수 이식을 받기 위해 민설아(조수민 분)를 입양했다는 게 '펜트하우스' 시즌1 전개에 중요한 지점이었다. 단순히 죽인 사람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 없던 형까지 만들어내는 설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펜트하우스' 멤버들은 시즌3 방송 전 자발적으로 'Live together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는 한국 외교부와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종차별 및 혐오 범죄에 대응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유진부터 봉태규, 김소연, 김현수 등이 뜻을 같이한 만큼 '펜트하우스3' 인종차별 논란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펜트하우스'의 문제는 인종차별 논란뿐만이 아니다. 그간 개연성 없는 비현실적 전개로 '순옥적 허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김순옥 작가는 시즌3에서 더더욱 과감한 '순옥적 허용'을 일삼고 있다.
김순옥 역시 이러한 평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앞서 공개한 인터뷰에서 '순옥적 허용'에 대해 반성하고 부끄럽다며 "'순옥적 허용'은 개연성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 말인 것 같다. 인정한다. 많은 사건이 터지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또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하나둘 살아나면서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펜트하우스3'의 무리한 전개는 계속되고 있다. 탈옥 후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노인으로 분장해 로건 리를 살해하고, 포크레인까지 몰아 대법관의 집에 쳐들어간 주단태(엄기준 분), 징역 3년형을 받았음에도 심수련(이지아 분)의 진술 하나로 1년 만에 출소한 오윤희(유진 분) 등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의 연속이다. 여기에 이지아에 이어 박은석까지 '배우 돌려쓰기'는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 거듭되는 유사한 반전들은 이제 놀라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에 시청자들도 등을 돌리는 추세다. '펜트하우스3'는 1회 19.5%로 시작해 17.5%로 시청률이 떨어졌다. 이는 시즌1 10회 이후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펜트하우스'의 이러한 위기는 어쩌면 예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막장에만 의존해 초석을 탄탄히 다지지 않았기에 견고한 작품이 되지 못한 것이다. 신드롬적인 인기를 몰고 온 '펜트하우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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