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 감독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한국 시청자들은 봉 감독의 입을 통해 정이삭 감독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돌아갔다. 봉 감독은 "시상자로서 공정해야 하지만 (정이삭 감독이 수상하길) 그런 마음이 없었다고 부정할 순 없다. '노매드랜드'나 클로이 자오 감독도 훌륭하니 축하할 일이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앞서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돼 이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미국영화'인 '미나리'가 외국어영화로 분류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영화의 '국적'에 대해 봉 감독은 "공식적으로는 제작사의 국적, 영화의 제작비, 영화의 투자 예산의 몇 퍼센트 이상을 투자한 나라가 어디냐, 이런 분류 기준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사실 그런 공식적인 구분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나리'는 사실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거고 그걸 또 한국 교포 감독님께서 자전적인 이야기로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것이다. 영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거기 회초리, 화투 이런 아주 한국적인 정서와 디테일들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정서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서적으로 봤을 때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작품이 훌륭할수록 국적이라는 걸 초월하게 되는 것 같다"며 "굳이 국적을 따지기 이전에 사실 '미나리'는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어디 관객들이 봐도 다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고 전했다.
한국 영화 102년 만에 한국 배우인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사라는 굳이 거창한 작품이 되기보다도 윤여정 선생님 일단 개인의 승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스카를 노리고 어떤 걸 준비하시고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연기 활동을 해 오시고 이런 게 아니지 않나. 연기 활동해 오신 지가 벌써 50년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꾸준히 어떤 연기 활동을 성실하고 늘 아름답게 해 오셨는데, 뒤늦게 아카데미에서 알아보고 이렇게 또 이미 사실 오스카상을 받을 만한 내공과 역량과 또 연기의 어떤 훌륭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갖추고 계셨던 분이다. 뒤늦게 오스카가 좀 부지런함을 떨어서 윤 선생님을 찾아와서 상을 드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베니스영화제 때 강수연 배우, 칸에서의 전도연 배우, 베를린의 김민희 씨도 있었다.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이미 연기상을 다 받았었는데 오스카가 그래도 뒤늦게 국제영화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전 세계 훌륭한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됐다. 오스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봉 감독은 감독상을 시상하며 '어린아이에게 20초간 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섯 명의 감독상 후보들의 답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와닿는 답변으로 봉 감독은 "다섯 분이 다 나름 충실하게 개인 소신대로 재미있게 답변해 주셨는데, 저는 특히 리 아이작 정 감독님 스토리텔러는 실제 세계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된다. 그래야만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되게 단순하면서도 지혜가 들어가 있는 입장도 좋았다"고 꼽았다. 또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님이 되게 짧게 하나의 신을 찍는 수백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결국 끝에 가면 딱 두 가지만 남게 된다. 맞는 방법과 틀리는 방법. 우리 감독들 입장에서는 서늘하고 무서운 코멘트였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