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으로 제작한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
이준익 "영웅보다 사소한 개인 그리고 싶었다"
설경구 "대본 읽고 눈물 핑 돌아"
변요한 "영화에 스며드는 것 중요했다"
이준익 "영웅보다 사소한 개인 그리고 싶었다"
설경구 "대본 읽고 눈물 핑 돌아"
변요한 "영화에 스며드는 것 중요했다"

이준익 감독은 "어떤 학생이 자산어보가 한국사 문제에 자주 나오는 답이라더라. '정약용이 쓰지 않은 책은?'이라는 문제에서 말이다.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해양생물에 대해 쓴 책"이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 "5년 전 쯤 학문이자 농민혁명인 동학에 관심을 갖다가 왜 이름을 동학이라고 지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 앞을 보니 서학이 있었고, 서학이 무엇인가를 쫓아가다 보니 정약전이 있었다. 정약전이 갖고 있는 근대성을 영화로 담으면 재밌겠구나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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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 처음인 설경구는 "수염, 갓, 도포가 어울릴까 걱정했다. 거기서 믿음을 주지 못하면 신이 갈수록 더 믿음을 주지 못할 텐데 싶었다. 주변에 많이 물어봤고 주변에서 많이 용기를 줬다. 꾸준히 말씀드린 것처럼 자연이 너무나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정약전 선생이라는 이름을 제 배역으로 쓰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자산어보'이기에 정약전 외에 다른 이름으로 배역을 쓸 순 없었다. 털 끝만큼도 정약전 선생을 따라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고, 흑산도라는 섬에 들어가서 선생이 자신의 자유로운 사상을 민초들에 의해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민초들에게서 오히려 가르침을 받고 자기 사상을 실천하게 된 것 같다. 그런 것처럼 저도 이 이야기에 묻혀서 가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설경구와 영화 '소원' 이후 8년 만에 만나게 된 이 감독은 "설경구 씨와는 다시 하게 된 것 자체가 내게 행복이고 행운이다. 본인이 시나리오를 달라고 하길래 '잘됐다'하고 냅다 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10년간 방을 같이 썼다. 할아버지가 선비 느낌이 있었는데 설경구 씨가 현장에서 선비 같았다. 그게 나한테는 아련했다. 정약전과 우리 할아버지와 설경구가 일치된 게 감동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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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은 "감독님이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어주셨는데 배경이 전라도라 사투리를 구사해야 하고 어부라서 그 시대에 맞게 고기를 낚는 법도 알아야했다. 준비하다 보니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창대의 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창대가 어떤 식으로 그 시대를 볼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경구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며서 모든 걸 놔버리고 그 안에 스며들었을 때 창대의 눈이 생겼다.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영화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 역시 흑백으로 만들게 됐다. 이 감독은 "어렸을 때 본 서부영화는 흑백이었고, 그 잔상이 너무 강렬했다. 1800년대가 배경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1800년대를 흑백으로 보면 어떨까 했다. '서구는 이런데 우리는 더 좋지 않나?' 호기도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동주'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분위기를 담기에 백보다는 흑이 차지하고 있다.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이 만난 새로운 세상은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백이 더 컸다"고 다른 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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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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