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린호미
칠린호미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뜬금없이 여성 혐오 가득한 욕을 퍼붓고는 '눈치 보며 살기 싫다'는 래퍼 칠린호미.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와 불안증세를 호소했어도 칠린호미처럼 혐오 발언과 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칠린호미는 혐오 발언으로 불쾌함을 주고도 정신미약을 핑계 삼았다. 무분별한 비난으로 피해를 준 건 칠린호미인데, 소속사 그루블린은 칠린호미의 정서적 보호를 위해 고소를 예고했다.

칠린호미는 28일 새벽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며 뜬금없이 욕을 퍼부었다. 담배는 기본이고 손가락 욕도 서슴지 않았다. 팬들의 걱정 섞인 댓글에도 칠린호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전문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문장이 욕이었다.

하지만 칠린호미도 그의 소속사 그루블린도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지난 밤 이상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사과도 입장도 없었다. 다만 그루블린은 칠린호미의 언행을 공황장애와 불안증세라고 설명하면서 그에 대한 악플과 비난을 하는 모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래퍼 칠린호미./사진=칠린호미 인스타그램
래퍼 칠린호미./사진=칠린호미 인스타그램
칠린호미가 라이브 방송에서 약에 취한 듯 아닌듯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몇 개의 약을 먹었는지 아냐"면서 흐르는 콧물을 닦기도 했고 초점 없는 눈으로 응시하다 정신을 차리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칠린호미는 "내가 왜 너네 눈치를 봐야 하냐고. XX. 페미 X들아 X도 신경 안 쓸 거니까 그러면 꺼지세요. "내 노래 듣지 마 옳고 그름을 똑바로 분간할 줄 모르는 인간들은 XX 유기견들이 안락사당할게 아니라 당신들이 안락사 당해야 돼"라고 말했다.

그는 그루블린 대표인 라비도 언급했고, 심바자와디와 쿤디판다를 언급하면서 "알페스 X까세요. 그거 잘못된거잖아 n번방 다 까라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태가 좋지 않아보이자 팬들은 애정과 걱정이 섞인 댓글로 그의 말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린호미는 "내가 너네 비위 맞춰주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지. 이 더러운 XXX들아"라며 욕을 이어갔다. 폭행과 마약을 했던 래퍼 아이언의 죽음도 언급하면서 "그만해. 사람이 죽었다고. 나도 더럽니? 더러우면 내 팬 하지마. 지금 내 팬 중에 페미 있으면 다 꺼지세요. 더러우니까 역겨우니까 꺼지시라고"해 충격을 안겼다.

이후 칠린호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만하고 싶다. 너무 힘들다. 자살하고 싶다. 눈치 보면서 왜 내가 어떻게 살지"란 글을 올렸다. 이후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바른 게 바른거다. 똑바로 생각하고 꺼질 애들 까져라. 우리가 바르다 고른 말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너네 사리분별 바르게 해"란 글을 재차 올렸다.

칠린호미는 지난해 12월 '쇼미더머니9'에 출연해 본선 무대를 앞두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왔다고 고백하면서 자진하차한 전적이 있다.
칠린호미, 공황장애는 여혐+욕설의 면죄부가 아니다 [종합]
그의 언행이 논란이 되자 그루블린은 공식입장을 냈다. 소속사는 "상태가 심각해져 병원을 다니며 처방을 받은 약들을 복용하고 있다. 여러 상황들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고 어려워져 최근 더 극심해진 불안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루블린은 칠린호미 외 소속 아티스트의 정서적인 본호를 위하여 무분별한 악플과 비난, 루머 유포 등에 강경대응 할 예정"이라며 "명예훼손성 게시물 작성 및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법적 조치 진행과정에서 어떠한 선처나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미니스트를 비하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도 문제다. 페미니즘이란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나 사상인만큼 이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를 일방적으로 비하하는 행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칠린호미의 지난 밤 행동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폐가 되는 행위다.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는 진짜 병이지 욕하고 핑계로 쓰라고 있는 면죄부가 아니다. 이경규, 이병헌, 김장훈, 김하늘, 차태현 등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혹은 불안장애가 있다고 고백했지만, 칠린호미처럼 정신미약을 방패로 세워 팬들을 모욕하지 않았다.

그루블린의 입장도 잘못됐다. 불편하게 해드려 잘못했다고 사과를 한 뒤 상태가 좋지 않으니 용서해달라고 부탁해야했다. 욕을 한 건 칠린호미고 욕을 먹은 건 대중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루블린은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바로 고소 입장을 내밀었다. 누가 누구를 고소하겠다는 건지, 아이러니하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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